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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배]

외톨이가 있어 행복했다

제1보(1~22)

진재호 바둑평론가2009-12-24 00: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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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단 daxiang(中)  ○ 9단 외톨이(韓)
결승1국 제1보(1~22) 외톨이가 있어 행복했다

① 1주일쯤 되었을 것이다. 우승하고 나면 인터뷰를 하자고 너에게 쪽지를 보냈었지. 과연 외톨이는 어디서 두는지, 혼자서 두는 지, 이번 동양생명배를 마치고도 ID를 볼 수 있는 지, 워러도 무척 궁금한 게 참 많았거든.

“알겠습니다.” 넌 싹싹하게 답장을 보내주었지. 감정이입은 전혀 안 될 것 같은 타이핑에도 네 성품을 알 수 있었어. 너에 대한 유저들의 과분한 응원이나 관심이 꽤 부담 가는 눈치였지. 우물 속에 머리를 쳐 박고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고 외치고 싶었을 거야. 너에게 쏠린 시선과 지워진 짐의 무게도 조금은 이해하고 있어. 

어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거야. 그 심술궂은 유저들도 너의 패배에 대해 불평 한마디 하지 않더군. 그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T머니를 통째로 올인한 분도 많고, 사소한 약속 따위는 취소하고 컴퓨터 앞에 앉은 분도 많았을 것이야.

그들 모두는 이번 패배를 자신의 패배같이 아쉬워하고 있을 거야. 타이젬 8급인 우리 부인님도 “외톨이가 최강이라며?” 하면서 내게 핀잔을 주더군. 바둑을 잘 모르는 막내 녀석이 갑자기 <조치훈 실전정석>을 펴들고는 바둑공부를 하는 시늉도 하더군. 모두 분하다는 뜻일 거야.

네가 타이젬에 홀연히 나타났던 지난 8월을 기억하고 있어. 하루에도 수백 개의 ID가 만들어지는 타이젬에서 한 ID가 이토록 강렬한 화제를 뿌린 적이 없었지. 3만에 육박하는 동시접속자들에게 금세 소문이 쫘악~ 퍼지더군. 사실 너도 이렇게 센세이션을 일으킬 줄은 몰랐을 거야.

하긴 너의 등장은 묘한 시기였어. 때마침 이세돌의 휴직을 선언한 직후였기 때문일 것이야. 누구는 너에게 이세돌이라고 했고 누구는 박정환이라고 했고 또 누구는 김지석이라고 했어. 뭐, 타이젬은 가면무도회이니까 누구든 상관은 없어. 가면을 벗기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니까 너도 이해는 하리라고 봐.

유저들이 놀라고 환호하고 박수친 것은 바로 너의 거침없는 스타일 때문이야. 다소 무리인 듯한 작전을 여과 없이 결행하는 너는 뭇 유저들의 로망이었어. 이기기 위해 타협하지도 않았어. 상대를 불러내어 링 한가운데에서 거침없이 공격을 퍼붓는 너에게서 유저들은 대리만족감을 느꼈어.

왠지 감싸주고 싶은 ID명이긴 하지만, 비굴 좌절 회한 아쉬움 따위는 결코 너와는 어울리지 않았어. 오히려 영웅부재의 시대를 살고 있는 이즘, 너는 바둑에서 만큼은 기꺼이 영웅이 되어주었어. 홍길동같이 임꺽정같이 장길산같이 말이야.

첫 사랑을 그리워하지만 막상(닥상이 떠오름^^) 시청역에서 그녀를 만난다면 환상이 깨어질지 몰라. 이젠, 맘속에 영원한 애인으로서 존재하도록 널 놓아주고 싶어. 너와 함께 한 시간이 행복했노라 얘기하면서 말이야.

② 아쉽다. 너무 아쉽다. 철이(P)에 이어서 한국의 자존심 외톨이도 daxiang에게 무너졌다.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평소 자주 대하던 daxiang이 아니었다. 해설자 송태곤 9단도 평소 daxiang이 아닌 것 같다고 한마디. 그러나 어쩌랴. 가면무도회장에서 일일이 가면을 벗어달라고 떼를 쓰며 다닐 수는 없으니 말이다.

③ 또 기록을 세웠다. 송태곤 9단의 해설방에는 923명. 고수1방 1930명 동양증권배방 710명. 도합 3563명이 외톨의 대국을 관전했다. 워러가 관전도중 확인 한 것이기 때문에 부정확하긴 하지만 두 눈으로 똑바로 목도한 동시접속자 숫자이다.

제1보(1~22)

바둑으로 돌아와서-.
이젠 동양생명배 결승전 1~3국을 상세하게 전달하도록 하겠다. 이미 결과는 아는 것이지만, <名局細解>를 보는 맘으로 다시보기 한다.

이 바둑은 결승 1국이다. 백이 외톨이. 외톨이는 백을 들고도 바둑을 잘 두는 편이다. 공격적인 성향은 흑을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오히려 이창호나 박영훈 9단 같은 계산바둑이 원한다. 

흑9로 껴 붙인다. 최근 정석을 쓸 요량이다. 알다시피 중국신예들은 초반 정석에서는 한국보다 한발 앞서나간다. 아무래도 요즘은 한국식 포진이란 말이 쑥 들어갔다. 중국제를 수입해서 쓰는 셈.

정석의 수순 중에 흑13이 등장했다. 수가 얕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신수처럼 보인다.(추신수 말고~ 新手!) 여기서는 흑A로 받아주어야 워러가 알고 있는  소위 정석이 된다.

그러나 외톨이는 아랑곳 않고 싹싹하게 밀어간다. 아마 흑13으로는 당연히 A에 두었을 것이라고 착각한 나머지 백14를 두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실전진행은 도저히 정석이라고 볼 수 없다. 

백16으로 두드리자 흑17로 젖히는 수가 생기다니. 이것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백20까지의 결과는 백이 실속이 없다. 흑이 무려 20집 가까이 챙기는 동안 백은 1집도 없는 상태. 그렇다고 세력도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흑21은 너무 좋은 나머지 daxiang이 실수가 아닐까? 지금은 선수가 굳이 되지 않으므로 큰 곳을 가는 편이 더 좋다. 물론 그로서는 장차 흑B로 들여다보는 수가 선수여서 백C 흑D로 뛰어두면 백 세력이 아니라 곤마가 됨을 염두에 둔 것.
 
유저여러분! 당분간 '공황장애' '8시 증후군'에 시달리겠지요.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동양증권배에서 분명 더 센 약(?)이 나올 것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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