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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사랑의 전령(傳令), 김효정 2단

사랑스러운 욕심쟁이, 팔방미인 그녀

김종서 작가2009-10-22 15: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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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60만이 바둑을 배운다면

“와우, 분위기 최고지요. 생각보다 군인들이 바둑을 좋아합니다. 단수부터 시작해도 상당히 빨리 기리를 터득하는 편이에요. 생각 같아서는 육해공 전군에 바둑이 필수적으로 보급됐으면 좋겠어요. 60만 병력이 바둑을 익히면 그 분들이 전역해서 아내들과 바둑을 둔다 치면 120만, 자녀들에게 가르친다면 수백 만 훌쩍 넘잖아요?”

프로기사 김효정의 음성은 하이 톤이다. 워낙 성격이 밝아 그녀의 음성을 듣는 사람도 덩달아 기분이 환해진다. 10년 남짓 바둑TV 해설자로 활동한 까닭에 발음이 정확하고 논리가 정연하며 개울물처럼 막힘없이 하고 싶은 말을 털어놓는다.

방송을 통해서 얼굴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요즘 군부대를 찾아다니며 바둑을 보급해 푸른 제복의 열혈청년들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미녀기사로 떠오르는 화제의 인물이다.

“군부대 바둑보급은 우리 여류기사회가 오래 전부터 기획해왔던 일입니다. 한국기원과 국방부도 협조해서 지금 포석단계로 진행되고 있지만 정신수양 차원에서 우리 젊은 장병들이 보다 많이 바둑을 접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효정 2단이 축을 멋지게 성공시킨 국군장병과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김효정은 다짜고짜 군부대 보급문제부터 실마리를 푼다. 분단국가의 특성 상 군부대가 많고 그만큼 프로기사의 수도 만만치 않으니 여건만 제대로 갖춰진다면 수요 공급이 활발할 것 같은데 역시 뜻처럼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않는다는 건 여건이 시원찮다는 뜻이리라.

포항이나 부산 지역의 군부대를 방문해 강의하려면 기본으로 이틀이 소요되는데 강사료가 최저 교통비 정도 책정돼 많은 프로기사들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보급 차원이라 국방부나 군부대의 지원을 받을 순 없는 노릇이고 현재로선 오직 성의 하나로 달려간다고 했다.

“그래도 한 번 군부대를 방문해 바둑을 강의한 기사들이라면 살짝 중독 됩니다. 새롭게 바둑을 배우고자 눈빛을 반짝이는 청년들의 진지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지요.”
김효정 그녀, 사랑의 바둑 전령으로 그 일에 단단히 중독 되어있었다.

S#2. 형부는 못 말려

김효정은 바둑 가문 출신이다. 부친 김세림 씨가 워낙 바둑을 좋아해 1남 2녀 모두를 프로기사로 키우고자 직접 기원을 차리고 바둑을 가르쳤다. 송파구의 청맥기원. 김 원장은 자식들을 위해 자신의 기원에 아마 강자들을 대거 초빙해 대회를 간헐적으로 열었다. 아마 강자 100인 리그대회의 경우는 상금도 적지 않아 지방의 강호들이 몰려올 정도였다.

김효정의 오빠는 중도에 학업을 선택해 바둑을 포기했고, 그녀 역시 중학생 때 바둑수업을 중단해 1년 반 동안 아버지와 등지고 지내야했다.

‘도대체 아빠는 왜 자녀들을 프로기사로 키우고 싶었을까?’
그녀는 아빠의 집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어려서부터 배운 바둑인지라 바둑을 떠나 새로운 가치를 찾기 어려워 그녀는 학교를 그만 두고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심기일전 정진해서 1996년 16세 때 입단했다. 당시 10인 리그 상대들은 박지은, 조혜연, 한해원 등으로 쟁쟁했었다. 그 가운데서 1위로 입단했으니 대단한 성취였다. 재야의 강호 강영일, 박성균, 조민수, 박문흥 사범들로부터 배운 육탄전과 총검술 실력이 녹록치 않았던 것이다.

김효정의 언니 김현정은 이듬해 일본기원을 통해 입단했다. 그리고 언니는 일본기사 나카네 나오유키(中根直行) 8단과 결혼했다. 부부는 나고야에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다.
프로기사들끼리 결혼한 까닭에 부부는 바둑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고 나카네 나오유키 8단은 일본기원 중견기사들 중에서 상당히 좋은 성적을 내는 편이다.


▲ 처제 김효정 2단을 챙겨주는 든든한 보디가드 나카네 나오유키 8단(오른쪽).

김효정은 이따금 바둑이 진정으로 고플 때 일본으로 건너간다. 나고야의 언니 집에 가면 바둑의 향기 속에서 19로 깊숙이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언니도 형부도 함께 동행한다. 특히 형부는 가이드 역할을 자임하며 한국에서 온 처제가 한눈팔지 못하게 단속한다.

일본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도 김현정 김효정 미녀 자매기사 소문이 퍼져 나고야로 원정 오는 선남들이 수두룩하지만 나오유키 8단이 철저히 프로포즈의 마수를 차단해버리기 때문에 해 지면 운신이 어렵다고 한다.

그 대신 야간에는 인터넷 바둑을 두는데 그 공간이 바로 타이젬. 형부는 그야말로 미친 듯 타이젬 바둑을 두는데 한 판을 두고 나면 반드시 처제와 복기를 한다.
(김효정 사범의 양해를 얻어 형부의 아이디를 밝힌다. unorino 9단이다. 김효정의 부친 김세림 씨는 사위가 바둑을 둘 때 타이젬에 들어와 묻지 마 의리베팅으로 티머니깨나 날렸다는 소문도 전해진다. 유저 여러분들께서도 앞으로 우노리노 9단이 대국할 때 진심으로 응원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이 분은 국적을 떠나서 진짜 바둑과 타이젬 밖에 모르는 바둑 인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한국에 있을 때도 형부는 수시로 타이젬에 입실해 처제의 대국기록을 감시하고 복기한다고 한다. 또 반드시 처제가 프로기사와 결혼해야 한다며 한중일 삼국의 총각기사들 명단을 확보해두고 주도면밀하게 검색 중이라는 것이다.

정말 형부는 못 말려~


▲ 김효정 2단의 대국 모습.

S#3. 생각이 많은 것을 어찌할까?

김효정 그녀, 동안이지만 스물아홉으로 꽉 찬 고참 여류기사다.
“프로가 되면 정말 모든 게 다 이뤄지는 줄만 알았어요.”
입단대국을 하러 가는 날 전철에서 햇살을 맞으며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녀.

그러나 입단을 하고 나니 오히려 막막했다는 그녀.
프로로서 승부 바둑을 두어보니까 모양도 없고 기본기도 없고 무림의 강호들이 얼마나 강한지 실감하고 절망했다. 소소회 40여 명이 겨루는 리그에서 하위권 바닥을 탈출하지 못하고 여류들은 선으로 두는 게 옳지 않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을 때 자존심이 상해 바둑을 접고 싶었다고 했다.

“그 때 많은 여류들이 큰 상처를 입었어요.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프로의 세계에서는 실력이 전부니까요.”

그때 우연히 바둑TV 해설자로 발탁돼 새로운 방송의 세계에 푹 빠져 10년을 보냈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많은 사람들과 교분을 나눌 수 있었던 시간. 그러나 이따금 밀려오는 승부사로서의 욕구를 견딜 수 없어 훌쩍 일본으로 떠났다가 재충전하고 돌아온다고 전한다. 세상의 진리도 알고 싶어 검정고시로 고교과정을 마치고 성균관대 한문학과를 나와 지금은 동대학원에서 한문을 전공하고 있다.

바둑소설도 쓰고 싶고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는 그녀.
생각이 너무 많아서 한 가지에 올인할 수 없음을 자책하는 그녀.
흔들리고 있지만 그래서 아름다운 그녀의 스물아홉 가을을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 10문 10답

- 감명깊게 읽은 책 : <사기> 요즘 학업에 시달려 다른 분야에 책을 읽는 게 쉽지 않네요..최근에 사기를 심도 깊게 읽고 있는데...
- 좋아하는 영화 :
요즘 유난히 몇 년 전에 봤던 once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그 안에서 잔잔하게 흐르던 음악이...
- 좋아하는 노래 : 특별히 좋아하는 장르가 정해져있지 않구요... 요즘에는 좀 신나는 노래를 좋아해요.. 오리날다, 낭만고양이.. 모 이런 스타일?? ^^;;
- 취미 : 테니스, 골프, 여행
- 좋아하는 기사와 이유:
루이 9단.. 평생을 하나만 바라보고 살 수 있는 그 열정이 부럽습니다.. 바둑이 인생의 전부 일 수 있는 그의 삶이 부러워요...^^
- 좋아하는 음식과 추천 식당:
가리는 음식 없이 다 잘 먹는 편이에요...너무 잘 먹어서 탈이지요...^^;;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찌개, 된장찌개, 낙지볶음, 아귀찜, 보쌈....등등등 너무 많다..ㅠ.ㅠ
- 이상형의 남성:
키 크고, 잘생기고, 자상하고, 능력 있고 착한.. 이런 사람이 이상형이었는데요..ㅋ ㅋ 이상형은 그냥 이상형에 불과한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내가 평생을 함께 해야겠다.’ 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 이 사람 아니면 안되겠다.’ 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
- 바둑과 관계없이 해보고 싶은 일:
만약 지금 다시 다른 인생을 살아보라고 한다면, 저는 사진작가, 여행가가 되고 싶어요..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배우면서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어요..^^
- 타이젬에 관한 생각은:
다양한 컨텐츠로 유저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려고 많이 노력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바둑 안에 무궁무진한 재미들을 발견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게 해주세요...^^
- 타이젬 애독자들을 위해 김 사범이 줄 수 있는 작은 선물 한 가지:
음.. 작은 것도 괜찮아요?? 일본에서 사온 바둑알 열쇠고리 있는데..제가 굉장히 좋아하는거에요..ㅋ

..........................
( 김효정 사범의 작은 선물 열쇠고리는 포커스 리플 코너에서 그녀에게 가장 큰 격려 메시지를 전해주신 분을 필자가 선정해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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