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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단 joonkimomo ○ 9단 번개소문(P) 제2보(22~) 우리의 벙개, 식지 않는 승부욕 프로기사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당연히 바둑을 두고 있을 것인데,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보게 되면 누구랑 두는지 어떤 ID로 두는 지 몹시 궁금해질 터. 그러나 그 모습이 번개소문일 경우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늘 타젬의 번개소문이니까. 그러한 모습은 또 다른 타젬 개근상후보 joonki와 매우 흡사하다. 그가 타젬을 즐겨두는 까닭은 느슨한 상대에게 손맛을 보기 보다는 힘든 상대에게 짜릿한 손맛을 경험하기 위해서이다. 승부를 하는 사람은 짜릿짜릿한 그 손 맞을 잊지 못한다. 자신의 내공과 상대의 내공을 맞비교하면서 뭔가 자신이 가지지 못한 비기(泌技)를 습득하는 그 맛. 한판의 승부에 T머니가 얼마나 걸렸는지를 궁금해 하고 누가 이길까에 관심이 많이 가는 우리네 취미파와는 다른 풍경이리라. 지난달 강릉에서 세계청소년대축제 행사에서 만난 번개소문. 대학기숙사에 설치된 pc방에서 조훈현 등 6명의 기사가 한데 모여 오랜만에 보는 문명의 이기 pc를 접했다. 모두들 바둑이 고팠는지 앉자마자 바둑사이트에 접속을 했다. 거의 다 자신의 실력보다 아래인 유저들과 ‘몸 풀기 대국’을 하더니, 이젠 진한 승부가 그리워졌을까? 결국 한 대의 pc에 우르르 몰려가서 집중하게 되었다. 바로 번개소문과 중국9단과의 대결이 가장 흥미로웠기 때문. 타젬바둑은 이미 세계의 초강자들이 득실거린다는 것은 불문가지. 중견프로들은 거의 타젬에서 대국하기를 무서워한다. 그 와중에 번개소문만은 자신이 승부사임을 잊지 않으려는 듯 날 선 젊은 승부사들과 내공을 겨룬다. 지는 일도 많다. 굴하지 않는다.
백1에 흑2가 집요하다. 일단 귀를 지킨다는 뜻도 잇지만 백3를 바삐 부르는 효과가 있다. 흑12까지 되고 보니 우상귀의 자세가 너무 좋다. 그러나 그 굳건한 자세에도 허점이 있다는 듯 백15,17으로 후벼 판다. 마치 접바둑의 삭감 자세처럼 보인다. 또 백19으로 붙여간다. 정신없다. 이 ‘나바론의 요새’ 하변에서 한쪽만 살아나가도 백으로서는 대성공이라는 듯하다. 결국 좌상귀를 도려내었다. 아직도 상변 일대는 약간의 뒷맛이 남아있다. 백29로 뛰어두자 더더욱 앞서 파먹은 좌상귀가 빛이 난다. 29부터 좌변이 커지려하자 흑32로 견제 겸 하변 확장을 노린다. 따라서 백33은 하변을 뭉개면서 하변을 또 키우는 수법이다. 그러자 흑34로 한 칸을 뛰어 좌변을 망가뜨리자 백은 35,37로 젖혀 이어둔다. 이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조그만 끝내기가 도데체 뭐람? 그러나 이 수는 다음 ‘가’로 껴붙이는 수와 ‘나’로 침입하는 수 등이 남아있어서 실제 집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흑A의 찌르는 수에 대비하기도 했고. 흑40으로 침입했을 때 백41로 밀어간 수가 평범속의 비범. 백49로 단수를 친 것이 ‘벙개’의 노림수. 다음 백51로 축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듯 빠져나간다. 그래서 백59로 뿌리를 뽑아버린다. 애초에 드넓었던 상변 흑은 거의 절반이 깎여져간 셈이다. 어떤가? 이 정도만 해도 신랄하게 파먹었던 것이 아닌가. 이것이 날렵하고도 살을 에는 듯한 번개소문 바둑의 실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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