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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삼성화재배 2연패 조훈현 현지인터뷰

tygem2003-01-15 0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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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최강 한국바둑 자존심지켜 기쁘다"

 근성과 투혼으로 만리장성 넘은
 조훈현 9단 현지 인터뷰


'영원한 바둑황제' 조훈현이 지난해 '상하이대첩'에 이어 또다시 혈혈단신으로 만리장성을 뛰어넘어 '베이징대첩'을 이룩했다.

그동안 숱한 세계제패의 경험이 있는 그이지만, 이번 우승은 새삼 값져 보였다.

체력적 열세와 슬럼프 기미, 그리고 적지(敵地)에서의 외로운 싸움이라는 최악의 역경을 불굴의 집념과 투혼으로 일궈낸 것이기에 그렇다.

더구나 거센 중국돌풍을 완전 진압하고 '세계최강' 한국바둑의 자존심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그가 첫 세계제패에 성공한 '싱가포르대첩(1회 응씨배)' 만큼이나 '쾌거'로 보인다.

우승이 확정된 직후 간단한 복기를 마치고 대국장을 나선 조훈현 9단을 만나 소감을 들어보았다.

조9단은 우승직후 '공약'대로 이곳 베이징에서 인기가 높은 '해당화'라는 북한음식점(북한대사관 운영)에서 선수단·스텝 들에게 '우승턱'을 냈다.

이곳 김치를 무척 좋아하는 조9단은 베이징에 온 11일 저녁 이곳에서 "내가 우승한다면(그럴 일은 별로 없지만) 여기서 한 턱 낼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축하드린다. 먼저 소감 한 마디….

▶조훈현 9단=(하늘을 쳐다보면서) 내가 이기긴 이긴 거야?…, (고개를 저으며)엉망이었는데….
기쁘다. 이번에는 정말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그전 우승 때보다 더 좋은 것 같다. 뜨거운 응원을 해주신 고국의 바둑팬 여러분과 삼성화재, 타이젬 등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엉망이었다'고 했는데, 뭐가 엉망이었던 것인지….

▶조훈현 9단=이번에는 정말로 '종합적으로' 엉망이었다. 첫째 몸상태가 안좋아 한달 내내 고생했고, 그동안 바둑도 계속 지는 바람에 이기는 걸 잊어먹을 정도였고…. 이번 결승전 바둑도 별로 내용이 좋지 않아 팬 여러분께 부끄러울 따름이다.

-오늘 (1, 2국) 바둑 내용은 어땠는지….

▶조훈현=초반부터 줄곧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중반 이후 실수들을 거듭하면서 형세가 이상해졌다. 그런데, 상대가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바람에 이길 수 있었다. 어제 바둑(1국)도 그런 패턴이었던 것 같다.

-사실 이번 결승을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었다. 지난 연말 폭주하는 대국일정 속에 과로와 몸살이 겹치고, 그러면서 중요한 신예들에게 잇달아 패하는 등 슬럼프기미를 보인 탓에 '이번에는 정말로 위험하지 않은가?'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정작 조9단 자신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결승 상대인 왕레이(王磊) 8단에게 자신 있었는지….

▶조훈현=(고개를 저으며) 왕레이 8단은 자타가 공인하는 현재 중국 최강이다.
승부에서는 실력 뿐 아니라 기세(氣勢)나 컨디션도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그런 점에서도 왕레이 8단은 최상이었다. 그런데 비해 나는 몸 상태도 안좋고 요즘 많이 지지 않았나.
 다만, 결승을 임박하고는 한달 내내 괴롭히던 감기도 떨어지고 컨디션도 회복해서 그래도 3국까지는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저를 응원해주신 많은 팬들을 위해 적어도 3국까지는 가서 좋은 바둑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2대0으로 끝났는데….

▶조훈현=결과는 2대0으로 나왔지만, 두 판 모두 결코 쉽지 않은 바둑이었다. 특히 중반 이후 실수를 잇달아 하는 바람에 역전 당한 적도 있지 않았나.
 그러나 왕레이 8단이 결정적 찬스를 흘려보낸 덕분에…. 두 판 모두 내가 잘 둔 것은 결코 아니다. 운이 좋았다고 할까?

-이번에 겨뤄보니 왕레이 8단의 바둑은 어떠했나?

▶조훈현=왕레이 8단은 중국 최강답게 전투력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강했다. 다만, 아직 큰 승부의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결정력'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싶다.
 이번 결승에서 나는 큰 실수를 꽤 했는데, 왕8단은 그걸 잘 응징하지 못했다. 사실 창호(이창호 9단)같은 초일류한테 그런 실수를 한다면 여지없이 목이 달아났을 텐데…


  우승 확정 후 파안대소하는 조훈현 9단.

-왕레이 8단은 중국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조훈현 9단이 생각보다 체력과 정신력이 무척 강했다"고 토로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훈현=(손사래를 치며) 아니다. 어제도, 오늘도 나는 오후 대국 들어 정신도 혼미해지고, 힘도 들어서 실수를 많이 하지 않았는가.

-이틀 연속 대국을 했는데, 피곤하지 않았는가.

▶조훈현=물론 피곤하지…. 그나마 어제 첫 판을 이겨서인지 왕레이 8단보다는 좀 피곤함을 덜 느꼈던 것 같다. 사실 작년에는 첫판을 지는 바람에 둘째판이 정말로 '지옥'이었다.

-적지(敵地)로 불리는 중국에서 2년 연속 결승전이 열린 데 대해 국내 바둑팬 사이에서는 조국수의 체력문제를 걱정하면서, 대국장소 선정을 비판, 항의하는 일들이 있었는데… .

▶조훈현=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폰서가 있어야 대회가 있고, 대회가 있어야 나같은 프로가 있다. 또 스폰서는 당연히 홍보가 가장 중요하고….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중국에서 결승전하게 된 데 대해 전혀 불만이 없다.
 그리고 이곳 중국에는 바둑열기가 대단하고 저의 팬들도 꽤 있어서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인터뷰, 시상식 동안 그에게는 끊임없이 싸인과 동반사진 촬영 공세가 줄을 이었다.)

-조9단은 그동안 중국 기사들과 중요한 승부에서 거의 진 일이 없다. 또한 중국 기사들은 이창호 9단에게도 중요한 판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는데,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과연 실력이 약해서인지….

▶조훈현=사실 한국이나 중국이나 정상급 기사들간에는 실력 차이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까도 말한 찬스를 살리는 힘(결정력), 정신력, 경험, 관록… 이런 것들이 중국 기사들에게는 좀 부족한 것 같다.  승부에는 실력 외에 이런 것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서 결과가 나온다.

-지난번 타이젬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 중국돌풍의 주역인 창하오(常昊), 왕위후이(王煜輝) 등은 머잖아(3년~5년 내)에 중국이 한국바둑을 추월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조훈현=(강한 어조로)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나나 이창호, 유창혁 말고도 한국에는 조한승, 최철한, 박영훈, 이세돌, 송태곤 등 그 뒤를 받치는 강자가 쟁쟁하다. 이런 젊고 어린 멤버들이 오히려 지금 중국의 최강들보다 못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이들끼리 대결해도 우리 한국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승하기까지 가장 어려운 고비가 있었다면?

▶조훈현=당연히 뤄시허(羅洗河) 9단과 둔 8강전이 가장 고비였다. 그때는 정말로 진 줄 알았다. 그런데 뤄시허 9단이 막판에 99가지 이기는 코스를 저버리고 딱 한가지 지는 코스로 접어들어서 그 덕분에 운좋게 역전승했다.
 사실 그때부터 운이 따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중국에서는 벌써부터 조9단의 삼성화재배 3연패(覇) 여부를 묻는 사람들이 있던데….

▶조훈현=(손사래 치면서) 어림없는 소리! 다음에는 1회전 탈락이나 안하면 다행이지….(이번 대회 도중 조훈현 9단은 별명이 또하나 생겼는데, 한국선수단장을 맡은 임성택 삼성화재 상무가 붙여준 '엄살 10단'이 그것이다. )

-곧이어 다음 주부터 농심배가 열리는데, 제자인 이창호 9단과 한국팀의 대표로 둘이 남았다.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

▶조훈현=(웃으며 혼잣말로)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든든한 창호(이창호 9단)가 있으니 맡겨야지…. 다만, 창호가 그 다음 주 도요타덴소배 결승이 있으니, 그 점을 배려해서 먼저 나가라고 할까?… 아니야 그래도 내가 나중에 남으면 불안해서…….(^^)


조훈현 9단은 타이젬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결승전후의 소감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참, 지난 연말 타이젬이 실시한 MVP 온라인투표에서 바둑팬들의 압도적 지지로 MVP에 뽑혔는데, 알고 있는지…. 또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조훈현=물론 나는 수시로 타이젬에 들어가니 잘 알고 있다. 팬 여러분께 감사 인사드릴 기회가 없었는데, 마침 잘 됐다. 지난해 성적도 신통치 않아 사실 MVP 자격도 없는데, 저를 뽑아주셔 정말로 감사드린다. 팬 여러분의 그런 성원이 이번 우승에도 큰 힘이 되었다.
 이번 MVP선정은 요즘 내가 부진하니까 좀더 잘하라는 격려와 동정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창호가 받아야 하지 않는가. 사실 나도 전성기 때는 MVP 못받은 적이 많다.(^^)

-타이젬 탄생에 참여한 이사로서 타이젬 회원들에게 인사말씀 한 마디 한다면….

▶조훈현=저 개인 뿐 아니라 우리 타이젬에 쏟아주신 뜨거운 성원에 감사드린다.
 이번 삼성화재배 중국 결승시리즈에서도 타이젬은 중국 바둑언론에 의해 '한국 최고의 바둑인터넷매체'라는 호평을 들은 바 있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 거듭 감사드린다.

<중국 베이징=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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