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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雜學]

다리떨기로 파리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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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호 바둑평론가2009-09-15 16:3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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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업으로 삼는 프로들의 대국은 언제나 두 검객이 검을 맞대고 서서히 돌아가며 틈새를 엿보듯 살벌한 법. 그러나 그들도 인간인지라  긴장의 끈을 잠시 놓아보는 별의별 ‘풀어진’ 동작이 습관처럼 나오곤 한다. 당구를 칠 때, 굴러오는 공의 궤적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몸을 비트는 것처럼.

요즘은 TV를 통해 프로의 대국을 실물로 볼 기회가 잦지만, 10년 전만 해도 프로의 대국은 언제나 학처럼 단아하고 잘 가꾼 수석(樹石)처럼 이루어지는 줄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들은 언제나 도(道)를 강조해왔고 바둑의 길은 구도의 길이라고 여겨왔기 때문이다. 물론 번개불에 콩 구워먹는 속기시대에는 이러한 ‘개성’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다리 떨기는 가장 흔한 몸부림

아무래도 버릇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조훈현 9단의 다리떨기일 것이다. 10년 전 만해도 이러한 습관을 구경할 일이 잦았다. 주로 특별대국실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았던 조훈현은 그 넓은 소파가 자신의 잠자리보다도 더 익숙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결정적인 한 수를 터뜨리고 상대의 응수를 기분 좋게 기다릴 때 주로 나온다. 즉, 상대가 고심하는 사이 ‘제발 그 곳에 놓아 달라’ ‘당신이 착수하면 나는 강수를 터뜨릴 것이다’란 생각을 가질 땐 천하의 조훈현도 약간 흔들렸을까? 그런 상황이 극에 달하면 여지없이 마구 떨었다.

그가 다리떨기를 할 때 따라다니는 레퍼토리가 있으니 그것은 중얼거림이다. 즉, 다리를 후들후들 떨면서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중얼대는 것이었다. 지금도 대국 중에 한번 씩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아이쿠, 이런 바보!” 하며 책망하는 소리가 들려오곤 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곤 한다.

조훈현은 사진기자들이 상당히 좋아하는 기사이다. 안 그래도 정적인 바둑에서 사진을 찍을라치면 다양한 표정밖에 찍을 게 없는데, 조훈현같이 액션이 큰 기사는 사진이 산다는 장점이 있다.

그가 지금은 금연에 성공했지만 과거엔 ‘장미’담배를 하루에 3갑이나 태웠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 따라서 그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인 후 손가락에 끼운 채 다리를 몹시 후들거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손에 들린 담배에서 긴 재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테이블에 떨어지는 일도 가끔 있었다. 대국 중 담배를 피워도 되는 때의 얘기이다.

다리떨기로만 따지면 더한 쪽은 한철균 7단이다. 한철균은 기사회장을 역임했으며 바둑TV에서 유머러스한 멘트로 인기를 얻고 있는 중견. 그러나 그도 대국장에 들어가면 마치 큰 도박에 전 재산을 올인 한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는 쪽이다. ‘사시나무 떨 듯’이라고 한다면 더욱 적절할 것이다.

그는 조훈현의 다리떨기보다 2배는 족히 빠르다. ‘파르르’ 양 다리를 좌우로 벌렸다 오므렸다하는 모습은 그 속도로만 보면 파리도 잡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는 또 시력이 좋지 않아서 그런지 대국 중에 바둑판과 머리가 거의 접촉할 정도로 심하게 숙이는 습관이 있다. 그리 아름다운 광경은 아닐 테지만, 상상해 보라. 바둑판에 머리를 맞닿은 채로 사시나무 떨듯 하는 다리의 모양을.



●…꼬기와 떨기의 차이


다리를 쓰는 것이긴 하지만 떨기와 꼬기는 다르다. 다리 꼬기 자세로 대여섯 시간을 버티는 신사들도 상당하다. 주로 예선 시합에서는 소파가 아니라 일반 의자이기 때문에 다리를 꼬고 안정된 자세로 생각에 잠기는 사색파가 꽤 많다. 이기섭․ 심종식․ 양상국 등 노장기사들은 오래된 ‘다리 꼬기파’이며 다리는 ‘짧지만’ 꼬기의 거두로 김인 9단도 있다.

 

은퇴기사 윤기현 9단은 같은 꼬기라도 발목부위를 다른 쪽 허벅지에 올리는 제기차기 식이며 김인은 한쪽 허벅지를 다른 쪽 허벅지에 올리는 본격적인 꼬기.

그런데 재미난 건 다리를 꼰 상태로 떨기도 한다는 것이다. 일반 의자에서 보통 대국을 하다보니 엉덩이에 땀도 차고 오래 같은 자세로 있다 보면 좀이 쑤시기도 한다. 이때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몸을 틀기도 하는데, 그러다보니 찾아낸 동작이 아예 의자 위에 다리를 들어올려 책상다리로 앉아버리는 자세이다. 방석을 깔고 앉듯이 말이다.

의자에서 가부좌를 트는 자세로 양반다리를 한 것도 장 시간 앉아있기 딱 좋은 포즈. 아마추어도 상당히 많이 따라 한다. 동네기원을 가도 그 기원의 고수급들은 폼 나게(?) 이 자세를 자주 취한다. 여러분이 자주 나가는 기원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런 분이 있다면 분명 고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무릎을 꿇은 자세도 상당히 자주 나온다. 이 자세는 중반 이후에 주로 나타난다. 즉, 중반 이후 승부처가 도래하게 되면 아무래도 자세를 다시 잡기 일쑤고 그런 과정의 일환으로 의자 위에 아예 무릎을 꿇고 ‘반성하는’ 자세로 돌입하는 경우이다. 이 포즈는 비교적 학구파로 불리는 그룹이 자주 선보이는데, 김수장 강훈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프로보다 아마고수들의 바둑에서 더더욱 자주 대할 수 있다. 아마고수들의 바둑은 제한시간이 비교적 짧아 순식간에 바둑을 끝내야 하므로 아예 의자 위에 구두를 벗은 채 무릎을 꿇고 바둑판을 쏘아보는 포즈가 자주 나온다. 아마추어 중에는 김정우 아마7단이 대표적이다.

무릎꿇기와 비슷한 포즈로는 한쪽 다리만 올려서 턱을 괴는 자세도 잦다. 이 역시 프로보다는 아마고수에게서 흔히 보는 모습. 아무래도 양말상표가 보여야 하는 관계로 가장 비위생적인 포즈이다.(무릎 꿇기는 엉덩이로 발을 가리지만)



●…눈치보기는 신예기사시절엔 유행처럼


몸짓으로 나오는 버릇 중 ‘눈치보기’도 빠질 수 없는 버릇 중 하나이다. 상대의 착수를 기다릴 때 상대의 눈치를 힐끗힐끗 보는 행위를 말한다. 그 방면의 일인자 하면 역시 유창혁 9단이다.유창혁은 20대 때부터 상대를 노려보는 ‘힐끗 보기’를 시도했고 바둑가에서 그것에 대해 말들이 많았다. 유창혁은 당당하게 ‘자, 이 한수가 어때?’식이 아니라 ‘흘깃흘깃’ 엿보는 분명 눈치 보기였다. 상대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버릇이 카메라에 자주 비치게 되니 팬들도 그 습관을 대하게 되었다. 지금은 씻은 듯 사라진 습관이지만.

상대를 노려보는 버릇은 이세돌 9단도 부류. 한 수를 당차게 내려놓고는 ‘이 한 수가 멋지지 않아?’식으로 상대를 힐끗 쳐다본다. 그는 아직도 대국 중에 그런 습관이 남아있다. 노려보기로 치면 일본의 요다노리모토 9단을 따를 자가 있을까. 그는 사무라이가 검을 내리칠 때의 터져 나오는 섬광을 갖고 있는데, 눈매가 매서워 감히 함부로 부닥치길 꺼려하는 무사(武士)형 눈빛이다.

유창혁과 요다는 97년 80만 달러를 놓고 삼성화재배와 응씨배에서 나란히 격돌했는데, 그때 응씨배는 유창혁이, 삼성화재배는 요다가 차지했다. 이를 두고 바둑가에서 두 사람의 ‘눈싸움은 비겼다’는 표현도 흘러나왔다.

이창호 9단의 경우는 그는 지금도 ‘눈 찡그림’을 자주 선보인다. 어린 시절엔 스승 조훈현과의 대국에서 ‘포연’때문에 눈이 따가워 그런 줄 알았는데, 스승이 금연을 하고 난 다음에도 그 증세가 사라지지 않은 것을 보면 그야말로 평소습관인 듯하다.


●…조치훈 버릇 3종 세트

조치훈은 수읽기에 한없이 빠져드는 것이 승부를 떠나 스스로 구도자의 길이라고 믿는 집념파. 버릇도 가장 요란한 버릇은 조치훈이다. 그의 주특기는 성냥 허리꺾기와 휴지 뜯기.

그는 80년대 초까지 성냥꺾기가 공전의 히트작이었다. 조치훈과의 대국은 바둑판과 무릎 사이의 공간에다 성냥을 아예 통째로 갖다 놓으면서 시작된다. 조치훈은 바둑이 잠시만 어려워지면 곧장 성냥갑에서 하나 둘씩 성냥개비를 꺼내어 속절없이 허리를 분질렀다. 성냥은 두 손으로 분지르는 것이 아니고 한손으로 허리를 똑똑 분지르는 식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조치훈의 대국장 재떨이에는 언제나 산화하지 못한 성냥만이 너저분하게 쌓여만 갔다.

80년대 후반부터 조치훈은 화장지를 쥐어뜯기 시작한다. 화장지도 조치훈에게는 음료수처럼 필수로 비치된 용품. 조치훈은 화장지를 처음엔 솜사탕 뜯어먹듯 뽑아내는 식이지만, 좀 지나면 뜯어진 화장지를 다시 돌돌 말아서 뭉치게 한 다음 그걸 다시 힘주어 뜯는 로테이션을 반복한다. 그것이 승부호흡이니 말릴 수도 없는 것.

사실 조치훈은 조훈현만큼이나 카메라맨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꾸밈없이 제 표정을 확실히 지어주기 때문이다. 최근엔 자기학대형 쥐어박기가 또 대세이다. 머리를 쥐어박는 애교형이 아니라 머리를 두들겨 패는 자기 학대형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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