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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김지석이 뜬다

이창호 꺾고 생애 첫 우승

진재호 바둑평론가2009-08-24 15: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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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은 자신을 희생해서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싹트게 한다. 아직 낙엽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던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도 어김없이 그랬다.

도저히 낙엽이 아닐 것으로 짐작되는 이창호가 최근 들어 새로운 스타 탄생의 '후원자(?)'가 되고 있다. 지난 해 왕중왕전에선 강동윤에게 물꼬를 터줬고 오랜만에 등장한 물가정보배에서는 20세 김지석에게 첫 타이틀을 넘겨준 것.

제5기 한국물가정보배 결승 3번기에서 '어린왕자' 김지석 5단은 그동안 4전4패로 한판도 이겨본 적이 없던 이창호 9단을 맞아서 맹위를 떨치며 2-0으로 완승을 거두고 생애 첫 타이틀을 차지했다.

지난 12일 벌어진 1국에서는 역전승을 거뒀다. 이 9단은 중반 이후 한참 유리하던 형세에서 조금씩 양보를 하는 등 형세분석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고, 김 5단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19일 2국에서는 1국과 다르게 김 5단이 완승을 거뒀다. 초반 주도권을 잡은 다음 마지막까지 이렇다 할 기회를 주지 않으며 이 9단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양보할 건 다 양보하고 확실한 길을 택한 김 5단의 냉정함이 빛을 발했다.

한때 바둑신동으로 불리면서 바둑가에서는 일찌감치 눈여겨봤던 김 5단. 바둑가에서는 '포스트 이세돌'로 강동윤과 함께 김 5단을 후계자로 꼽았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조금 늦게 꽃을 피운 감이 없지 않다. 기복이 심하고 갑자기 무너진다는 약점이 선명했으나 올해 들어서 그러한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중평.

김 5단의 스승인 권갑룡 7단은 "곱상하게 생긴 것과는 딴 판으로 규모가 큰 바둑이다. 수읽기를 해도 판을 크게 짜는 식이다. 이세돌 9단과는 또 다른 타입이어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한다. 강동윤과 함께 한국바둑의 희망이 될 것"이라며 김 5단의 장래성에 큰 점수를 줬다.

생애 첫 타이틀을 획득한 김 5단은 현재 44승8패(85%)로 승률 1위와 다승 1위를 차지하면서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명인전과 천원전도 본선에 올라 있으며 최근에는 삼성화재배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아직 끝이 아니라는 얘기. '이세돌 휴직' 이후에 한국바둑계에 나타난 또 다른 선물이다.

국내 기전 우승에 도전했던 이창호 9단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1기 대회에서 박영훈 9단에게 패했던 이 9단은 4년 만에 결승무대를 다시 두드렸지만 김 5단에게 막히며 물가정보배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8월 22일자 부산일보 [진재호의 바둑풍향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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