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고 싶은 탤런트기사 '빛나리' 독설가 하니까 생각나는 기사는 ‘빛나리’ 고(故) 김수영 8단이다. 김수영은 70년대 말부터 꾸준히 TV를 통해 얼굴이 알려진 탤런트 기사인데, 구수한 입담에 지칠 줄 모르는 열변가여서 그는 공개해설에는 최고의 연사로 꼽혔다. 그의 별명 ‘빛나리’는 공교롭게도 스스로 지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언제나 광채가 빛을 발하는 대머리. 걸출한 체격에 호방한 풍모는 분명 거인의 위압감을 주지만 그가 막상 대화할 때나 인사를 할 적에는 인자한 동네 아저씨같은 타입이다.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가족오락관’ 같은 오락프로에도 자주 출연해서도 여타 출연자에 전혀 뒤지지 않는 순발력과 입담을 과시해 바둑의 대중화에 상당한 공헌을 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그의 입담을 따라오지는 못한다고 보는 것이 솔직한 평가. 정대상은 아마시절 ‘총잡이'로 불릴 만큼 속사포 바둑. 그는 언제나 어떤 아마추어이거나 항상 대국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다대국(多對局) 체질이다. 물론 그냥은 안 둔다. 밥내기라도 걸려야 둔다. 그는 거의 개그맨 수준으로 웃긴다. 앞서 소개한 김수영의 경우는 구수한 입담에 대중연설에 적합하지만, 정대상은 언더그라운드에서 서로 침이 튀겨 가면 대화하는 스타일. ‘형’ 정대상은 한 수마다 그 수에 대한 감탄사를 지극히 적절한 묘사로서 토해내 좌중을 웃기는데, 그가 만들어낸 바둑은어가 상당할 뿐 아니라(프로의 은어에 대해서는 나중 취재가 다 되면 다시 다루기로 한다), 언제 어디서든지 그의 대화는 은어로 이루어진다. 기사실에서 기기묘묘한 수를 터뜨릴 때마다 동료들은 감탄을 연발하는데, 기력에서도 상대를 압도한다는 의미가 ‘형’속에 들어있다.
‘손오공’은 신출귀몰의 대명사 서능욱 9단의 별명이다. 이름 서능욱과 손오공이란 말이 엇비슷한 느낌도 들어 매우 적절한 닉네임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서능욱은 전투형에다 전류보다 빠른 감각적 바둑을 구사한다. 남들이 보통이라고 인정하는 구도로 바둑을 둔 적이 거의 없다. 언제나 특이한 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들을 구사하곤 한다. 심지어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수를 둔다. 그는 늘 변화를 좋아한다. 그는 남들이 화점을 선호할 때 그는 외목을 두고 남들이 한 칸을 선호하면 자신은 날일자를 쓴다. 아마 그가 예전만큼 성적이 좋지 못하면서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바로 그 독특한 신출귀몰형의 스타일 탓일 게다. 서능욱과 손오공-. 다시 불러도 적절한 별명이다. 서능욱 얘기가 나오니, 패가 떠오른다. 서능욱의 별칭 중 하나는 ‘패능욱’이다. 비슷한 이름으로 강완(强腕)을 자랑하던 김일환 9단도 ‘패일환’, 김승준 9단도 ‘패승준’이라고 불린다. 김일환도 속기파요 전투바둑의 대가다. 그는 바둑을 두는 자체를 워낙 즐겨 어지간히 안면이 있는 아마추어와도 부담 없이 바둑을 즐긴다. 김일환의 바둑에도 워낙 보디체크를 즐기는 까닭에 패가 수두룩하게 나온다. 김승준의 경우는 아직 그렇게 패에 관해 수많은 사연을 간직한 건 아니지만, 7~8년 전 최고위전에서 안조영과의 바둑에서 승부로 패를 걸어놓은 다음 축으로 잡힌 말을, 전부 죽는 줄 알면서, 유유히 나가는 팻감을 써서 당당히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그때부터 ‘패승준’이 유행을 탄다. 김승준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건강미가 넘쳐서 보무당당하게 ‘흑기사’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일단 피부가 검다는 것이 주요인이지만 신예군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의미에서 ‘기사(棋士) 아닌 기사(騎士)’로 불리는 이유가 된다. ‘돌부처’ 생각을 하니 아류로서 ‘돌하르방’이 생각난다. 최명훈은 이창호와 동갑내기로 무려 예닐곱 번이나 준우승 기록을 보유한 불운아. 10년도 더된 과거에 명인전에서 이창호와 2:3으로 팽팽한 접전을 펼친 바 있다. 그때 두 사람은 백을 들고 유난히 서로에게 강했는데, 바둑가의 시각은 백을 들고 이창호에게 이긴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시절이었다. 이창호와 거의 흡사한 바둑스타일이라는 데에 착안하게 되었다. 먼저 공격에 나서기보다는 수비위주의 바둑으로서 기다리다 목표물이 입 주위를 스치면 느닷없이 촉수를 내뱉어 먹이를 낚아채는 스타일. 그런 바둑의 거두가 ‘돌부처’ 이창호이니 그와 흡사한 의미로 ‘돌하르방’이라고 불렀다. ‘황침착’은 황원준 9단 별명이다. 지금은 바둑과 함께 또 다른 직업을 가진 탓에 성적이 떨어졌지만 80년대 황원준은 중후한 바둑으로 장수영 9단과 비슷한 기풍으로 인기가 높았다. 그는 별명으로 ‘황소’도 있는데, 그 별명의 생성이유는 우보천리(牛步千里)라고, ‘느림의 미학’을 실천한 사나이. ‘정나비’는 바둑학 교수가 된 정수현의 기풍이 나비처럼 가볍다는 뜻이다. 지금은 교수님에게 가볍게 시리 ‘정나비’라고 부르기는 뭣하지만 친구들 그룹에서는 아직도 그렇게 부른다. 그는 가벼운 바둑이 그렇듯 파워 넘치는 쪽은 아니지만 이리저리 요모조모 잘도 빠져나가는 아웃복싱으로 시대를 풍미한 행마의 달인이다. ‘홍소금’은 소금처럼 짜다는 뜻으로 홍종현 9단이 주인공. 홍종현은 김인 윤기현과 동시대를 다투었지만 그들보다는 크게 성장하질 못했다. 그러나 70년대까지 그의 기풍은 실리파의 거두로서 손색이 없었다. 즉, 집이 되는 곳이면 2선이고 1선이고 가리지 않고 찾아갈 뿐 아니라, 세력이나 두터움보다는 현실적인 실리를 매우 선호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 유건재 8단은 ‘유묘수’로 불린다. 말 그대로 묘수를 워낙 많이 터뜨려서 붙여진 이름. 유건재는 다양한 방면에 재주가 많아 ‘유묘수’라는 별명이 사실은 꼭 바둑판에서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그는 보험영업도 십 수 년을 해왔고 스카이바둑TV 사장도 역임하는 등 쉼 없는 재주파. 허장회 9단은 ‘하회탈’이다. 언제나 전전한 웃음을 잃지 않는 그는 충암의 맏형으로서 일선에서 제자를 양성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그가 화를 내거나 고함을 지르는 일은 20년 가까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영락없이 둥글둥글한 하회탈이다. 오규철 9단은 ‘무등산 검객.' 날카롭고 스피디한 바둑을 두고 간혹 살을 에는 듯 날카로운 착점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바둑인 오규철은 85년 일반인 입단대회를 통해 마지막 ‘노땅’ 입단에 성공한 케이스. 입단한 후 불과 3년째에 88년 왕위전 89년 패왕전에서 거함 조훈현과 맞닥뜨리는 저력을 보며 검객이미지를 남겼다. 과거 한중대항전이란 이벤트 대회가 있었다. 4인방을 위시한 강호 그룹에 꼬맹이 목진석이 태극마크를 달고 등장한 것은 95년이었다. 15세 꼬맹이 목진석은 ‘철의 수문장’이라는 네웨이핑(聶衛平)에게 극적인 1집반승을 거두어 중국을 놀라게 했다. 중국의 신민만보는 네웨이핑 류샤오광 등 중국의 랭킹3위권 기사를 15세 목진석이 냅다 꽂아버리자 그를 ‘우주에서 온 소년’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우주에서 온 소년’은 부르기가 길어서 불편했다. 그러다 한자로 ‘괴동’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고 지금도 동료들은 ‘괴동아!’라고 다정다감하게 부른다. 외모로 보면 또 ‘피노키오’ 김만수 7단을 빼놓을 수 없다. 어린 시절부터 아마대회에서 출중한 성적을 냈던 김만수는 유난히 코가 길어 영락없는 목각인형 피노키오인데, 피부까지 하얀 탓에 꼭 서양인의 코를 보는 듯하다. 그 많고 많은 별명 중에서 ‘홍타이슨’은 압권이다. 은퇴기사 홍태선은 ‘태선’이란 이름을 늘어지게 읽으면 ‘타이슨’이 된다는 점에 착안한 별명이다. 홍타이슨이란 별명은 ‘빛나리’ 고 김수영 8단이 과거 관전기를 쓸 때 처음으로 사용했다. 워낙 힘이 좋아서 당시 유명하던 타이슨의 핵펀치처럼 무서웠다는 뜻으로 사용한 것이 그 시초.
지금도 조치훈은 수읽기 바둑의 핵심멤버라 할 수 있는데 그는 언제나 대형묘수풀이를 만들어놓고 자학적으로 고민하는 바둑을 즐긴다. 결국 수읽기가 약하거나 낭만적으로 운영하는 타입은 조치훈의 제물이 되기 딱 알 맞는데, 전형적인 그의 폭파술에 걸려든 기사는 오다케히데오(大竹英雄)와 다케미야마사키(武宮正樹). 오다케는 ‘미학자(美學者)’, 다케미야는 ‘우주류’라는 ‘유리깰라’의 기풍을 지니고 있다. 즉, 치열한 생존경쟁보다는 낭만적이고 우아한 맵시가 묻어나는 이름들인데, 그들은 목숨을 걸고 둔다는 조치훈에게는 ‘비닐하우스 체질’은 밥이나 다름없다. 조치훈의 출세가도에 그들이 큰 디딤돌이 되어준 건 익히 알려진 사실. 김수장 9단도 한국의 미학자로 불린다. 고바야시고이치(小林光一)는 ‘도쿄지하철’이다. 알다시피 고바야시의 바둑은 비참하리만큼 굴욕적이다. 따라서 그와 대조적인 우주로 가는 낭만파 다케미야는 고바야시의 바둑을 공개적으로 ‘지하철 같다’며 혹평한 적이 있는데, 그것이 별명으로 굳어진 케이스. 하기야 초(超)자연류인 다케미야가 2선3선으로 발발 기는 고바야시를 폄하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사카다에이오가 ‘면돗날’이라는 별명 같은 별명을 지니고 있다. 사카다는 통산 66개의 타이틀을 보유했던 일본바둑의 전설. 기풍이 살을 에듯이 예리하다는 뜻에서 굳어진 별명이 면돗날이다. 지금도 거장의 바둑 가운데 사카다의 바둑이 가장 애착이 간다는 올드 팬은 상당하다. 얼마 전 타계한 후지사와슈코(藤澤秀行)는 ‘괴물’이다. 후지사와는 일본바둑계에 끼친 공로보다 기이한 행적으로 기사를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은 특이한 체질. 사카다가 선동렬처럼 성적으로 말을 한 투수라면 후지사와는 박철순처럼 파란만장한 역정으로 입지를 다진 인물일 것이다. 이시다요시오(石田邦夫)는 대만출신 린하이펑(林海峰)이 일본바둑계를 휘어잡을 때 혜성처럼 등장한 ‘컴퓨터.’ 이시다는 지금은 이창호의 팬티엄급 능력에 비하면 한참 처지는 286컴퓨터이지만, 당시로는 거명하는 것조차 힘들게 느껴지던 ‘컴퓨터’라는 별명을 보유했다. 이시다와 동시대에 살면서 더 위세를 떨친 이는 역시 대만출신 린하이펑. 그는 별명은 이중허리. 아무리 흔들어도 꿈쩍도 않는 태산 같은 장중함으로 우보천리(牛步千里)를 실행한 중후의 대명사였는데, 한번 무너져도 다시금 추슬러서 일어나는 뒷심이 있었다. 물론 이창호의 ‘삼중허리’에 비하면 약과였다.
네웨이핑의 별명은 익히 알다시피 ‘철의 수문장.’ 그런데 그렇게 불리게 된 연유에 관해서는 사실 팬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있다. 혹시 그가 일중수퍼전에서 중국의 수문장으로서 역할의 해냈기 때문에 생긴 별명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축구를 아주 좋아한다. 그런데 건강상 격렬한 달리기는 피하고 골키퍼를 할 수밖에 없다. 모두 그가 심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혹시 다칠까봐서 강슛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부터 ‘철벽 수문장’이라는 닉네임이 붙게 되었다. 치우쥔(邱峻) 8단이 중국내에서 부르는 별명은 ‘구마왕.’ 그런데 ‘마’자(字)가 마귀라고 부르는 마(魔)가 아니라 연마하다는 뜻의 마(磨)를 쓴다. 한국의 이희성 7단과 매한가지로 엄청 질긴 바둑이라서 한국에서는 ‘아교’로 불린다. 사실 한국에서 보다 중국에서 치우쥔의 에피소드가 많은데, TV에서 바둑프로그램을 녹화할 때 가장 싫어하는 기사가 치우쥔이라고 한다. 그는 매판 바둑을 열심히 두기 때문에 편집 분량이 넘치고 또 공중에서 바둑판을 비출 때 머리가 바둑판의 절반을 덮고 있기 때문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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