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씨카드배]
박정환에 주목하는 이유 ②
수읽기와 끈기를 가진 미완의 대기
김지은2010-04-02 12:49:22

●○…수읽기+끈기 vs 균형감각
김지명: 바둑이 재미난 점은 강자가 꼭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지. 공식기전에서 어떤 기사가 훨씬 뛰어난 성적을 거둬도 자신보다 랭킹이 낮거나 하락세 컨디션의 기사에게 진다는 거지.
김원: 기풍이 승부에 미치는 영향을 대한거구만. 그런 부분이 실력이라고 볼 수
도 있겠지만 어느 기사나 천적이 꼭 있기 마련이지.
박창규: 예를 들면 이세돌에게 씨에허 같은 존재? 씨에허가 세계대회에서 뚜렷한 카리스마를 보인 적은 이번 농심배 5연승을 제외하곤 드물었지. 하지만 그 전부터 제왕 이세돌에게 좋은 성적을 거뒀어. 이세돌도 “씨에허 같은 기풍이 상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었고.
김지명: 그럼 원아. 박정환과 창하오를 기풍으로 보자면 어떨까.
김원: 박정환은 프로기사들도 인정하는 천재형 기사지. 입단하고 1년 6개월만에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니. 물론 비공식기전이었지만 신예층이 두텁다는 것을 가정하면 마스터스 우승은 굉장히 큰 값어치가 있는 셈이지.
바둑스타일은 수읽기가 굉장히 쎄고 발상이 자유로워. 이 부분은 이세돌과 굉장히 흡사한 부분이지. 바둑으로 설명해 줄께.

●박정환vs○퉈지아시(1보)
김지명: 이 바둑은 박정환vs퉈지아시 바둑이잖아?
김원: 응. 박정환이 불리한 바둑을 수읽기로 단번에 역전시켜 버렸지. 1보를 봐. 박정환이 1로 단수를 친 모습인데 여기서 다소 굴복같지만 A로 지켰으면 아직도 퉈지아시가 유리했어.

●박정환vs○퉈지아시(참고도 1) ●박정환vs○퉈지아시(참고도 2)
박창규: 퉈지아시는 기세상(?) 지키지 않았지.
김원: 사실 아까 말한 A로 지키는 수는 냉정하지만 선수로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지키기가 쉽지 않아. 그래서 퉈지아시도 참고도 1의 2로 하변에서 이득을 보면서 효율적으로 지키려고 했어.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수는 패착이었지. 박정환은 곧바로 3으로 둬서 백의 대가에서 2보 A,B를 맛보며 크게 수를 내.
김지명: 기가 막히는 구만.
김원: 결국 참고도 2처럼 진행이됐고, 여기서 바둑은 승부가 결정됐어. 이후는 박정환이 완전 밀어붙였고.

●이창호vs박정환(1보)
김지명: 이창호와의 대결한 원익배 결승은 또 다른 모습을 보이던데.
김원: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형이 선수를 쳤는걸? 앞의 대국에서 박정환이 빠르고 정확한 수읽기로 단숨에 승부를 결정지었다면 위의 대국은 박정환의 끈질김을 보여준 바둑이지.
1보에서 백이 패를 따낸 장면이야. 현재 형세는 미세하지만 흑이 유리하지.
박창규: 이창호가 유리하면 거의 뒤집을 때가 없잖아? 이창호는 신산이라고.

●이창호vs박정환(참고도 1-살전진행) ●이창호vs박정환(참고도 2)
김원: 이창호가 끝내기의 신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야. 하지만 이 바둑에서는 그 이창호가 박정환의 끈질김에 당했지. 참고도 1이 1보에 이은 실전진행인데 패를 따낸 박정환의 1의 수에 이창호가 2로 손을 돌렸지. 그런데 결과적으로 저 수가 패착이 되어버렸어. 여기서 박정환이 3으로 막은 수가 결정타로 국면이 역전됐지.
그렇다면 이창호가 어떻게 둬야 했을까. 참고도 1의-2 수로 참고도 2처럼 처리했으면 흑이 이겼을거야.
박창규: 난 정환이가 끝내기에서 탁월한 면을 보여서 이긴 줄 알았는데 그게 끈기였을 줄이야.

끈기로 이창호를 꺾은 박정환(왼쪽)
김원: 끝내기는 수순 뿐만 아니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와 끈기를 겸비해야 돼. 끝내기가 강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초일류 기사가 될 수 없어. 특히 초일류 기사는 미세한 바둑에서 승리를 굳히는 수순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 원래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의 실력의 기사들은 끝내기가 강했지만 지금처럼 대부분의 기사들이 강한 끝내기 실력을 갖게 된 데에는 이창호의 영향이 커.
김지명: 지금은 전투바둑으로 변한 모습이지만 전성기 때 이창호의 트레이드 마크는 끝내기였지.
김원: 맞아. 특별한 강점이 없어 보이던 이창호. 그런 그를 세계정상으로 우뚝 서게 한 것은 그 누구보다 강한 끝내기 실력이 뒷받침되어있었지. 이창호와 대국을 한 기사들은 ‘분명히 중반까지 유리했었는데..귀신에 홀렸다’라고 말할 정도 였으니 말이야. 한-중-일 3국 기사들은 이창호의 바둑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많은 기사들이 끝내기 부분에서 입신경지에 이르렀지.
박창규: '이창호의 끝내기' 하니까 강영일 아마 7단이 예전에 말한 일화가 생각이 나네. 강 아마 7단이 이창호와 예전에 프로-아마 대항전에서 만난 적이 있어. 대국이 끝나고 끝내기 수순에 대해 강 아마 7단이 이창호 에게 물었는데 대답이 " 이렇게 두시면 1집반, 여기서 이렇게 두시면 2집반..차이가 나고요. 승부에는 영향이 없어요."라고 착착 정리해서 말하더래. 반상은 아직 꽤 정리할 부분이 많았는데도 말이지.
김지명: 괜히 이창호가 '살아있는 전설'이겠어? 그런데 당시 세계바둑트랜드가 ‘끝내기’ 였다면 지금은 무엇일까?
박창규: 지금은 중반전 아닌가? 이세돌-구리도 그렇고 중반전에서 다 판이 결정되잖아. 이번 춘란배 2회전 8판 중 1판을 제외하고 다 중반전 돌입 불계승으로 끝났잖아.
김원: 맞아. 이세돌-구리는 중반에서 전투로 승부를 결정짓지. 그래서 이창호도 기풍을 변화하고 있다고 봐도 되는거고.
김지명: 생각해보니 한국바둑이 기술부문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군.
박창규: 잠깐 아까 정환이 기풍까지 이야기하지 않았나? 창하오는?
김원: 지난 번 최철한과의 승부예측에서도 말했듯이 균형감각이 너무 좋지. (☞관련기사 바로가기)
박창규: 균형감각과도 연관이 있지만 포석하면 창하오지. 내가 보기엔 포석을 짜는 부분은 굉장히 좋은 것 같은데. 그리고 승부가 일찍 결정 났을 경우 유리한 바둑을 닦아가는 기술도 좋은 것 같아. 저번 최철한 대국에서 그런 점이 보이더라고.
김지명: 흠.. 그럼 박정환과 창하오의 대결은 수읽기+끈기 vs 균형감각의 대결로 봐도 되겠군. 이 대결은 어떻게 될까. 정환이의 기풍이 창하오에게 잘 먹힐 까 궁금하다.
김원: 둘의 공식대결은 처음이니 붙어봐야 알겠지?

●○…미완의 대기 박정환에게 기대한다
박창규:. 솔직히 바둑에 관한 천재들만이 모여있는 프로기사들 중에서 기재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런데 많은 바둑인들이 유독 박정환에게 큰 기대를 거는데 그 이유가 뭘까? 수 많은 신예들 중에서 말야.
김지명: 아무래도 입단하고 보여준 초고속 행마 때문이 아닐까. 진기록도 많이 세웠고
김원: 아니. 박정환에겐 더 특별한 것이 있어. 바로 박정환만의 ‘색’. 그 뚜렷한 색
박창규: 색이라….
김원: 한-중-일 3국을 예로 들어서 설명해줄께. 일본부터 시작하지. 오청원-사카다 에이오- 조치훈 이런 계보가 있지. 오청원은 신포석(만들어 냄), 사카다는 타개와 날카로운 수읽기(개성)가 압권었고 조치훈은 침투와 수읽기(개성) 으로 그 색이 뚜렷한 3인이 일본 바둑을 휘어잡았잖아. 이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네웨이핑- 마샤오춘-구리 계보로 역시 뚜렷한 자신만의 색을 가진 기사들이 주도하고 있지.
한국은 어떨까. 조남철 선생님(선구자)-김인국수님-조훈현(빠름-전투), 이창호(계산-전투), 이세돌(전투-중반) 으로 역시 색이 뚜렷하지. 그런데 그 색이, 한국바둑을 주도하고 있고, 할 수 있는 박정환에게 보이는거야. 앞서도 말했듯이 이세돌 같은 빠른 수읽기와 끈기. 일류기사로 성장한 기사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많이 보여.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자신만의 색.
또 박정환 대국을 보면 박정환 자신이 자신의 바둑을 많이 믿는 점을 보여. 자신의 수읽기, 감각, 판단 이런 것을 믿는 거지. 그것 또한 자신감이고 그게 실력이거든.
박창규: 여기에 빠른 성장.
김원: 그런데 난 그 너무 빠른 성장이 오히려 걱정이 돼. 너무 빠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이세돌의 경우를 예로 들어볼까. 이세돌은 1995년 입단했고, 이후 국내대회 본격타이틀을딴 건 2003년 LG정유배(현 GS칼덱스배) 입단하고 8년 만이지. 세계대회 결승무대는 2000년 LG배 준우승을 차지했지. 그런데 박정환은 2006년 입단해서 2009년 본격기전 첫 우승을 차지해. 그리고 2010년 본격기전 2관왕에 세계대회 4강에 진출했지.
김지명: 세돌이보다 빠르네.
김원: 빠르게 쭉쭉 거침없이 뻗어나갔지. 그래서 더 주목을 받지만 너무 빨리 커버려서 전체를 보는 눈이 부족할 수 있어. 조금은 급한 점도 단점이야. 불리한 바둑을 묘하게 뒤집어 가는데 그게 경험이 많은 기사들에게는 잘 안 먹히는 부분이거든. 특히 이번 대국을 하는 창하오는 산전수전 다 겪어본 기사잖아. 그런 기사들과의 대국이 많이 필요해.
박정환은 아직 ‘미완의 대기’야. 아직 한국대표기사가 되기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평소 최철한, 원성진, 박정상, 김지석 등과 함께 연구실에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니 어쩌면 그 누구보다 그 시간이 단축될지도 몰라. 이번 창하오와의 대국. 물론 박정환이 이기길 바래.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승패를 떠나 관록의 창하오에게 많은 것을 흡수했으면 한다는 거야.

박창규: 그래. 원이 너의 말이 옳다.
김지명: 아이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원이만 만나면 시간이 금방이야. 나 약속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야겠다.
김원: 오랜만에 창규형과 함께 사진찍고 가자.
김지명-김원-박창규: 김치~
* 박정환과 창하오 대결 승부예측 잘 보시고 타이젬 회원 여러분들이 직접 승부를 예측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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