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중국을 꺾을 수 있는 대표팀이어야 한다
한국 국가대표 선발과정 확정
진재호 바둑평론가2010-04-28 11:30:20

▲ 선수강화위원회 회의 모습.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대표 선발의 윤곽이 드러났다. 지난 23일 열린 제2차 (사)대한바둑협회 선수강화위원회(위원장 최규병)에서 남자바둑 국가대표선수 6명 중 이세돌․이창호 등을 무조건 선발하기로 결정했고, 나머지 4명은 오는 5월 선발전을 치러 선발하기로 했다. 선발전에는 프로랭킹 상위자 18명이 출전한다.
‘양이(兩李)’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선수를 뽑는 선발전은 3단계를 거친다. 랭킹 3위~6위에게 최종라운드 시드, 7위~12위는 2차 예선시드를 부여하고, 13위~20위까지는 1차 예선에 출전한다. 1차 예선에서는 2명이 진출하고, 2차 예선에서는 시드자 6명과 1차 예선통과자 2명이 겨룬다. 또 2명이 최종라운드에 올라 최종라운드 시드 4명과 겨루어 대표선수 초종 4명을 확정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향후 국가대표 선발에 전례가 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관심이 증폭되었던 사안이다. 대표선발의 의미와 남은 문제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 제10회 농심배 우승 당시 이창호와 이세돌.
●○…중국 꺾기 위해 최강 전력구성에 최선
스포츠 진입 이후 열리는 첫 공식 국제행사란 점에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한 프로기사들의 태도는 매우 적극적이다. 이세돌 이창호가 실력 면에서 최강이지만 6명을 선발하는데 있어서 2명씩이나 무사통과시킨다는 점은 파격이다.
“양이(兩李)는 시드를 준다면 당연히 나갈 것이나 선발전을 거쳐서 나가라고 한다면 불참하겠다고 한다. 중국에 대항하려면 두 사람이 꼭 필요하다. 시드 부여 없이 나갔다가 성적이 좋지 않다면 비난을 피할 길이 있겠는가? 금메달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양재호 9단)
지난 몇 번의 농심신라면배에서 이창호는 극적인 역전승으로 한국에 우승을 선물했다. 만약 시드를 주지 않아 이창호가 출전을 못했다면 그 성과물이 가능했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확실한 조커 2장을 남겨둔 것은 괜찮은 생각일 수 있다.
또한 20위까지 선발전에 참여하게 한다는 점과, 출전을 희망하는 아마추어에겐 아예 출전기회조차 박탈해버린 결정은 최근 봇물처럼 이어지는 ‘오픈제’를 감안하면 약간 의외이다.
이 문제는 라이벌 중국의 선수선발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변이 없다면 한국과 중국이 금메달을 놓고 다툴 것이다. 중국 선발전은 와일드카드가 3장이며, 랭킹14위까지 선발전에 출전할 수 있다.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콩지에 구리 창하오를 대표선수로 뽑아놓고 나머지 3명을 위한 선발전을 치르자는 얘기이다.
바둑은 남자단체 여자단체 혼성페어 등 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일단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개인전 형식은 없다. 따라서 중국은 남자단체전에서 확실히 3승을 거둘 수 있는 멤버가 필요하여 3명의 와일드카드로써 최강 전력을 구상하려는 뜻이다.

▲ 왼쪽 위빈 9단과 중국 혁성 이철용 대표.
●○…중국은 와일드카드 3장-랭킹14위까지만 선발전 출전
이번 선발전은 국가차원의 문제여서 바둑이 확실한 금메달을 따 주어야 할 임무가 있다. 따라서 기회의 공평한 배분이어야 할 선발전이 이렇게 최강선발에만 목을 멜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도 하위랭커가 선발되기 힘든 구도로 짜여진 것은 랭킹1~6위까지가 뽑히길 바라는 코칭스텝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프로 전체를 오픈으로 선발한다든지, 아마추어와 연구생도 선발전을 통해서 출전을 허용하자는 얘기는 소수의견으로 묻히고 말았다.
또한 선발전을 ‘장황하게’ 할 수 없는 이유는 광저우조직위에 6월까지 선수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선발전을 계속 늘어지게 치르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강화위원회 측은 설명한다. 실제로 이미 5,6월은 한국바둑리그 등 굵직한 대회가 이미 진을 치고 있는 마당이어서 선발전에 투자할 수 있는 날이 5일 남짓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실 여자 상비군이 올 1월에야 구성되었고, 남자팀은 구성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상태이다. 선발전 규정에 대해 좀 더 일찍 가안(假案)이 나오고 충분한 여론 수렴기간을 거쳤어야 옳았다. 바둑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2007년의 일이다.
만약 논의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조금 더 일찍 이 문제에 대해 토의를 했다면, 21위 이하의 프로기사에 대한 배려와 연구생 출전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 강화위원회 회의만 해도 이미 2차례 실시되었지만 그 과정이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점도 문제이다. 여러 요로를 통해 들어오는 여론을 걸러내는 장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명분을 쌓아가는 과정이 요구된다는 말이다.

▲ 여자상비군 훈련모습. 박영훈 9단의 모습도 보인다.
●○…아시안게임은 한국바둑 재도약의 계기
위기의 바둑이 반등할 절호의 기회가 바로 아시안게임이다. 사실 이창호 이세돌이 출전한다고 해도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다는 보장은 없다. 남자단체 여자단체 남녀페어 등 3개 종목에서 한국에게 예약되어있는 메달은 하나도 없다. 단체전으로 메달색깔을 가리기 때문에 월등한 기량의 이세돌과 이창호가 있다 하더라도 나머지 선수들이 막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박정환, 김지석, 김승재 등 조만간 군입대를 해야 하는 기대주들에게 특례의 기회를 주는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채택을 기준으로 바둑이 획기적인 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시상대에 올라 애국가를 들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떡 분배의 문제보다 떡을 일단 확보하는 지가 문제라는 것이다.
●○…여자선발전도 시드 필요하다
여자대표팀 선발에도 숨은 고민이 있다. 지난해 12월 첫 훈련을 시작한 여자 상비군은 5월까지 자체리그전을 통해 2명을 선발하고, 나머지 2명은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통해 7월 중으로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그런데 박지은 조혜연 등 최강자 그룹에 든다고 할 2인이 뽑힐 가능성은 여타 기사와 똑같다고 한다.
강화위원회 내에서는 여자선수들은 남자대표팀의 이창호 이세돌처럼 막강한 이가 없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박지은과 조혜현이 중국의 강자들과 맞설 초강자가 아니라는 얘기는 설득력이 없다. 정관장배에서 박지은의 역전 우승을 한 기억을 벌써 잊었을 리는 없기 때문.
그들이 선발되지 않으면 전력의 손실이긴 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당연히 똑같은 여자대표팀의 금메달도 역시 똑같은 금메달이니, 남자대표팀과 똑같이 시드나 와일드카드를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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