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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수첩]

바둑이 내게로 걸어 들어왔다

부산 연제바둑쉼터 사람들

김종서 작가2009-07-23 09: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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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가수 함중아 vs 때로때때로 6단

타이젬 때로때때로 6단과 가수 함중아 씨는 영원한 라이벌이다. 치수는 함중아 씨가 정선으로 두는데 그 대신 환상의 애드리브가 강해서 바둑 핸디는 큰 의미가 없다. 두 사람이 내기 바둑을 둘라치면 기우들이 주변에 8폭 병풍처럼 둘러서서 베팅을 한다. 베팅은 아무래도 상수인 때로때때로 6단에게 쏠리지만 꼭 한 두 사람이 금액을 맞추어 함중아 씨 쪽으로 걸기 때문에 배당은 정확히 균형을 이루게 된다.

필자가 올해 초부터 타이젬 스페셜 다큐멘터리 취재를 위해 부산을 자주 들렀는데 갈 때마다 많은 바둑 인들께서 여러모로 편의를 봐줬는데 그 분들의 아지트가 바로 연산동 로터리 부근의 연제 바둑쉼터였다.

그런데 부정기적으로 그 곳에 들를 때마다 두 라이벌이 심야에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겨울과 봄에는 때로때때로 6단이 아주 수월하게 판을 짜며 함중아 씨를 주무르는 느낌이 강했다. 두 판을 이기고 한 판을 살짝 양보한다거나 한판씩 나눠 갖는데 이길 때 방수를 크게 올려 항상 바둑 통 밑에 걸어둔 지폐를 수거해가곤 했었다.

이번 여름에 찾아갔을 때는 상황이 역전되어 있었다. 함중아 씨가 두 판을 내리 이기고 한껏 너털웃음을 터뜨리자 때로때때로 5단이 잔뜩 열을 받아 ‘따따블!’을 부르고 이른바 엎어 쓰기를 신청했다.

“니는 안 된다 아이가! 정 빡빡하믄 호선으로 맞춰서 둬도 괘않고?”
“말로만 그카지 말고 그라믄 호선으로 두실랑교?”
“아이다. 따따블 판인데 내한테 베팅한 사람들 생각해서 오늘은 그냥 둘끼다.”

함중아 씨 특유의 냉탕 온탕 화법에 때로때때로 6단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의 타이젬 기보를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기풍이 아주 두텁고 유연한 스타일인데 상대의 도발에 발끈 달아올라 초반부터 독수와 강수를 연발하기 시작한다. 함중아 씨는 타이젬 4단 정도의 기력, 그러나 잔 수가 밝고 뚝심이 좋아 난전을 즐기는 쪽이다.

한쪽 귀에서 출발한 기세싸움이 중앙으로 번지고 급기야 집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대형 수상전이 전개되면서 양쪽에 베팅한 관전자들이 침을 꼴깍 삼키며 반상에 머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 연산동 로터리.

“우화화화 6수와 7수! 끝났다. 깔끔하게 돌을 던지삐라. 내 술 한 잔 사줄게,”

함중아 씨가 손가락으로 흑백 대마의 수를 헤아려주고 나서 항복을 권유한다. 주변의 관전자들이 일제히 그 말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인정합니더! 바둑 엄청 느셔삣네.”

싹싹한 성격의 때로때때로 6단이 돌을 던진다.
지켜보던 필자가 끼어들었다.

“진짜 많이 늘었네요?”
“김 작가. 이런 말 이해할지 모르겠네. 최근에 바둑이 내 가슴 속으로 걸어온 기분이야. 뭐랄까? 스파크가 팍 일어났다 아이가!”

왕년의 가수답게 멋진 표현력을 과시한다.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폭소를 터뜨리는데 때로때때로 6단만 시니컬하게 쏘아보고 있다가 입을 연다.

“바둑에서 그런 스파크 일어난 느낌 처음이지예?”
“응.”
“그라믄 아직 멀었심더. 그런 스파크 열 두어 번 일어나야 비로소 바둑이 보일낍니더.”
“허걱!”

또 모두가 박장대소한다.
그 날 함중아 씨는 3판을 이기고도 적자를 기록했다. 주변에서 자신에게 베팅한 우군들에게 막말로 과도한 뽀찌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 부산여성기우회(왼쪽부터-김향희, 이옥자, 문춘님, 이영희)

S#2. 부산 연제바둑쉽터 사람들

부산의 연산동은 시청이 이전하면서 급격하게 발전한 신흥부도심 지역이다. 사방팔방으로 뻗은 연산로터리 한 모퉁이에 자리 잡은 ‘연제바둑쉼터’.
이곳은 기원이라기보다 부산 바둑 인들의 사랑방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지난 겨울 개업하던 날 찾아갔더니 참 많은 바둑 인들이 모여 있었다.
부산 아마 바둑계 상위 랭커들이 거의 모두 찾아왔고,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최철수, 김철중, 백승이, 주성면 사범과 부산 바둑협회 이사들이 대거 진을 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눈에 확 들어오는 분들이 바로 여성기우회 멤버들이었다.

“우리는 전바협 소속 원장님들의 부인들입니다. 바둑학원의 특성 상 부부가 함께 힘을 합쳐 운영해야 하므로 내조를 잘 하려면 바둑을 배우는 게 당연했지요. 그러다 보니 여성기우회로 자연스럽게 발전하더라구요.”

어떤 모임이든 부인들의 지지를 얻으면 결속력이 강해지는 법. 그래서 부산 전바협 멤버들의 모임에서 심야 귀가에 따른 초읽기 같은 제한은 거의 없다. 바둑 친구들의 모임은 술자리여도 동업자들의 회의로 간주된다. 부인들의 넉넉하게 봐주거나 아니면 동부인해서 같이 만나기 때문이다.

원래 바둑협회 사무실에서 모이는 게 순리지만 협회사무실이 부산역 쪽에 위치해있다 보니 서북부 주거지역에 모여 사는 멤버들의 이동이 번거로워 연산동에 쉼터 하나를 만들었다고 했다.
사통팔달(四通八達)의 연산 로터리에 자리 잡은 연제바둑쉼터는 그래서 부산 바둑 인들의 둥지가 된 것이다.
부산에 가서 바둑 인들을 두루 만나고 싶다면 연산동을 찾아가시라. (051-851-6616)


▲ 개업식에 모인 부산 바둑인들.


S#3. 두 라이벌의 꿈

요즘 함중아 씨는 사상구 파라곤 호텔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면서 ‘무서운 아이들’이란 그룹으로 매일 공연 중이다. 또 7080세대의 애창곡이 꾸준히 인기를 얻으면서 방송활동도 재개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듯싶다. 또 그 동안 200여 곡을 작곡해 모아두었다. 좋은 후계자를 양성하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밝혔다.

필자가 타이젬을 통해 소개했던 파리넬리 이원석과 인연을 맺은 뒤 무대공연도 함께 했고, 해운대 센텀시티에서 매주 펼쳐지는 ‘함중아 노래교실’ 게스트로 출연시켰었다. 머잖은 시기에 이원석이 함중아 씨의 곡을 받아 활동할 가능성도 높다.

함중아 씨의 대표적인 국민가요 ‘내게도 사랑이’와 ‘안개 속의 두 그림자’는 아직도 노래방 애창곡으로 손꼽혀 매달 저작권료가 들어온다고 한다. 아무쪼록 좀 더 반향이 큰 히트 곡 하나 터뜨려서 마음 편하게 바둑을 즐기는 날아 많아지길 바란다.


▲ 연제바둑쉼터의 김용주 원장.

함중아 씨의 영원한 라이벌 때로때때로 6단의 실명은 김기배(49)씨다. 기장에서 부동산사업을 하고 있는데 워낙 바둑을 좋아해 퇴근하면 무조건 연제바둑쉼터를 찾는 멤버다. 바둑 베팅을 워낙 좋아해서 과거 대쉬 바둑을 즐길 때 오래도록 사이버 머니 보유 1위 자리를 고수했다고 한다. 타이젬에서도 여러 개의 아이디로 베팅을 즐기며 베팅이벤트나 바둑대회에 꼭 참가하는 타이젬마니아다.

유저수첩 20화에 소개했던 평범 9단의 세진기원에도 자주 들르고 바둑 인들계 모임 총무를 맡아 부산 지역 프로기사들과 아마 사범님들을 깍듯하게 모셔 모두의 사랑을 받는 부산 사나이다.
최근 3년 사이 바둑 인들과 술집에 간 날 수가 500회를 넘는데 2차, 3차까지 분류하면 1천 회는 간단히 넘어가지 않을까?
그렇게 바삐 움직이면서도 밤에는 밀리터리 소설을 습작하는 문학도로 변신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연제바둑 쉼터 바둑 친구들을 전부 온라인으로 묶을 생각입니다. 시간이 되면 쉼터에서 만나지만 서로 바쁠 때라도 타이젬을 통해 숨결을 나누자는 이야기죠. 그래서 아예 타이젬 동호회 하나를 만들까 싶습니다.”

그의 소망대로 동호회가 만들어진다면 그 팀의 에버리지 기력은 아마 타이젬 최고 수준이 아닐까 싶다. 함중아 씨와 때로때때로 6단의 기력이 그 동네에서 가장 하급자 수준이니까.^^


▲ 기원에 모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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