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신라면배]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리오
중국이 출전순번 모험하지 않으면 중국 우승 가능성 높아
컨텐츠2010-10-20 10:40:12
*이 글은 타이젬 19로 공감에 10월 18일 hayansol 님이 올려주신 글입니다.
이번 제12회 농심배 한국팀 선봉으로 이세돌 9단이 출전하여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주장을 맡아야 할 기사가 선봉으로 나온 덕에 초반부터 대회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며, 이세돌 9단의 연승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까에 한중일 바둑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농심배에서 김지석이 1장으로 나선 모습.
한국이 변칙전략을 사용한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제11회 농심배 1차 대회(베이징 대회)에서도 한국팀은 김지석7단이 당초 선봉이라 예상했던 김승재 3단을 대신해 첫주자로 나왔습니다. 당시 김7단은 3연승에 성공했고, 1차 대회 성적은 한국 3승1패 - 중국 1승1패 - 일본 2패였습니다. 겉보기로는 한국이 중국을 앞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요? 농심배 대전방식은 연승전입니다. 연승전 방식도 따져보면 탈락제입니다. 어느 팀(국가)에서 몇 명이 탈락했나를 따져본다면, 작년 농심배 1차 대회 성적은 한국 1명 탈락 - 중국 1명 탈락 - 일본 2명 탈락이었습니다. 결국 3연승으로 화려하게 출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과 중국의 1차 대회성적은 똑같았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한다면, 중국이 한국보다 나은 성적이었습니다. 한국은 2장이 탈락했지만, 중국은 1장이 탈락했기에 전력손실은 한국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지난 농심배 한국팀의 변칙전략은 실패였습니다. 한국팀 2장이 1장보다 먼저 나온 이상, 중국팀 2장까지는 탈락시켰어야 했습니다. 고비였던 양팀 2장간의 대결에서 패함으로써, 겉보기에는 화려한 성적을 거둔 듯했지만, 이후 중국의 역전추격을 쉽사리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중국입장에선 중국 2장이 한국 2장을 꺾은 이상, 한국2장 - 일본 - 한국1장 - 일본 순서로 연승을 거둘 가능성이 매우 높았고, 실제 중국 2장 씨에허는 연승행진을 이어나갔습니다.
한국팀은 지난 대회에서 변칙순번 전략이 실패했음에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서 또다시 변칙전략을 들고 나왔습니다. 지난번에는 2장이 1장으로 나왔지만, 이번엔 5장(주장)이 1장으로 나왔습니다. 이세돌 9단이 이번 농심배에서 몇 연승을 거두어야 깜짝 전략이 성공했다 할 수 있을까요? 이세돌 9단은 '최소 목표가 5연승'이라고 했습니다. 일종의 연막작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세돌 9단이 6연승에 그친다면, 대회 연승 신기록은 세우게 되지만, 깜짝 전략은 실패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연승전도 또 다른 탈락제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팀 4장, 5장을 그대로 남겨둔 채 한국 5장(주장)이 탈락한다면, 살아남은 중국 4장이 한국 3장까지 한방에 쓸어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 중 4장전에서 중국 4장이 패하더라도, 남은 결승전은 한국 4장과 중국 5장의 대결입니다. 이 경우, 최종 승리는 중국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게 됩니다. 따라서, 이세돌 9단이 6연승이 아니라 8연승을 찍고 중국 5장(주장) 콩지에를 불러내야 깜짝 전략이 성공했다 할 수 있게 됩니다.

▲이세돌.
이세돌 9단의 연승행진 못지않게 흥미를 끄는 부분은 중국 씨에허 7단이 언제 출전하느냐입니다. 씨에허 7단은 이세돌 9단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 9단 스스로 상대하기 까다로운 기사라 말한 적도 있습니다. 중국입장에서는 씨에허 카드를 빨리 쓰고 싶은 욕구가 매우 강하리라 생각됩니다. 이세돌 9단이 연승행진을 이어나가면 나갈수록 중국 바둑팬들의 씨에허 출전요구는 거세질 것이고, 중국 코칭 스태프 입장에서도 이세돌 9단을 조기 탈락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세돌 9단이 이야마 9단을 이기고 오는 10월20일(수) 제3국에서 씨에허 7단과 마주친다면, 이는 한국입장에서는 행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씨에허는 아시안게임 중국 대표선발전에서 구리, 콩지에보다 앞서 1등을 차지했으며, 얼마 전 창기배에서도 우승했습니다. 중국 랭킹은 저우루이양(현재 2위)보다 낮은 4위이지만, 젊은 기사들로 구성된 현 중국대표팀 내에서 콩지에 9단 다음으로 안정감을 주는 기사이기에 최소한 3장 내지는 4장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씨에허가 2장으로 출전한다는 건 중국 역시 변칙전략을 택한 것이며, 한국측의 깜짝 전략에 말려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국입장에서 가장 꺼림직한 건 도광양회(韜光養晦, 칼날의 빛을 칼집에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입니다. 중국팀이 초반 연패의 굴욕을 견디고, 출전순번을 거스리지 않는다면 최종 승리는 중국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면, 막상 소 잡아야 할 때는 칼날이 무뎌지거나, 심지어 부러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반대로 중국이 유소작위(有所作爲,·필요할 때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로 나와 씨에허를 조기 출전시키면, 한국입장에선 반가운 일이고, 돌돌핍인(口+出 口+出 逼人, 기세 등등하게 호통치며 상대방을 윽박지른다)으로 콩지에 9단을 성급히 1차 대회에 출전시키기까지 한다면 우리의 깜짝 전략은 대성공입니다. 이세돌 9단이 제3국에서 콩지에 9단을 이긴다면 남은 판은 모두 보너스라 할 수 있으니까요.
주사위는 던져졌고, 한국기원은 루비콘강을 건넜습니다. 소 잡는 칼로 닭 잡으면 시원시원합니다만, 이런 시원함이 소 잡는 순간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한국기원의 이런 전략에 중국바둑협회는 도광양회, 유소작위, 돌돌핍인 중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까요? 이세돌 9단의 선봉출전으로 한껏 달아오른 제12회 농심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중 대결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일본팀 전력이 과소평가된 느낌이 강합니다. 일본 대표팀이 한국/중국 대표팀보다 약체로 평가되기는 하지만, 고춧가루 뿌리기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일본기사에게 뜻하지 않는 패배를 당하는 주인공이 한국-중국 기사 중 누가 될지도 궁금한 대목입니다. 지난 대회에선 박영훈 9단이 하네 9단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습니다. 올해는 이런 불운이 한국대표팀을 비껴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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