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끄적 끄적 끄적' 건물 옥상에는 입단을 갈망하는 꿈나무들의 열정과 도전을 담은 낙서들이 즐비하다. '난 너를 믿는다!' '난 지금 입단 대회가 아닌 그냥 연습 바둑을 두고 있는거야!' 라는 낙서로 19살 소년의 꿈을 향한 열망의 두께가 느껴진다.
'난 나를 믿는다'는 좌우명을 가지고 10여년간 '프로 입단'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했던 류민형은 5월 한국기원에서 꿈을 이뤘다. 천방지축 두 아들 류동완, 류민형을 차분하게(?) 해 보겠다는 결심을 한 아버지는 바둑교실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바둑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동생 민형은 유치부에 출전해 덜컥 우승을 하고 넘쳐나는 기재로 무작정 프로기사를 꿈꾸었다. 이렇게 민형이 10년간 고독한 싸움을 버텨나갈 때 형 동완은 그림자 처럼 그에게 붙어 있었다. 동생과 달리 적성에 맞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여러가지 공부를 하다가 뒤늦게 프로기사의 꿈을 꾼 형 동완은 민형 보다 2년 먼저 입단에 성공했고, 입단하자 마자 한국바둑리그에서 7연승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이름을 날렸다. 먼저 입단한 형이 있어 민형은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다. 동완의 동료 기사들에게 지도 대국을 받았고, 입단 당시 경험을 들으며 마음에 안정을 찾았다. 프로 입단 선배인 동완은 동생에게 "편하게 부담없이 대국을 해라. 10년간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서 독기를 품어라."라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줬다. 이런 조언을 들으면서 민형은 입단 대회 중간에 '난 지금 입단 대회가 아닌 그냥 연습 바둑을 두고 있는거야!'라는 말을 옥상에 남기며 마음을 다 잡았다. 두꺼운 검은색 사인펜으로, 게다가 연습 바둑이라는 단어에 밑줄도 쫘악 그으면서 말이다. 동완은 '빨리 입단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민형에게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자극제이기도 했다. 장수영 도장 지도사범 박병규 7단은 민형을 처음 보고 절박함과 절실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남들 보다 빨리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좋았다고 한다.
형제는 나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친하다. 광주에서 살다가 꿈을 이루기 위해서 서울 와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면서 의지할 사람은 오로지 둘 뿐이었다고. "거의 친구나 다름 없어요. 그런데, 적당히 까불어야겠죠?" 같은 시기에 바둑을 시작해 라이벌 의식이 없지 않았을 터. 하지만 형제는 오래된 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대국한 것은 2년 전 쯤(?) 도장리그전에서 두 판 정도라고 한다. "형이 입단하기 전에는 제가 잘 이겼는데, 입단하고 나서는 못 이길 거예요." "입단 전에는 내가 대충 둬서 그렇지." 민형은 "진짜 대회에서 만나면 이기려고 열심히 둘 것 같아요."한다. 하지만 입단 2년차 선배는 여유를 부리면서 "대회에서 만나도 이미 승부는 결정이 나있어요!"라며 동생을 힐끔 바라본다. 티격티격하며 서로를 구박하고 있지만 정이 묻어난다. 동생 민형의 입단으로 여섯번째 형제(남매)기사가 탄생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같은 취미와 특기,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복 받은 일이다. 동완과 민형은 "컨디션은 어때?" 서로의 최근 상태를 확인하며 "중국에 신예기사 중에 눈에 띄는 기사가 누구야?" 등의 질문을 하며 정보를 공유한다. 인생의 1차 목표를 함께 세웠던 동완, 민형은 이제 2차 목표도 똑같다.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비록 입단 시기는 다르지만 늘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형제 동완과 민형은 서로에게 기분 좋은 라이벌로, 든든한 형제로, 상담할 수 있는 친구로 성장할 것이다.
|
총 댓글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