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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프로기사 홍맑은샘을 만나다

도장 운영, 일본바둑 개혁 등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 하고 싶어

김지은2010-04-20 09: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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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을 떠나기 직전인 2004년까지 한국 아마바둑계를 주름잡았던 홍맑은샘. 2004년, 그는 일본 바둑보급과 입단이라는 두 가지 꿈을 가슴에 품고 한국을 떠나 일본 열도로 향했다.

6년이 흐른 2010년. 홍맑은샘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홍도장을  일본 내 떠오르는 바둑도장으로 자리굳힘하는데 성공했다.  또한 지난해 관서기원에서 관서기원 초단을 상대로 2연승에 성공해 꿈에 그리던 초단 면장도 받았다.

후지쯔배 취재차 일본 동경을 찾은 기자. 프로기사 홍맑은샘 초단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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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사와 리나의 사활문제를 봐주고 있는 홍맑은샘 초단

-입단을 축하드립니다. 입단하기까지 그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다고 들었는데요.
  
2004년 저는 바둑도장 운영-입단, 윤춘호 아마 7단은 입단을 목표로 함께 일본으로 건너왔죠. 일본기원과 관서기원에 원서를 넣었지만 입단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당시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하고 일본으로 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일본에 도착하니 입단시험 출전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등 모르는 부분이 많더군요. 막막했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윤춘호 아마 7단은 유학비용을 벌면서 계속 입단준비를 했고 저는 보급의 길로 완전히 돌아섰습니다.

-윤춘호 아마 7단과는 다르게 홍 초단은 사실상 프로기사의 꿈을 포기한건가요.
그렇습니다.   


                    ▲사진 속 건물 9층에 홍도장이 위치했다.   

입단이라는 꿈을 안고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프로시험을 볼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은 현실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홍맑은샘은 이내 보급에 전념, 자신의 이름을 건 바둑전문도장 ‘홍도장’을 차려 일본 내 전문도장으로 입지를 굳힌다.


▲홍도장 출신 프로 히라타 토모야 초단.


▲일본 역사상 최연소 입단자 후지사와 리나. 역시 홍도장 출신으로 후지사와 슈코 9단 손녀다.


홍도장은 히라타 토모야와 후지사와 리나 등 두 명의 입단자를 배출시켰다. 이들 중 후지사와 리나는 일본 역사상 최연소 입단자 기록(11세 6개월)을 경신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홍도장 원생 수는 약 50여명이며 이들 중 17명이 일본기원 연구생으로 활동 중이다.

- 홍도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는데 다시 프로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왔군요.
관서기원 초단에게 2연승하면 관서기원 프로로 인정하는 제도가 생겼죠. 나이(만30세), 시합 때만 관서기원에 가도 되는 등 조건도 맞았고요. 하지만 관서기원이 멀고(오사카-왕복 7~8시간) 도장도 운영하고 있어서 망설였습니다.
그러던 중 시합 차 일본기원을 찾은 관서기원 프로기사 분이 “도전해보라”고 격려해주셔서 도전을 결심했고, 결국 시험기 후에 치러지는 면접도 통과해 입단에 성공했습니다.


▲홍맑은샘 입단 면장

-지도기 이 외에도 면접도 통과해야 되는 군요. 입단시험을 치르는 조건이 만만치 않네요.
외국인이 입단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비자문제, 일본어 구사 능력(상급), 관서기원 프로기사 추천이 필요합니다. 일본어의 경우 꾸준히 공부만 하면 해결되지만 추천부분은 다릅니다. 단기간에 해결되는 부분도 아니고 일본사람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며 ‘이 사람이 입단하고 바로 고국으로 돌아갈 사람이 아니구나. 일본 바둑에 도움을 주겠구나.’라는 믿음을 줘야합니다.

이 같은 경우는 바둑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력만 세고 일본어를 잘 할 줄 모르는 외국인은 일본에서는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새로운 입단 제도에서 저와 윤춘호 아마 7단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일본바둑계에서 받아들인 것이죠.

지난해 홍 초단과 함께 입단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윤춘호 아마 7단은 다음달 또 다시 입단에 도전한다고 한다. 이날 기자는 홍도장에서 하성봉 아마 7단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일본으로 유학 온 하성봉 아마 7단은 현재 홍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며 역시 입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알아두어야 될 것이 있는데 저와 같은 케이스로 입단한 경우를 ‘연수기사’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정기사(일반 입단대회를 거쳐 입단)가 되기 전이라고 볼 수 있죠. 연수기사는 기전 참가제한도 있고(남자- 7대 기전, 여자-7대 기전+여자기전3개), 대국료(정기사의 반액), 연수기사들 간의 예선전 등 차이가 있답니다. 물론 공식시합 20승, 관서기원 대표(일본기원과 통합예선을 치르는 대표)가 되는 등 일정 조건을 갖추면 정기사가 될 수 있습니다.



-홍 초단이 아마바둑계에 뛰어든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연구생 출신들이 아마대회를 휩쓸고 있고 해마다 그 수도 늘고 있는데요. 후배들을 바라보는 느낌들은 어떤가요.
후배들도 바둑 한 길만을 걸어왔지만 앞길이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활동했을 때보다 지금은 실력도 더 세졌고 그 수도 훨씬 많기 때문에 경쟁도 훨씬 치열합니다. 

따라서 후배들은 빨리 자신들이 나아갈 길을 개척해서 움직여야 합니다. 한국기원이 제도를 변경 하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되겠죠. 저같이 일본에서 프로기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역시 앞서 말한 조건들을 준비해야 될 것이고요.

한국기원에 제안을 하나 하자면 연구생 출신들에게 프로시합 출전권과 같은 자격증을 줘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연구생 출신에게 일정기간 프로시합 출전권을 주고 그 성적 여부에 따라 프로기사로 채용하는 방법이죠. 현재 이름만 아마추어지 센 강자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들이 적어도 원 없이 싸울 수 있는, 싸워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합니다.



-프로기사 되고 나서 좋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프로시합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어서 행복하지만 다시 프로입단을 도전하게 된 계기에는 제자들의 이유도 컸습니다. 아무래도 아마기사가 운영하는 도장보다 프로기사가 운영하는 도장이 학부형의 입장에서 더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고, 또 제가 열심히 시합에 임하는 모습을 보이면 제자들도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가장 기쁜 점은 바로 제가 관서기원이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발언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 발언권이라···.프로기사가 되기 전 아마명인전 등 일본 내 많은 아마대회에서 우승하며 유명했는데 당시에는 불가능했나요?
일본바둑계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마추어로 그에 대한 의견을 내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더군요. 입단하기 전 10페이지 분량의 개혁안 원고를 일본기원, 아사히 신문, 요미우리 신문, 일본 프로기사들 등에게 보낸 적이 있습니다.

-반응이 어땠나요?
수긍은 하지만 현실적인 움직임은 전혀 없었죠. 당시 전 소속된 곳도 없고 그저 한국에서 온 아마추어였을 뿐이니 그런 쪽에서는 힘이 없었죠. 개혁이라는 것은 단기간에는 절대 이뤄지지 않습니다. 이제 관서기원 프로기사니 소속된 단체도 있고 발언권이 생겼다고 볼 수 있죠. 평소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추진하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꼭 이루고 싶은 개혁안을 하나 말한다면 무엇이 있습니까?
완전 오픈제입니다. 일본 3대 기전 뿐 아니라 한-중-일 모든 기전을 말입니다. (기자-현재 한국에는 LG배, 삼성화재배, 명인전 등 오픈 기전이 있죠.) 현재 오픈기전이 있지만 그 수는 매우 적고, 아마추어 출전 티켓은 적은 등 완전 오픈대회라고 보기는 힘들죠. 아마추어들이 어느 정도 자격을 얻게 되면 참가할 마음이 있다면 무조건 참가할 수 있게 해야 됩니다.

한·중·일 어떤 프로기전이라도 어느 정도의 출전 자격을 갖춘 자에게는 본인이 원하면 출전할 수 있도록 해야 될 겁니다.그렇게 되면 아마강자 뿐만 아니라 일본 명인전 8시간 대국을 위해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등이 일본으로 대국하러 올 수도 있고요.


▲ 홍도장 원생들. 일요일인데도 오전부터 오후 9시까지 공부하고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과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입니까.
저를 믿고 따라 온 아이들이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장을 잘 운영하고 싶고, 시합 목표는 우선 기성-명인-본인방 리그 진입입니다. 후에는 세계대회 타이틀도 노려보고 싶어요. 제가 좋은 성적을 내야 앞서 말한 완전오픈제와 같은 개혁안을 발표할 때도 더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전반적으로 프로기사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싶습니다. 현재 일본프로기사들의 주 수입이 대국료입니다. 하지만 대국료만으로생활하는 기사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보급기사의 경우 지도기, 바둑교실 강사 등 으로 얻는 수입으로는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는 정도죠. 이는 일본 47개의 도에 전체적으로 바둑보급을 해야 되는데 도쿄와 오사카 이 두 곳에 밀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열도에 바둑보급을 활발히 진행해 보급기사의 경우 시합이 부수입이 되어야합니다.  


                     ▲홍맑은샘 초단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오픈제와 같은 개혁안도 추진할 겁니다. 경제 강국인 일본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한국과 중국도 더 활발하게 움직여 전체적인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길이 일본 바둑 뿐만 아니라 세계바둑이 사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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