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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배]

알콜의 추억

제4보(68~96)

진재호 바둑평론가2009-05-11 14: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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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단 공짱타약(P)   ○ 9단 사신(P)

제4보(1~29) 알콜의 추억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언제나 말이 없던 그 사람…♬”

 

갑자기 후두두둑 비님이 오신다. 콧방맹이 소리가 싫지 않은 심수봉 누님이 떠오른다면 그런대로 해독(解讀)에 성공한 님이다.

 

우주(雨酒)의 법칙은 술을 모르는 사람은 고대 벽화에 그려진 낙서처럼 해독하기 힘들다. 몇 십 년째 이 법칙을 해결하려해도 전량해독이 안 되며 비님만 오시면 한없이 멜랑코리해지기만 할 뿐이다. 과연 이 미스터리한 법칙은 선천적일까 후천적일까?

 

이 법칙의 기본형은 파전이 생각난다는 점이다. 왜? 하필이면 파전일까. 일설에 의하면 파전을 지지는 소리가 빗소리와 같은 파동을 그린다고 한다. 따라서 빗소리를 들으면 파전이 연상된다는 것.

 

제 아무리 ‘껀수’가 없는 사람에게도 미가 추적추적 내려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면 은연중에 지렁이 기어다니듯 온몸에 생겨나는 알콜의 추억이 있다. 워러는 같은 물 계통이니 더더욱 생각나게 한다.

 

쩐이 없었던 10대에는 심야 보충수업을 마치고 포장마차에 들러서 큰 가방 옆에 끼고 뼈 있는 닭발 한 개로 글라스소주를 비웠고, 돈이 늘 부족했던 20대 때는 자취방에서 '되도 안 한' 통기타를 퉁기며 새우깡에 국물만 남은 김치찌개에다 소주는 몇 병씩이나 비워댔다.

 

이렇게 비님이 오실 때는 화려했던 젊은이 시절이 생각나며, 지금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첫사랑이 떠오를 분이 좀 많겠는가. 지금 30대라면 보슬비 내리던 해변에서의 맥주 한 캔이 생각날 것이고. 40대인 지금은 친구가 없어도 되는 포장마차가 제격일 것이다. 50대라면 하루 종일 기다려도 손님이 없는 선술집이 딱 좋다. 60대라면 엊저녁 술에서 아직 덜 깬 주모 겸 마담이 있는 시장 돼지머리 국밥집이 좋다.

 

뭐, 안주가 없으면 어떠한가?

멸치 대가리에 막걸리 한사발이라도 넉넉하여 즐겁지 아니한가.

 

시간도 점점 술시에 가까워지자 빗소리가 더 굵어진다.

오늘 ID만 알고 지냈던 정다운 기우(祺友)를 불러내어서 추억의 멜랑코리 영화를 한편 찍어보자. 전에 장난 바둑친 사람이 자신이라는 고백까지 하면서 말이다.

 

참고로 워러에겐 전화 걸지 마요~ 이미 예약이 꽉 찼시요!

 

더불어 내일까지 비님이 오시길 간청합니다.

내일은 천하의 김작과 워러가 맞선을 보는 날입니다.

오늘 밤에는 적당히 그치시고 내일 저녁에 마저 내려주십사-.

 

“외로운 병시~레서 기타를 쳐주며~♬”

 

실전

 

비가 와도 바둑은 계속된다. 백1로 끊어가자 흑2,4로 잇는다.

이젠 패가 문제가 아니라 좌변 백돌을 생환이 급하다. 따라서 패는 방치한 채 흑12로 좌변 백을 쫒아가기로 방향을 선회한다.

 

형세판단에 자신이 있는 쪽에서 자주 패를 걸며 전투에 일가견이 있는 쪽에서 자주 건다. 일단 패하면 ‘패능욱’이 생각난다. ‘패일환’도 과거엔 못지않게 유명했다. (아, 타젬 모 부장님이 서OO 사봄님 그만 다려먹으라고 핀잔주던데…).

 

그럼, 다른 얘기. 30,40년대 오청원은 패의 화신으로 불렸다. 희한하게 잘 안 풀리던 바둑도 패만 내고서 바꿔치기만 일어나면 형세가 오리무중이었다고 한다. 하여튼 패는 고수의 권도가 아닐까 싶다.

 

백17로 치받자 흑18을 선수한 다음 20로 아예 빠져서 잡으려고 하는 시늉을 한다.

 

백90은 필수불가결하다. 백23은 게을리 하면 <참고도> 흑2로 젖힌 수가 아프다. 백3로 끊어 봐도 흑4으로 끊자고 하면 절단된다.

 

참고도

 

그런데 신기한 것은 공격하면서 중앙에 거대한 세력이 쌓여있다는 것이다. 좌측에 있는 백돌을 공격한 대가로 중앙에 기대한 태백산맥이 쌓였다. 93,95로 밀어가자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이 만나는 모습 같다.

 

백29로 끊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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