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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배 세계기왕전]

LG배 결승2국 하이라이트

tygem2003-02-28 1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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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

참다참다 못해 무너진 '쎈돌'

결승2국에서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이세돌의 색다른 전략.

이3단은 예상을 뒤엎고 자신의 주무기인 '전진속공'을 버린 채 이창호 9단의 능기인 '완만하고 두터운 집바둑'에 정면대결을 펼쳤다. 그리고 중반까지 기대 밖의 선전을 펼쳐 한때 승리가 유력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루한 집바둑'에 스스로 지쳤을까. 종반에 다다르자 실착을 연발하더니 그만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결국 이창호와의 '내공'싸움에서 밀렸다고 해야 할까.

결승2국, 그 승부의 변주곡을 감상해본다.


[제7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2국]
○이세돌 3단 VS ●이창호 9단
<2003. 2. 27, 149수 끝, 흑 불계승>


장면1(돌부처의 거북이걸음)

초반부터 두텁고 유장한 운석으로 국면을 리드하던 이창호 9단이 포인트를 잃는 장면.

흑1에 백이 상변을 지키지 않자 흑3로 붙여갔다. 백의 손뺌을 응징하는 보복성 강수. 이하 흑11까지 상변이 깨지자 일견 흑이 좋아보였는데, 실은 별로 실속이 없었다.

백14가 요충! 흑A를 방지하며 B의 수단을 엿보는 이 수가 놓이자 갑자기 흑이 바쁜 바둑이 된 것이다.

 


참고도1-1(유창혁의 대안)

A에 붙인 수로는 먼저 흑1로 뛰어들 타이밍! 백2에는 흑5로 건너가며 실리를 빼앗아 흑의 이득이 상당하다.

당시 바둑TV 생중계 해설을 하던 유창혁 9단이 제시한 그림이다.


참고도1-2(백, 과욕)

그렇다고 백2로 차단하는 것은 흑3으로 크게 수가 난다. 이처럼 안방을 내주어서는 백이 망한 꼴.


참고도1-3(흑, 불안)

△가 놓인 이상 부분적인 정수라면 우상귀를 흑1 정도로 지키는 것 (그렇지 않으면 당장 백A로 큰 수가 난다).

그런데, 그러다간 백이 잽싸게 좌하귀를 못질해버리는 것이 아깝다. 특히 백2~12 같은 수법으로 크게 지켜버리면 졸지에 이곳이 엄청난 백집으로 완성되어 백 우세.

그래서 흑은 이처럼 순리대로 두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장면2(이세돌의 긁어부스럼)

80여수만에 끝내기에 돌입한 채 우열을 점칠 수 없는 팽팽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그런데, 이때까지 잘 참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을까, 시간이 바닥나서일까. 차분하고 신중하던 이세돌 3단의 행마에 갑자기 마(魔)가 끼기 시작하는데….

백2로 밭전자를 째고 나선 것이 성급한 수. 흑3·5로 밀고 나오자 A의 허점이 노출되면서 갑자기 백이 이상해졌다. 백의 의도는 하변 흑을 공격하려는 뜻이었지만, 흑7로 막고보니 대마의 삶에는 이상이 없지 않은가.


실전진행2(백, 별무신통)

백5·7로 이득을 취했으나, 흑8이 절대선수여서 하변 흑대마는 별 걱정이 없다. 게다가 흑10이 멋진 수.

어느덧 흐름이 흑에게로 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참고도2-1(백이 힘겨운 패)

사실 △의 체면을 살리려면 흑1로 나올 때 백2로 막을 수 있어야 한다. 흑3에는 백4의 맥점이 있기 때문. 그러면 흑9까지 승부패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세돌 3단은 이 패싸움에 자신이 없었던 듯 뒤늦게 궤도를 수정하고 말았는데, 뭔가 작전에 차질이 있었던 것 같다.



참고도2-2(유창혁의 대안)

따라서 백으로선 공연히 A로 째서 분규를 만들 필요없이 차분히 백1·3으로 이득을 취해두는 것이 현명했다.

흑6이 불가피할 때 다른 큰 곳의 끝내기를 선점했으면 미세하나마 백이 두터운 형세였다는 것이 유창혁 9단의 진단.





장면3(갈팡질팡하는 백)

장면2에서 연속되는 장면.

흑3은 형세가 만만치 않음을 의식한 이창호 9단의 승부수. 그런데, 여기서 돌연 손을 빼 갈팡질팡하다 백10·12로 중앙을 보강한 것이 이세돌 답지 않은 나약한 태도였다.

그리고 흑13에 백14로 받은 것이 결정적 패착! 흑15로 쑤욱 나가자 아연 백이 엷어졌다.



참고도3-1(놓친 백의 최강수)

중앙을 보강한 수로는 일단 백1로 버틸 자리. 만약 흑2로 굴복한다면 백3이 하변 흑대마에 절대선수로 듣는다. 그려면 장차 백A의 수단도 남아 여전히 백이 해볼만한 형세였다.

물론 흑도 하변 패싸움을 버티겠지만, 어쨌든 이랬으면 백에게 더 희망이 있는 바둑이었다는 지적이다.


참고도3-2(백의 정수)

흑1로 들어왔을 때도 백은 2로 이어야 했다. 흑3·5가 적지 않은 곳이지만, 대신 백6로 그에 못지 않은 곳.

이렇게 되는 것이 적어도 실전보다는 월등했다.



실전진행3(백,치명적 패착)

비세를 절감한 이세돌 3단은 뒤늦게 백9로 버텼으나, 흑14의 팻감에 속수무책(이곳은 받아주자면 '팻감공장'이 되므로 백의 역부족이다).

백15로 용단을 내렸으나, 흑16으로 상변이 크게 들어가서는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었다.

팽팽하던 승부의 저울추가 기운 것이 불과 30분안에 일어난 일이어서 시간과 강박관념에 쫓긴 이세돌 3단의 '자멸극'이라는 허망감을 지울 길 없다.

TYGEM/김창호 gigung@tyge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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