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집에서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야행성이어서 달밤이 되면 어슬렁거렸고 낯선 손님이 찾아오면 경계의 눈빛을 보이곤 했다. 고양이의 주특기는 담을 넘어다니는 것이다. 보통 척추동물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착지할 때 큰 충격을 받기 마련이지만 고양이는 특유의 유연한 몸놀림으로 사뿐하게 내려오면 그만이다. 특히 개와 한 판 싸움이 붙게 되면 숨겨 놓았던 발톱이 나오는데 이 발톱이 고양이의 주요 무기다.
이번에 소개할 타이젬 9단은 고양이와 비슷한 습성을 지닌 외톨이다. 그는 다른 강 9단들이 그러하듯 40전 전승으로 무패 9단이 된 이후 중국의 소문난 아이디들을 상대로 15연승 무패의 가공할 만한 승률을 기록하면서 짧은 기간 동안 타이젬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타이젬 회원들은 외톨이의 정체를 놓고 설전을 벌이기 일쑤다. 필자는 어제 지방 바둑대회를 다녀왔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선배는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도데체 외톨이가 누구야?”라고 물을 정도였으니 최근 외톨이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며칠 전 동양생명배 해설을 맡았던 전문기사 외톨이에게 첫 패전을 안긴 주인공은 중국의 tryortry다. 충격의 첫 패배가 열흘 남짓 지났을 때 외톨이와 tryortry의 리턴 매치가 열렸다. 수많은 외톨이의 팬들은 그의 등장에 환호성을 질렀고 베팅계의 큰손들도 문자 메세지와 쪽지로 어느 쪽의 형세가 유리한지를 주고 받으며 줄 서기에 여념이 없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이날의 전투는 외톨이의 5승 1패(OOOOXO)로 끝났다. 외톨이 편에 서서 애국 베팅을 주도했던 회원들과 대박을 노렸던 회원들은 명암이 엇갈렸다.
제7회 동양생명배 타이젬 세계바둑오픈이 시작되면서 외톨이는 그간의 성적을 인정받아 2차 통합 예선전부터 출전했다. 첫 상대인 thestar와의 대국은 중반 난타전이 복잡한 패싸움으로 번졌지만 thestar가 패감 부족으로 패배를 선언했다. 그 다음 대국은 neverknow와의 예선 결승전. 이 판은 외톨이가 상대방에게 큰 집을 허용해주는 척하다 바로 밭전자 사이를 가르고 나왔다. “미생마 주위에서 싸우면 불리하다.”라는 바둑 격언을 모르는 양 외톨이는 양쪽을 다 수습하고 연이은 대마 수싸움에서 일선 묘수 두 방으로 승기를 잡고 그대로 밀어붙여 승리했다.
리그 두번째 상대는 한국의 계룡산(P). 스위스리그의 특성상 이번에 지면 8강행은 거의 힘들기 때문에 이 한 판에 쏟는 두 기사의 열정은 대단했다. 정석에서 처음 보는 형태가 나왔다. 첫 접전에서 외톨이는 상대에게 실리를 주었지만 넓은 세력을 쌓았다. 두 번째 접전에서 외톨이의 묘수(백68)가 나왔다. 이 수를 보니 사까다에이오(坂田榮男)가 이와모토카오루(岩本薰)를 상대로 두었던 묘수가 생각난다. 외톨이는 이 묘수로 요석을 살려냄으로써 승기를 잡았고 계룡산(P)의 추격을 따돌렸다. 리그 마지막 대국은 실명으로 참가한 중국의 위빈9단이다. 그는 외톨이가 완승을 거둘 것이라는 필자의 예상을 뒤엎고 외톨이의 강수를 비켜가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국면은 이제 중반 전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위빈의 강수(흑131)가 나오며 허리가 끊긴 외톨이의 대마를 잡으러 갔다. 결과는 한 수 차로 위빈의 승리. 위빈은 조1위로 올라갔지만 외톨이의 저주에 걸린 것인지 본선 8강전에서 철이(P)에게 패했고 외톨이는 조2위로 본선 8강에 탑승해 중국의 love4ever와 마주쳤다. love4ever는 균형을 중시하면서 때를 엿보다가 막판 외톨이의 대마에 파상공세를 퍼부었지만 접근전에 능한 외톨이의 버팀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탈락했다.
다음 외톨이의 준결승 상대인 hua와의 역대전적은 외톨이가 2승으로 앞서 있는 상태. 지진해일처럼 강력한 공격이 장기인 hua는 외톨이와의 첫 대국( 외톨이와 hua의 준결승 1국은 몇 달 전에 두었던 바둑(8월 28일)과 차례가 약간 다르긴 하지만 34수까지 같다. 아마도 hua는 이 바둑을 깊게 연구했을 것이다. hua는 중반전 한 때 위기가 찾아왔으나 멋진 타개 솜씨를 보여주었다. 외톨이도 상대방의 단점을 찾아 조금씩 따라 붙더니 어느 순간에는 극미한 형세가 되었는데 hua가 돌을 거두고 말았다. 그러나, hua가 돌을 거둔 것은 약간 이르다는 서능욱 九段의 평이 있었다. 준결승 2국은 흑을 잡은 외톨이가 깊숙이 침입한 hua의 대마를 잡고 91수만에 불계승을 거두고 결승에 선착했다.
필자가 생각하는 외톨이는 언젠가 관전필자 P가 언급했던 고양이과 기사가 아닐까 한다. 고양이는 야행성을 지닌 영물로서 사나운 발톱으로 무장해 적에게 치명타를 날리고 나면 아기 울음과 비슷한 소리를 내며 날렵한 동작으로 유유하게 달아난다. 외톨이에게 2패를 안긴 아이디는 스나이퍼인 ykpcx와 loveddlove 둘 뿐이다. 전편의 칼럼에서 언급했던 ykpcx는 아마도 이번 농심배에 출전해서 한국의 1차전 싹쓸이를 막고 세계대회에서도 외톨이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던 기사는 아닐까? 조만간 외톨이와 ykpcx의 특별 5번기가 타이젬에서 열리면 매우 흥미로운 대국이 될 것 같다. 다음은 외톨이와 daxiang의 대국으로 외톨이가 백이다.
외톨이의 결승 상대는 철이(P)를 2대1로 꺾고 올라온 중국의 daxiang이다. daxiang은 준결승 첫판을 철이(P)에게 내줬지만 연거푸 두 판을 따내는 뚝심을 보여주었다. 외톨이와 daxiang 두 기사의 역대전적은 2대2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과연 외톨이와 daxiang의 결승 3번기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지 무척 궁금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