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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배]

구리에게 듣는 'LG배 집중분석'

LG배 결승2국 이세돌VS구리, 관전기

장대용(위기천지 기자)2009-04-17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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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바둑계 최고의 이슈였던 한·중 랭킹 1위의 대결은 구리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2월 25일 백담사에서 열린 LG배 결승전에서 이세돌이 구리에게 0대2로 지며 고개를 숙이고 만 것.

LG배는 구리가 기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대결이었다. 물론 이세돌도 양보할 수 없었던 대결이었을 것이다. LG배가 열리기 전에 농심신라면배에서 두 기사는 대결한 적이 있는데 이세돌은 구리를 이겼음에도 "LG배는 분명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다."라고 예측을 하곤 했다.


이세돌과 구리는 2국이 끝나고 상기된 얼굴로 1시간이 넘도록 복기를 하며 서로의 생각을 읽었다. 대국이 끝나고 중국 프로기사들은 다시 한번 이날 바둑을 살펴보았고 '이세돌은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는 대국을 살펴보면서 의문점 3가지가 생겼는데 아무리 연구를 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아 구리에게 물었다. 구리는 자세하게 이날 대국을 설명해줬다.

[실전도]
대국 중반, 백을 쥔 구리는 ▲로 꼬부렸고 이세돌은 흑 1로 젖혔다. 이세돌은 이 때 부터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만약 지금까지 흑이 불리한 상황이었다면 흑1 이후의 수순이 이해가 되겠지만 중반 부터 이세돌은 유리했다. 왜 이렇게 급하게 대국을 했는지 모르겠다. 구리 또한 이세돌의 수읽기에 놀랐다고 회상한다.

[궁금증1]
흑이 만약 백 14의 자리에 두었으면 어땠을까?


[참고도1]
이세돌이 흑1로 막으면 백은 끝내기에서 승부를 봐야했을 것이다. 계가로 간다면 흑이 10집 정도 앞서게 된다. 물론 끝내기로 가기 전에 중앙 흑 진영에 어떻게 침입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한다.

구리는 ▲에 두기 전에 장고를 했다. 구리의 장고는 점심 시간이 되기 전 부터 시작되어 오후 대국이 시작되어도 계속됐다. 기본적으로 구리는 흑이 1로 받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이후의 수순으로 백 4, 6, 8을 생각했다고 한다. 백8로 상변 흑돌을 끊었을 때 흑이 A 혹은 B에 두면 바둑이 매우 복잡해진다. 이렇게 되면 흑과 백은 아주 어려운 싸움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궁금증2]
구리의 참고도 설명을 들으니 실전에서 백▲로 두었을 때 이세돌이 꽉 막았다면 백은 중앙 흑 진영에 침입해야하는 과제를 안아야 한다. 이런 중요한 장면에서 이세돌은 예상하지 못한 수를 뒀다. 경솔했던 것인가, 계산에 착오가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기세였을까. 기세도 중요하지만 우승을 내주느냐, 마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구리는 이 장면에서 '이세돌이 치명적인 착오를 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참고도2]
한 눈에 봐도 흑1의 누름에 백은 대응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흑 3으로 단수칠 때, 백 4로 연결, 흑 ▲가 있기 때문에 흑 A자리로도 갈 수가 없다. 유감스럽다.

[궁금증3]
실전도에서 구리가 백2로 끼우자 이세돌이 정말 궁지에 빠진 것일까?

구리는 실전 처럼 흑1로 젖히는 것은 착오라고 말했다. 물론 이세돌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최강수를 내놓는다면 승패를 알 수 없겠지만 백2로 끼웠을 때 흑3으로 두는 것은 패배로 가는 지름길이다.



[참고도3]
불리함을 느낀 이세돌이 흑1로 단수를 친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강력한 공격이었다. 결국 백이 분단되었다.
실전과 달리 백A에는 손이 안갔지만 백B가 선수로 바뀌었다. 흑이 우변을 보강할 때 백은 중앙에 있는 흑4점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구리는 참고도를 보여주며 결과적으로 이 변화는 실전보다 백이 더 위험하다며 대마의 생사가 걸려있는 위험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참고도4]
흑1은 중앙의 백 대마를 잡으러 가기 위한 수. 백2는 당연한 수, 백은 13과 16의 자리가 맛보기로 남아있다. 여기서 백24가 놓여져 이제 흑은 곤란하게 됐다. 대마를 잡겠다던 흑의 기세가 180도 바뀌어 이제 흑에게도 위협이 가해진다.

물론 중앙이 매우 넓기 때문에 많은 과제가 따른다. 흑은 어떻게 공격을 하고, 백은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

참고도 처럼 진행이 되었다면 구리는 분명 55% 백돌이 살아있다고 여겼을 것이고 이세돌은 백돌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믿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만약 이세돌이 대마를 잡고 이겼다면 이 바둑은 '최고로 짜릿한 대마 사냥'으로 기억 되었을 것이며, 구리가 대마를 잘 타개했다면 이 바둑은 '최고로 짜릿한 대마 타개'로 기록될 것이다.
유감스러운 것은 실전과 참고도가 다르게 진행되어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뻔(?)한 장면이 연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잡힐듯한 백 대마가 최고의 사냥꾼 이세돌 앞에 있었으나 한 번의 착오로 대마와 함께 LG배 우승컵까지 놓치고 말았다. 바둑은 아무리 천하를 호령하는 고수라도 한 수로 안해 천길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한 수로 인해 구사일생 할 수도 있는 참으로 매력적인 게임이다.

구리가 이번 대국에 대해 필자에게 인상 깊은 한 마디를 남겼다.

"모두 이번 이세돌과의 대결로 한·중 1인자 대결의 승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제 부터 진짜 승부가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구리와 이세돌의 불꽃튀는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다. 두 기사의 생생한 모습과 기보를 감상할 수 있는 우리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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