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별들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13, 14일 삼성화재배 16, 8강 열려
진재호 바둑평론가2010-10-11 14:25:40

▲ 16강전에 오른 선수들.
별들의 제전, 삼성화재배가 또 한 번의 옥석가리기에 임한다. 오는 13․14일 양일간 대전 유성구 삼성화재연수원에서 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즈 16강전․ 8강전이 잇달아 벌어져 4강에 진출할 용장을 가려낸다.
지난 달 초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삼성화재배 32강전에서 한국은 요즘 보기 드문 선전을 펼쳐 한국 10명, 중국 5명, 일본 1명이 16강에 진출했다. 이는 작년대회 한국과 중국간의 16강 진출자수가 거꾸로 된 결과.
특히 32강전에서 광저우 아시안게임 한중대표가 맞붙은 3대국(이세돌-콩지에, 박정환-저우루이양, 창하오-이창호)에서 완승을 거두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번 삼성화재배 16강전도 50일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이다. 한중간 대규모 스타급 선수들이 단체로 맞붙을 일은 이제 없다. 과연 16강전․ 8강전에서도 선전은 이어질 것인가. 한국기사 10명 중에 4강전에 안착할 용사는 누가 될 것인가. 한국 기사를 중심으로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본다.
※ 타이젬 생중계 알림
10월 13일(수) 오전 11시 / 원성진 vs 저우루이양 / 해설 홍성지 7단
10월 14일(목) 오전 11시 / 8강전 대국 미정 / 해설 백홍석 7단

●○…이세돌·콩지에 '우세'
▶ 이세돌 : 야마시타 게이고
형식은 한일간 일인자끼리의 격돌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가장 격차가 많이 나는 상대끼리 만났다. 일본의 기성․ 천원보유자 야마시타게이고는 장쉬와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기사. 그러나 국제전에서는 죽을 쑤었다. 굳이 랭킹을 매기자면 양손가락 양발가락을 모두 합쳐도 모자랄 정도.
03년 1위 기전 기성을 딴 이후 미니세계기전 중환배에서 4강에 한번 올랐을 뿐, 본격적인 세계기전에서는 4강에 올라본 기억이 없다. 오히려 그로서는 이세돌을 만난 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있겠다.
이세돌은 올해 통산 57승7패의 기념비적인 승률을 마크하며 최근 12연승을 질주, ‘지는 법을 잊은 그대’이다. 오로지 후지쯔배 결승에서 패배를 안긴 중국의 콩지에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 최철한 : 박정환
최철한 49승16패로 준수한 성적을 올려 랭킹2위까지 올랐으나 큰 고비에서 많이 패한 것이 흠. kt배 4강전(강동윤) GS칼텍스배 8강(김지석) 물가정보배 4강전(이창호)에서 각각중도 탈락했다. 더욱이 최철한은 박정환과의 전적이 맘에 걸린다. 최철한은 작년 박정환에게 2패을 달했지만 올해는 2승으로 돌변했다.
박정환도 최철한을 확실히 능가할만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40승15패로 상당한 성적을 올리고 있지만 그 역시 기복이 심하다.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성적이 더욱 나쁘다. 박정환은 국제무대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 ‘국내용’이란 오명을 씻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창호와 콩지에가 16강전에서 격돌한다. 나중에 뽑은 콩지에가 대진표를 확인하고 있다.
▶ 이창호 : 콩지에
이름값으로는 가장 눈길을 끄는 매치가 될 전망. 올해 LG배 결승에서 패배를 안긴 콩지에는 이창호에게는 벅찬 상대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컨디션이 최악이다. 28일의 결혼을 앞두고 몸과 마음이 무척 바쁘다. 10월 랭킹도 3위로 한 계단 떨어졌고 9월 이후 5승7패이다.
명인전 준결승에서 박영훈, 물가정보배 결승에서 이세돌에게 졌다. kt배에서도 윤준상에게 8강에서 패했다. 한국리그에서도 부진하고 명인전에서도 탈락했다. 그러나 워낙 해줄 때는 해주는 이창호인지라 기대감은 여전하다.
콩지에도 올 초 같은 활황세는 아니지만 여전히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세계대회 4강전 이상의 대국에서 이창호-이세돌과 겨루어서 6전6승이다. 후지쯔배 결승에서 이세돌을 이긴 것에 무척 고무되어 있다. 올해만 이창호에게 3전3승.

▲16강전에 오른 한국선수들.
▶ 원성진 : 저우루이양
상승기류가 충돌하여 가장 팽팽한 싸움이 될 것이다. 원성진의 성적은 46승14패로 몹시 준수하며 최근 11연승의 거침없는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 결과 GS칼텍스배 도전자, 명인전 결승에 선착했다.
그는 속기전보다 제한시간이 넉넉한 기전에 더 강하기 때문에, 삼성화재배에서도 복병마로서 손색이 없다. 최근 그의 바둑이 유장해졌다는 점을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꼽는다.
13세 때 중국리그에 진출한 91년생 저우루이양. 그는 ‘중국의 박정환’과 같은 기대주였으나 생각만큼 크지 못했다. 중국 내 타이틀이라고는 마이너기전인 기왕쟁패전을 딴 것이 유일하다. 겉으로 보면 저우루이양은 하향세 내지 정체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가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 한번쯤 폭발할 때가 되었다고 아시안게임 양재호 감독은 경계한다. 최근 중국의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되었기 때문이다.
●○…허영호·박영훈 '백중우세'
▶ 허영호 : 왕타오
소리 없이 강한 남자 허영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세계대회든 국내대회든 8강을 뛰어넘고 싶다고 했다. 그 역시 올해 전적이 50승14패로 탁월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신예기전을 제외하고는 타이틀은 물론이며 국내든 국제든 4강권에도 든 기억이 없다.
그렇다면 이번이 적기이다. 최근 발표된 10월랭킹에서 5위까지 급상승한 허영호는 선행마를 위협하는 추입마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국수전에서도 희망하던 4강에 올랐다.
왕타오는 중국의 기대주 중 한 명이었다. 08년 LG배 예선결승에서 바로 허영호를 꺾은 바 있다. 그러나 그 외 중국에서 변변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만년 유명주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또한 허영호는 상당히 달라졌다. 부드러운 바둑이었던 그가 힘바둑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 대진추첨 결과 박영훈vs왕레이/한상훈vs구리의 대결이 결정됐다.
▶ 박영훈 : 왕레이
박영훈은 32강전에서 중국의 신예 왕레이에게 느닷없이 패하면서 ‘죄 없는’ 유창혁을 두 번이나 꺾고 올라왔다. 그리고 명인전 결승에 진출하는 등 올해 전적이 53승20패로 준수하다. 그러나 다른 상위권 기사들이 상승세를 타는 통에 랭킹이 미끄러져 8위까지 곤두박질쳤다.
왕레이는 중국이 자랑하는 신예기사의 선두에 서 있으며 05년 이후 3차례나 삼성화재배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랭킹이 27위로 5계단이나 떨어지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다. 경험 많은 박영훈은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 한상훈 : 구리
07년 한상훈은 초단 시절 LG배에서 중국 최강 구리를 격파하고 결승까지 올라 벼락스타가 되었다. 다시 한번 구리와 만난다. 32강전에서 창하오를 이겼던 한상훈은 앞선 김지석과는 반대로 가장 불편한 대진을 만나는 셈. 그러나 오히려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보여줄 찬스이기도 하다.
세계대회 6번 결승진출, 6번 우승이라는 관록이 있으나 구리는 현재 전성기의 기량이 아니다. 아마추어 민상연에게 두 판을 이겨갔지만 허영호에게 무릎을 꿇은 바 있다.
또한 그 이전에 안조영에게 LG배 16강전에서 패했다. 최근 중국에서도 천야오예 구링이와 40대인 위빈에게까지 뒤져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구리는 침착한 스타일에 약하다.. 한상훈도 노인 소리를 들을 만큼 꽤나 천천히 두자는 타입이다.

▲박지연은 김지석과 32강전에 이어 16강전에서도 또 만났다.
▶ 김지석 : 박지연
지난 주 여류기성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박지연은 올해 여자기사상을 놓고 박지은과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자기사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대회 16강에 진출했기 때문. 기량이 조금 처지는 여자기사가 본선에 든 것도 대단하다. 예선결승에서 박지은을 잡고 32강에서는 중국랭킹 7위 퉈지아시를 잡았다. 농심신라면배에서는 예선결승까지 진출했다.
반면 32강전에서 박지연을 꺾고 16강에 오른 김지석은 대진 운이 좋은 편이다. 다시 만난 박지연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가장 약체이지만 그의 맘은 편하지 않다. 박지연의 상승세가 부담스럽기 때문. 승패를 떠나 열심히 두는 사람이 두려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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