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타]
바둑으로 하나 된 세계대학생들
제19회 잉씨배 중국대학생 바둑대회 참관기
컨텐츠2010-07-23 18:38:54
7월 12일부터 18일까지 중국 산서성 태원시 산서경영대학에서 제19회 잉씨배 중국 대학생 바둑대회(이하 잉씨배 대학바둑대회)가 열렸다. 잉창치 바둑교육기금회가 후원하는 잉씨배 대학 바둑대회는 일반부와 여자부 2개 조로 나누어 스위스리그로 우승자를 가린다.
잉씨배 대학생 바둑대회의 특이한 점은 대학에 재학 중인 프로기사과 한국, 일본, 대만 등 타국 대학학생들도 참가할 수 있는 오픈 대학바둑대회이기도 하다. 또한 각 대학들이 돌아가면서 주최를 하기 때문에 거리가 먼 참가자들에게는 숙식이 무료로 제공된다.
한국은 2008년부터 참가했다. 올해는 명지대, 대불대, 고려대, 서울대 등 4개 대학 18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참가한 선수들 중 절반 이상은 연구생 출신이었는데 이들 중 명지대의 박한솔-이용민이 각각 여자부와 남자부 아마추어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대국은 프로와 아마가 함께 치르지만 시상은 부를 나누어 시상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대학바둑연맹 재학생 회장인 서재정(고려대)군이 잉씨배 대학바둑대회를 생생하게 스케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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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1일 - 인천공항에서 산서성까지
11일 오전 7시 30분 필자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바로 16회 잉씨배 중국대학바둑대회에 출전을 위해 중국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한국은 명지대, 대불대, 고려대, 서울대 등 4개 대학에서 18명의 선수가 출전했고 선수들 중 대부분은 함영우, 이용민, 박한솔, 김채림 등 막강한 연구생 출신들로 구성됐다.
아침 9시 25분 드디어 중국 베이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약 2시간 후 베이징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이 처음이었기에 베이징 공항의 거대한 위용과 공기를 접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베이징에서 대회가 열리는 산서성 태원시까지는 고속열차로 3시간 30분 거리이다. 서울에서 부산 간 거리와 비슷한데 중국에서는 아주 가까운 편이라고 한다. 태원역에서 산서대 경영대학까지의 이동에 문제가 있어 다소 고생했지만, 고급 숙소와 푸짐한 저녁식사를 한 덕에 힘들었던 기억은 다 지나가고 단잠에 빠졌다.

▲개막식 바로 전 대국장 전경.
■ 7월 12일~15일 – 드디어 개막! 수담부터 축구까지
12일 오전 10시 총 150여 명의 선수와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제 19회 응씨배 중국대학생 바둑대회가 개막했다. 개막식에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장 주주 九단이 참석하여 눈길을 끌었다.
참가대학들을 소개하는 홍보물과 넓은 대회장 한 켠에 위치한 큼직한 현수막들이 개막식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산서대학에서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회장을 장식한 참가대학교들을 소개하는 포스터. 한국의 명지대학교도 있었다.
이번 잉씨배에는 20여개 대학에서 총 150여명의 대학생들이 참가했고, 프로기사들도 25명 참가했다. 대회 위원의 대국 개시에 따라 드디어 첫 판이 시작됐다. 잉씨배 대학생 바둑대회는 스위스리그(남자11라운드, 여자 9라운드)로 진행되며 잉씨룰을 따른다. 그래서 신기한 바둑통과 정확한 시간 체크를 위한 대국시계가 눈길을 끌었다.
대국 전에는 승부에는 부담 없이 임하리라 마음먹었었지만 막상 첫 수가 놓이니 학교와 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일까? 평소보다 집중도 잘됐고. 수도 훨씬 잘 보여 1승을 챙길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승전 소식이 많이 들려왔다.
첫 날은 1라운드만 진행된다. 대국이 끝난 후 선수단 전원 및 산서대학 가이드와 회식을 가졌다. 통역은 산서대학의 인금학씨. 인금학씨는 첫날 태원역에서 대회장까지 픽업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는데,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서 우리가 머무르는 동안 많은 일을 도와주셨다. 사실 중국에 오기 전 의사소통 문제가 신경 쓰였지만 다행히 현지 가이드들은 영어실력을 갖춰서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우리와도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었다.

▲대국 중인 한국선수들.
14일까지 총 5라운드가 진행됐다. 이 때까지 성적은? 여자부의 김채림·박한솔(명지대) 선수가 5전 전승으로 우승을 노리고 있었지만, 그 외 선수들은 모두 2패 이상을 기록하게 되는 부진을 겪고 있었다. 특히 강력한 우승후보 함영우, 이용민 등 연구생출신들의 부진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남자선수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금학씨의 축구동아리팀과 가질 친선 경기에 모두 들떠있었다. 저녁식사를 간단히 한 후 숙소 바로 앞 운동장에 모여 라인업을 하고 우리 팀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운동장에는 많은 관중과 산서대학 방송국에서까지 나와 취재를 하고 있었다.
우리 팀은 한국을 대표한다는 사명감까지 가지며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뛰어난 팀워크와 꾸준한 연습, 여기에 장비까지 갖춘 산서대팀을 급조(?)한 우리 팀이 당해낼 수 없었고 결국 6 대 0으로 패배하였다.
그렇지만 경기 종료 후 선수 간 악수를 나누고 단체 사진을 찍으니 왠지 그들과 한층 더 친숙해지고 국경을 넘은 우정이 서서히 싹트고 있었다. 인금학씨의 통역 하에 가진 산서대 축구팀과의 회식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관광지에서 활시위를 당겨봤다.
■ 7월 16일 – 관광 후 대국준비
16일에는 대국이 없고, 관광일정만 잡혀있었다. 우리는 홍콩, 대만 선수단과 같은 버스를 탔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게 됐다.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 새 목적지인 산서성에 위치한 평요 고(古)도시에 도착해 있었다.
평요 유적지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약 2700년 전부터 건설하기 시작하여 명(明)대에 현재 모습을 갖추었는데, 성곽 둘레가 6km에 이르고 지금도 사람이 거주하고 있었다. 성벽 밖의 현대문명과는 동떨어진 시간대의 도시였는데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이 있어 가보니 몇 명의 관광객들이 활을 쏘고 있었다. 고구려의 후예인 우리도 활시위를 당겨보았다.
평요 고(古)도시는 곳곳에 공자를 숭배하는 제단이 있어 유교적인 색채가 강했다. 중국이 예로부터 공자를 모셔온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눈으로 직접 그 흔적들을 접하게 된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다음 장소는 19세기 말의 상인 가문이었던 교씨 저택이었다. 당대 최고의 부자 가문의 생활 모습이 볼 수 있었는데 오늘날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소로 많이 이용된다고 한다. 미로같이 얽힌 길과 수백 개의 방이 있는 저택에 사는 중국 부자가문의 삶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7월 17~18일 – 여자부 박한솔 우승, 타국 학생들에게 한국문화(?)전파
출국한지 벌써 7일차가 되었다. 평소 좋아하는 바둑도 마음껏 두고 중국, 대만 친구들과도 친해지고 있는데 몇 일 뒤 집에 간다는 사실이 너무 아쉬웠다.
여자부는 남자부보다 2핀 적은 대국으로 이날 대회가 끝난다. 오전대국을 승리하며 8승을 기록한 박한솔은 마지막 대국과는 상관없이 여자 아마부 자체우승을 확정지었다. 우승자체도 대단한 성적이지만 그보다 참가한 2명의 프로기사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김채림과 채현기는 뒷심을 발휘하여 각각 7승 2패를 기록하였다.
참. 응씨배 대학바둑대회 시상식은 독특하다. 프로와 아마가 동등하게 대국하지만 시상은 프로와 아마가 나누어서 한다. 그래서 박한솔은 참가한 2명의 프로보다도 높은 순위를 기록했지만 시상은 여자아마부로 따로 한 것이다.

▲ 고스톱으로 금새 친해진 한국대학생들과 대만대학생들.
이날 대국이 끝나고 일부 한국선수들은 지난 평요 관광 때 친해진 대만, 홍콩 친구들 방을 급습(?)했다. 그들은 우리들의 방문을 대단히 환영했다. 잠시 후 우리가 찾아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다른 방에 있던 대만 선수들이 몰려왔다.
우리는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와 전통 놀이 고스톱 대만, 홍콩 친구들에게 전파해주었다. 그들은 그 까다로운 고스톱 규칙을 잘 이해하였고, 금새 우리와 대등(!)하게 칠 수 있었다. 역시 바둑을 배워서 그런지 머리가 잘 돌아가는 모양이다.
18일 남자부 대회가 끝나는 날이다. 나는 오전 대국에서 끝내기를 잘 못해 1점을 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마지막 대국에서 승리해 4승을 달성한 것에 만족했다.
어제 우리가 소주를 전파한 한 홍콩 선수는 마지막 대국에서 소주를 마시며 바둑을 뒀는데 이겼다고 한다. 필자도 일전에 취중대국이 수가 더 잘 보였던(?) 묘한 경험이 있었는데 이 홍콩 선수도 그런 경험을 했나 보다. 소주란 참으로 오묘한 마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남자부에서는 이용민(명지대)이 8승 3패로 아마추어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장수인(명지대), 노시정(서울대) 선수도 이용민과 같은 8승 3패를 기록했는데 점수가 낮아 각각 3위와 6위를 기록했다.

▲여자부 시상식모습/ 많은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폐막식이 끝나고 벌어진 만찬에서 많은 사람들의 건배제의를 받았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표정과 말투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19회 대회의 마지막을 즐기고 있었다.
■ 7월 19일 – 바둑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
전날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이 아쉬웠는지 대부분의 한국선수들은 과감히 잠을 포기했다. 다들 못 잤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에는 피곤함보다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오전 7시 30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대회 내내 우리를 도와주신 인금학씨가 이번에도 태원역까지 우리를 마중 나와 주셨다. 잊지 못할 태원에서의 9일간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아름다운 경치와 사람들이 있었던 산석경영대학 캠퍼스. 지대한 관심을 갖고 대회를 취재했던 대학 방송국, 선수들을 극진히 대접하고 신경써준 산서대학 학생들과 관계자 여러분들의 노고가 있었기에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던 것 같다.
바둑을 매개로 중국, 대만, 홍콩 학생들과 교류하고 소통한 8박 9일의 추억을 나는 오래도록 간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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