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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멕시코 바둑전도사 '싯다르타'

바둑불모지 멕시코에서 바둑 전파

이정환2010-09-25 04: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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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싯다르타와 용인시 바둑협회 이재환 부회장(바둑토피아 대표). 김종서 작가.

지난 8월 명지대학교 용인캠퍼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바둑축제에 남다른 눈빛으로 행사를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올해 나이 26세로 현재 멕시코 사립 초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 사람. 그의 이름은 싯다르타 아빌라 데르가또. 이름이 특이해 물어보니 불교 신자인 부모님이 부처란 뜻으로 지었다고 한다.

싯다르타는 2005년 영화 '파이'에서 바둑 두는 모습을 보고 직접 바둑모임을 찾아 나섰다. 어느 한 대학에서 모임을 찾을 수 있었고 이 때 처음 바둑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2~3년 동안 거의 바둑을 두지 못하다가 2008년 학교 선생님이 되면서 다시 바둑을 시작했다고 한다.  

용인시 바둑협회 이재환 부회장은 "해외 어디에도 이 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싯다르타를 소개하며 재미있는 사연이 있는 친구라고 귀뜸했다. 이성근 씨(바둑학과 졸)의 통역으로 싯다르타의 바둑 삶을 들어 보았다.


▲ 영화 포스터와 영화 속의 한 장면.


◐◑…찰흙으로 만든 바둑돌, 손으로 그린 바둑판


싯다르타는 멕시코 사립초등학교 수학교사다. 2008년 부임 후 교장선생님이 수학수업 시간에 아이들의 두뇌발달에 좋은 게임을 접목시키자고 제안하자 싯다르타는 바둑을 떠올렸다. 현재 기력은 8급이지만 당시 급수가 18급이었던 싯다르타는 이 때부터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현재 멕시코에서 바둑을 전파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멕시코의 바둑인구는 20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60여 명은 싯다르타가 가르치고 있는 6~12세 어린이들이다. 싯다르타는 바둑이 크게 보급되어 있지 않아 바둑알과 바둑판 등 교재도구를 쉽게 구입할 수 없었다고 힘들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 손수 만든 바둑돌과 바둑판. 바둑돌의 크기가 제각각이다.

싯다르타는 먼저 인터넷으로 가격을 알아봤지만 너무 비싸 구입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바둑돌과 바둑판의 크기, 재질 등을 알아보고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바둑판은 나무톱밥을 붙인 나무판에 매직펜을 그어 9, 13줄 바둑판을 만들었고 바둑돌은 아이들과 함께 찰흙으로 빚어 만들었다.

손으로 만들다보니 바둑돌의 크기는 제각각이었다. 이후 다행이도 아는 사람이 플라스틱으로 바둑돌을 만들어주어 사용할 수 있었고 나중에는 19줄 바둑판도 만들었다.

어렵게 시작한 바둑수업은 지금까지 2년 동안 진행되었다. 평균 주 3시간(월, 수, 금 1시간 씩)을 기본으로 점심시간이나 정규수업 후 바둑을 가르치기도 한다. 60명 전교생이 모두 매우고 있으며 놀랍게도 10살 여자아이가 최강자라고 한다.


▲ 과학박람회 모습.

◐◑…2년 만에 멕시코 최초로 정규수업으로 편성되다

한국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5살짜리 꼬마아이가 나이가 훨씬 많은 초등학생들에게 이기는 모습은 멕시코에서 신기한 일이었다. 바둑을 통해 두뇌가 발달하고 정서가 안정된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이런 긍정적인 결과로 멕시코 공립 과학기술 대학의 초청으로 과학박람회에 바둑을 소개할 기회가 생겼고 세미나를 열어 학부모들에게 바둑에 대한 장점들을 설명했다.  

점점 바둑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싯다르타가 재직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멕시코 최초로 바둑을 정식 과목으로 채택했다. 초창기에는 학부모들이 바둑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무관심하거나 단지 게임의 하나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과학박람회를 통해 바둑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고 직접 인터넷으로 찾아보면서 '훌륭한 교육도구'라는 인식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은 학부모들이 더 열성적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교장선생님 또한 학교 이념인 육체적인 건강, 정신적인 건강, 감성적인 건강의 발달에 바둑만큼 좋은 교육도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 누구보다도 적극적이다.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도 교장선생님의 지원 때문에 있을 수 있었다.


▲ 초등학교 Educational and Artistic Research Center PIPIOLO 정문.
 

▲ 바둑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교장선생님(Dr. Marcela Zepeda Zaleta).


◐◑…열정 하나로 한국행을 결심한 싯다르타


처음엔 아이들을 위한 교재가 전혀 없었다. 싯다르타 스스로 바둑을 배우기 위해 일본에서 구입한 7권의 책이 전부였다. 그리고 본인도 초보여서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난감했다. 그래서 모든 학생들이 선생님이 되는 수업방식으로 시작했다. 서로 의견을 물어보고 도움을 받도록 했고 잘하는 학생들이 뒤쳐지는 학생들을 가르쳐주는 시작으로 진행했다.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 실력이 향상되도록 하려면 다른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1년 반 정도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하다보니 한계에 부딪혔다. 교재의 필요성을 절실해졌다. 싯다르타는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아이들을 위한 입문교재인 바둑토피아(주)에서 Level Up 시리즈를 구입했다. 교재 사용 후 아이들에게 전보다 더 재미있게 바둑 수업을 할 수 있게 됐다. 


▲ 싯다르타의 한국행을 도와준 다니엘라.

이 책의 사용이 싯다르타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했다. 싯다르타는 교재 맨 뒷장 이메일 주소로 교재를 사용해 본 후기를 써서 보냈다. 그리고 바둑최강국으로 훌륭한 교재가 있는 한국에서 바둑을 배우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래서 바둑토피아 해외담당인 최초 외국인 바둑학 석사인 다니엘라(4단 독일 여성 챔피언, 명지대 바둑학과 박사과정 밟을 예정)가 용인시 바둑협회 이재환 부회장(바둑토피아 대표)을 소개시켜주었고 이를 계기로 한국에 오게 됐다.  

이재환 부회장은 1992년부터 18년 동안 바둑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1999년에는 명지대 바둑학과에 입학하여 2002년 졸업했다. 게다가 바둑입문서도 함께 만들고 있고 최근에는 영문판 입문교재 Level Up 시리즈를 출간하여 해외 출판 사업도 하고 있다.

다니엘라를 통해 싯다르타의 사연을 들은 이재환 부회장은 싯다르타가 한국에 있는 한 달 동안 숙식과 학원운영으로 얻은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다. 이재환 부회장은 "크게 두 가지를 가르쳐 주었는데 바둑기술 쪽으로는 근본 원리와 반드시 알아야 하는 기본 패턴에 초첨을 맞췄고 바둑교육 쪽으로는 몸소 가르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고 말했다. 

◐◑…멕시코 바둑의 개척자가 되겠습니다
 
싯다르타는 7월 14일부터 8월 21일까지 한국에 머물었다. 더 있고 싶지만 23일부터 당장 수업이 시작되어 바둑을 가르치기 위해 떠날수 밖에 없었다. 싯다르타는 한국에 있는 동안 이재환 부회장을 통해 바둑교육방법, 바둑마케팅방법, 한국에서 바둑의 발전 예시, 한국 바둑 문화 등을 배웠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이 남아 있는데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매우 아쉬워했다. 한국의 엄청난 바둑산업은 놀라운 충격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바둑관련 산업이 많다는 것에 또 한번 놀랐고 한국을 바둑 천국이라고 표현했다.

싯다르타는 "멕시코의 바둑 개척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멕시코 전역의 모든 아이들이 바둑을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국에 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보니 너무 감동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물심양면으로 나를 도와 주었다. 한국은 나에게 새롭게 멕시코 바둑을 위한 도전과 비젼을 주었다."고 말하며 멕시코로 떠났다.

한 달 동안 싯다르타와 함께 지낸 이재환 부회장은 "싯다르타가 청소나 설겆이 아르바이트를 할 각오를 하고 한국에 바둑을 배우러 왔다고 했다. 바둑 불모지에서 바둑을 정규과목으로 넣고 바둑돌과 바둑판을 직접 만드는 등 싯다르타의 열의에 감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충분히 숙식을 무료로 제공받을 만한 진심어린 태도와 열의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해 도움을 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 싯다르타의 수업 모습.




▲ 페어대국 모습. 지켜보는 아이들의 얼굴이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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