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를 ‘승부사’라고는 하지만 일정한 돈과 명예를 ‘나뉘어’ 갖는다는 점에서 모든 것을 거는 승부사와는 거리가 있다.
시합마다 큰 돈과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 걸려있으니 승자는 많은 돈을, 패자는 적은 돈을 받는다.
프로들의 시합이라는 것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제로 섬’이 아니라 ‘하프 섬’ 게임과 같은 것이라서, 쇼킹한 승부를 원하는 팬들에게는 기존의 시합들이 싱숭맹숭하여
재미가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내 것을 거는 시합이 등장했으니 그것이 바로 치수고치기다. 무엇을 거느냐? 바로 명예를 건다.
‘추억의 프로아마대항전’ 치수고치기가 타젬에서 벌이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타젬이야 말로 치수고치기와는 상당한 인연이 있다.
과거에 권효진과 멍자오위(孟昭玉)의 치수고치기고 있었고, 박지은과 루이나이웨이간의 여류최강 치수고치기도 있었다.
치수고치기라면
치수가 정말 고쳐져야,(고치도록 유도하여야)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타이젬은 과거 오청원식은 4게임차가 나야 겨우 치수가 고쳐진다든가
도전5강의 위험대결처럼 2게임차가 나면 치수가 바뀌는 것보다 더욱 센 것을 원했다. 바로 한 판당 치수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이다. 아주
센 것이다.
프로세계에서는 치수가 호선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치수가 바뀌는 일은 도무지 안 일어난다. 그래서 같은 프로끼리
‘정선’이라는 말이 나오면 팬이나 기사들은 절대 ‘넘어서는 안 될 선’이요, 더욱이 두 점이라면 ‘절대 당해서는 안 될 점’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추억의~’ 에서는 프로와 아마가 이벤트 대국처럼 두는 것 같아도 바로 치수가 걸려있기 때문에 수 일 전부터
줄넘기를 제대로 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승부사에게 치수고치기란 것이 패자에겐 주홍글씨로 남는 것이기에,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두어야 한다.
아마맹장과 중견프로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크게 없다. 피차 정선을 초과하는 치수로 결말이
나서는 곤란하다. 그들도 한때 엄연히 프로를 지망했었고, 실력이 아닌 운으로 프로가 못된 안타까움을 간직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운이지 실력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열심히 싸워야 한다. 그런 그들에게 우째 자존심이 걸리지 않을쏜가.
② 아마군 반격의 기틀 마련하다
● 김동근 아마7단(2점+5집) ○ 최규병
9단 백1로 미리 나가두는 것이 팻감 만들기 공작이다. 그러나 김동근은 패를 오히려 들어오라며 여유를 부린다. 집도
많은데 한수 쯤 더 가일 수를 해두면 안전하련만 이렇게 손을 빼고 다니는 연유가 무엇이람?
팻감에 대해 자신감이 있고
무엇보다도 우하귀도 연타를 하게 되면 백이 무사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물론 끊는 수는 당장은 아니 된다.
역시 백3으로 슬며시
마수를 뻗힌다. 백5로 선수이다. 그러나 김동근은 같은 값이면 중앙 쪽에서 한 집을 내는 것이 용감한 수법이라도 본다. (안 용감해도 되는
데^^) 흑14까지 한 집을 기어이 만든다. 이것으로 보아 수읽기로서 다 커버하고 남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백19로 키워 나온다. 물론 하변 끊는 수를 보고
있음이다. 계속 흑은 22로 모두 일망타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백23으로 호구 쳐서 아래를 끊는 수와 24로 호구
쳐서 삶을 확보하는 수를 맞본다.
그러나 김동근은 ‘올 것이 왔구나’ 하면서 흑28로 때려내면서 오히려 승리를 기쁨에 젖는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맹장으로서 이정도의 수읽기는 해놓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팻감이 자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흑58의 팻감에는 더 이상 응수를 못하고 백59로 해소하고야 만다. 백60으로 우변이 대궐 같았던 다 뭉개졌고 흑은 하변이 상전벽해가
되었다. (뽕나무밭이 변해서 푸른 바다가 되었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