▲[25.11.17 현장 인터뷰] 랴오위안허 "KB리그 용병 출전, 신진서 이기는데 도움 됐다" | 2025 삼성화재배 우승 인터뷰.

중국랭킹 13위로 세계대회에서 큰 활약을 하지 못했던 랴오위안허가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다.

통합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올라 한국랭킹1위 신진서, 2위 박정환을 연파하며 기세를 탔다. 신진서에게는 상대전적에서 1승6패, 박정환에게는 1승3패로 열세였는데 객관적 전력의 흐름을 바꿨다.

대국이 끝나고 랴오위안허는 감격을 한 모습으로 소감을 전했다.

"정말 매우 기쁩니다. 이번에 둔 모든 바둑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오늘 대국장에 앉았을 때만 해도 우승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마음가짐이 비교적 좋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정말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평온한 느낌도 있습니다."
 

결승에서는 중국랭킹 1위 딩하오를 상대로 2대0으로 승리해 우승했다. 딩하오에게 상대전적에서 10승9패로 앞서고 있었던 랴오위안허는 생애 첫 결승 무대임에도 떨지 않고 자신의 바둑을 뒀다. 특히 1국은 완승이었다.

"상대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감기에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첫 번째 판은 비교적 쉽게 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판은 매우 힘들었고, 계속해서 고압적인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도 솔직히 머리가 좀 어지럽습니다.

마지막까지 매우 미세한 승부였는데 마지막에 제가 착각을 했습니다. 어느 수였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뒀을 때 착각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행히 저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고 상대의 실수를 기다렸습니다. 전체적으로 운이 좋았습니다."

호전적인 기풍으로 전투에 능하지만 실수가 많다고 알려진 랴오위안허는 이번 삼성화재배에서 전혀 다른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16강에서 신진서, 4강에서 박정환을 연파하며 우위를 잡으면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최근 실력이 늘었다고 하는데) 조금 그런 것 같습니다. 제가 며칠, 아니, 최근 이 기간 동안 계속 AI를 사용해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전 보다 지금이 더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력은 보답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랴오위안허는 한국 KB리그에서 울산 고려아연 외국인 선수로 출전하고 있는데 이런 점들이 도움이 됐을까.

"신진서 선수를 이긴 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나하면 제가 올해 신진서 선수와 정말 많은 대국을 두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그와 둘 때 배우는 자세로 임했기 때문에 이길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하지만 많이 두다보니 그가 강하고 세계 1위라는 것은 맞지만 결코 넘을 수 없는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누구와 대국하든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랴오위안허가 대국할 때 항상 초록색 행운의 부적(?) 같은 것을 착용해서 눈길을 끌었다.

"제 친구가 운을 바꿔줄 수 있다고 해서 선물해 준 것입니다. 제가 한 동안 계속 져서 모든 일이 잘 안 풀린다고 느꼈는데 무심코 한마디 했더니 친구가 이걸 사다 주면서 운이 바뀌는지 보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운이 바뀐 것 같기도 합니다.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계속 가지고 다닐 것 같습니다."

2000년생 랴오위안허는 2013년 입단을 했는데, 중국 내 기전에서 2015년 신인왕전 우승이 전부였다. 생애 첫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랴오위안허의 앞으로 목표는 무엇일까.

"앞으로 계획은 아직은 없습니다. 일단은 제 바둑을 잘 두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두번째는, (갑조리그) 청두 팀이 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