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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단 박지은(P) ○ 철이(P)9단 실전 기보를 보자. 기보 수순을 맨처음으로 돌려놓고서 계가를 해보자. 준비 되었어요? 먼저 흑 집이다. 좌변이 가장 커서 32집. 우하귀일대가 20집정도. 우상귀는 8집 정도로 보자. 그러면 토털 60집이다. 백 집은 하변이 15집강. 상변일대가 35집은 되어 보인다. 그렇다면 덤까지 57집정도이다. 문제는 백이 선수라는 것이고, 또 중앙 일대가 부풀어날 공산이 있다는 것이다. 역시 철이가 리드하고 있는 국면으로 보인다. 그러자 철이가 백3으로 홱 젖히면서 자잘한 실리를 허용하겠다는 의중을 선보인다. 흑4로 슬쩍 꼬랑지를 내리자 백5로 품을 넓혀서는 백의 압도적인 우위이다. 중앙에서 예상치 못한 대궐이 생긴다. 워러의 바둑日記<1> 한국기원을 드나드는 워러에겐 언제부턴가 프로를 만나게 되면서 괴상한 습관이 하나 생겼다. 타이젬 대국을 관전하면서 주워들은 풍월 ‘무슨 무슨 ID는 누구누구 프로’라고 ‘카더라’통신의 잔영(殘影) 탓이다. 한국기원에서 마주치는 프로를 보게 되면 “어이! 김사범, 박사범. 오랜만이야.”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어이 공짱사범, 어이 사신사범, 어이 철이사범!” 뭐 이딴 식으로 부른다는 것. 물론 머리 좋은 프로들이라, 그렇게 함정단속을 해봐도 일부러(?) 대꾸를 안하고 미소만 보내주곤 한다. 자기는 ID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말이다. 하여튼 타젬 홈페이지에 나오는 기사정보를 보게 되어도 ID가 먼저 떠오르게 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병이 아닐까 싶다. 어제도 최모, 이모 9단을 만났는데, 이모 9단 왈, “타젬에 진재호가 있던데, 본인이세요?” “응. 나야. 뭐 멋진 이름이라고 ‘진재호’라는 이름으로 가명을 쓰겠어? 당근 워러8단이지.” 그들이 타젬에서 그냥 윈도쇼핑만 했을까? 그냥 둘러만 보다가 워러8단을 보았다는 말인가. 그것은 아닐 터. ‘아이쿠! 이런 철이가 누구인지 물어봐야 하는데…. 아, 까묵었다.’ 뿐 만 아니라 요즘은 심야에 주로 인기 ID가 많이 출현하기 때문에 이부자리에 누워서도 마치 TV켜고 리모콘을 돌려보듯, 모니터를 조절해두고서 대국 감상을 한다. 이런 워러의 ‘친바둑 성향’ 때문에 식구들은 안면에 방해가 된다고 울상이다. 모니터를 밝게 켜놓은 것도 불만이고, 금세 아가씨의 낭낭한 초읽기 소리가 들려서 잠을 못잖다는 것. 하기야 여기 저기 베팅을 해놓았기에 초읽기 소리가 한쪽만 들리는 게 아니다. 그럼 초읽기 소리를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 ‘에이, 그게 없으면 쓰나? 싱숭생숭하게 시리.’ 그래서 본의 아니게 독방을 쓰고 있다. 독방 쓰는 게 익숙해지고 있다. 큰일이다. 참 큰 병이다. '이번 주말은 컴터없는 주말로 살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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