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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장미와 별, 그리고 어린 왕자②

2009년 상반기 다승, 승률, 연승 1위 김지석 5단 스토리

김종서 작가2009-07-14 11: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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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는 완전연소(燃燒)를 꿈꾼다.

김지석의 바둑은 격렬하다. 아직 미완의 그릇이기에 대가들처럼 멋진 단어 하나로 압축할 기풍을 지니고 있진 않지만 젊은 기사들은 그의 바둑에 강미(强味)가 넘친다고 입을 모은다.

백홍석 7단 : 연구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기풍이 변하지 않은 친구는 지석이 밖에 없는 듯싶어요. 대개 오래 바둑을 연구하다 보면 패러다 임이 변화하거든요. 그런데 지석이는 한결같아요. 굳이 표현하 자면 불(火)의 바둑이라고나 할까요? 겉으로 보기에는 한없이 착해 보이는데 바둑은 격렬합니다.

힘 바둑이라면 몇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백홍석 7단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촌평할 정도면 김지석의 기풍이 어떤 쪽인지 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김지석 5단 본인에게 기풍을 물으니 양 볼에 홍조를 띄며 뭐라고 말할 듯 말 듯 망설인다. 까다로운 상대를 물어봐도 망설임은 계속 된다. 좋아하는 기사를 물으니 조그맣게 ‘이창호 사범님’이라고 대답한다. 이유는 없다. 물어보는 쪽이 복장 터진다.
그래서 막장 인터뷰로 다짜고짜 이거저거 물어보기로 한다.

“어릴 때부터 산수를 잘했다던데 계산이 강한가요?”
“아뇨. 계산은 약합니다. 직감적으로 두는 편이에요.”
“중국의 구리 9단과 붙어보고 싶지 않아요?”
“꼭 붙어보고 싶어요.”

짧지만 씩씩한 대답이 모처럼 돌아온다. 이세돌, 이창호와도 자주 대국해보고 싶단다. 역대 전적은 밀리지만 지금 만나면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표정이다.

“여태 둔 바둑 중 가장 기억나는 명국을 든다면?”
“명국은 고르기 좀 그렇구요. 지난 번 엘지 배 32강전에서 중국의 쓰위에한테 패배했던 바둑은 아마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초반에 판을 잘 짜서 끝난 바둑인데 중반부터 슬슬 꼬이더니 끝내기에서 조금씩 당해 마치 최면에 걸린 것처럼 지는 길만 찾아가는 거예요. 열 받아 죽을 뻔했어요.”

곱상한 얼굴에서 과격한 언어가 불쑥 튀어 나온다.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는 표정이다. 아아 이 스물 한 살의 청년, 정말 가슴에 불덩어리가 이글거리고 있구나! 명국을 고르라 했더니 열혈패국을 들고 나오다니.
좀처럼 가장자리를 맴돌던 인터뷰가 그 대목에서 활기를 되찾으며 승부사의 내면 깊숙이 헤집고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뜨거운 영혼의 불꽃으로 자신을 태우고 상대를 태우고 마침내 바둑을 태울 날이 언젠가는 오겠지. 외적인 성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아름다운 것은 완전연소 아닐까? 시인 안도현이 노래한 연탄재의 열정처럼.

'센돌류'에 무너진 원조 쎈돌 김지석 vs 이세돌
거함 쎈돌을 격침시킨 주인공은 왕년의 바둑신동 김지석. 기발하고도 공격적인 착상으로 시종 이세돌을 괴롭힌 끝에 예상외의 압승을 거두면서 소속팀 영남일보가 1위 제일화재를 잡는데 일등 공신이 되었다.

○…네비게이션은 언제나 한 길만 가리켰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원생이 되어 중학교 2학년 때 프로에 입단한 김지석의 행로를 다시 밟아본다.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서울과 광주를 무던히도 자주 오르내렸었다. 주말마다 한국기원에 나가야 했으니 어머니가 몰았던 승용차의 누적 주행거리는 얼마나 될까? 그토록 고생했으면서도 어머니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밝힌다.

“지금 열심히 하고 스스로 즐거워 하니까 대견하지만 어쩔 때 잠든 지석이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미안해서 눈물이 핑 돌곤 해요. 너무 어려서부터 바둑돌을 쥐게 해서 친구가 없거든요. 바둑계 친구들밖에는. 별다른 취미생활도 즐기지 못 했고, 가족끼리 여행해 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남달리 뛰어난 재능을 보여 많은 이들이 큰 기대를 했지만 김지석의 행보는 예상과 달리 경쾌하진 않았다. 소년기에 자신의 기재를 확인해보고자 하는 어른들의 채근이 부담스러웠고, 바둑도장에서는 형들의 텃세에 시달리다 못해 몸싸움을 벌인 적도 있었다. 그리고 한때 건강이 좋지 않아 심신이 무기력했던 때도 있었다.
연구생 7조와 6조 사이를 수없이 드나드는 제자리걸음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 그런 아들이 안쓰러워 부모는 몇 번이고 포기를 결심했지만 돌아서면 그 아들이 물끄러미 바둑판만 내려다보고 또 커튼 뒤에 쪼그리고 앉아 바둑 책을 보고 있었다.
그것이 그 아이의 운명이고 인생이었던 것이다.

2003년 11월 김지석은 마침내 제97회 일반인 입단대회에 출전해 파죽의 6연승을 거두며 선두를 달렸다. 한판 만 더 이기면 입단하는 상황. 광주의 아버지가 달려와 자리를 지켰는데 공교롭게도 삐끗 실족하며 1패를 기록했다. 아버지는 그 원인이 자신 때문이라며 화들짝 놀라 기원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 다음 판을 거뜬히 이기고 김지석이 프로 면장을 확보한 순간 아버지는 자신이 서울대에 합격했을 때보다 기뻤다고 고백했다.


●…날아라! 어린 왕자

유년기와 소년기 전부를 바쳐 얻어낸 ‘프로’라는 타이틀. 그 엄청난 성취감을 맛보자 다소 긴장이 풀렸다. 목표를 달성하고 난 뒤에는 ‘좀 놀았다’고 했다.
피아노도 배우고 테니스도 즐기며 사람답게 성장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작년에는 김주호와 제주도 일주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도 했었다.

초등학교부터 오전 수업만 해왔지만 김지석의 학업성적은 괜찮은 편이었다고 한다. 충암중, 충암고를 나와 외국어대학교 수시모집에 응했는데 백홍석은 붙었고 김지석은 떨어졌다. 지석의 일본어 실력을 아는 이영구(외대생)가 교수님들께 애교어린 항의를 했다.
“지석이를 왜 뽑지 않으셨습니까? 바둑도 잘 두는데다 일본어 실력도 괜찮은데요.”
그러자 교수들이 무릎을 탁 치며 아까워했다.“그래? 진작 알려주지 그랬어. 그 친구 2분 동안 자기 자랑을 해보라고 시켰다니 아무런 말도 안하던데?”
김지석 5단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에피소드다. 입학전형이든 취업면접이든 일단 응시했으면 최단 시간 내에 자기를 보여줘야 하는 법인데 그는 절대 자기의 광채를 스스로 드러내지 못한다. 이 웃지 못할 일화를 통해 우리는 오히려 프로기사 김지석의 순수에 매료된다. 까짓 거 자랑 못해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들 누가 흉을 보랴? 반상에서 뜨거운 열정과 자신의 우주관을 보여주면 그만이지.

“아직 부족합니다. 좀 더 성장하고 나서 인터뷰했으면 고맙겠습니다.”

김 5단의 부친 김호성 씨는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아직 타이틀을 따지도 않았고, 국제무대에서 큰 활약을 펼친 적이 없는 김지석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시기상조 아니냐는 뜻이었다.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공감하지만 2회에 걸쳐 소개되는 타이젬의 ‘김지석 스토리’는 말 그대로 떠오르는 신예기사 김지석의 면모를 바둑 팬들에게 소개하려는 기획의도에서 비롯되었음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프로는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바둑문화를 몸으로 보급하는 탤런트와도 같다. 이미 김지석은 모든 바둑매체에 상반기 3관왕으로 소개되었고 앞으로 수없이 자주 언론에 노출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정도 인물 스케치는 가벼운 응원의 메시지로 읽어주셨으면 고맙겠다.

지구를 찾아와 1년 동안 많은 진리를 깨우친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로 귀환하게 된다. 지구를 떠나며 어린 왕자는 나에게 말한다.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보면 내가 그 별 중의 하나에서 살고 있고, 내가 그 별 중의 한 별에서 웃고 있으니까 아저씨에게는 모든 별이 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갖게 될 거 야. 그리고 위로를 받으려 할 때는 나를 안 것이 기쁠 거야. 아저씨는 언제까지나 내 친구가 되지. 나하고 웃고 싶어질 거고, 그리고 가끔 그냥 창문을 열겠지.“

어린 왕자 김지석. 바둑계를 바라보면 그 안에 그대가 웃고 있어 우리는 웃을 줄 아는 별 하나를 갖게 되고 그로 인해 바둑계 전체가 환해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언제나 흔쾌한 마음으로 바둑의 창문을 열 수 있기를. ☞ 장미와 별, 그리고 어린 왕자 ① 바로가기

◆…(After Service) 김지석 10문 10답…◆

1. 취미 - 테트리스(공간지각력 습득을 위해^^레벨 : 神 등급)
2. 최근 읽고 있는 책 - 大望(2년 7개월 동안 4권 째 독서 중^^)
3. 감명 깊게 본 영화 - 아마데우스(천재 이야기라 공감이 컸겠지?)
4. 인터넷 바둑 성적 - 별로 안 좋음(늘 다른 窓과 병행하므로)
5. 즐기는 운동 - 유도(근접전 전투력을 위해^^)
6. 식성 - 뭐든 안 가리고 잘 먹음.
7. 밥 잘 사는 선배 - 박영훈 형 고마워요~
8. 연간상금 많았을 때 - 재작년 1억 돌파했다는데 엄마 통장으로 입금돼 잘 모름(용돈 받아씀)
9. 여자 친구 - !@#$%^&*(버벅거리는 것으로 미뤄 확실히 있다고 사료됨)
10. 좋아하는 연예인 -
문근영(귀엽잖아요. 기부천사에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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