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자기들끼리 자꾸 속삭…일단 내버려뒀어요'
아시안게임 대회 첫 날(20일) 이모저모
AG 특별취재팀 진재호·이정환2010-11-20 17:45:01
중국의 텃세가 심하다. 대표팀으로선 이미 각오한 바이지만, 하루 전날 실격에 관한 처벌규정을 설명하고 실행하는 건 한국팀을 바로 겨눈 것만 같아 마음이 편치 못하다.
메달을 노리는 국가는 한국,중국,일본,대만의 4개국이지만 누구나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실력들이라 그런 규정을 추가한다는 것 자체가 선수들이나 관련자들에겐 불쾌한 일이기도 하다.
20일 광저우 아시안 게임 바둑종목의 이모저모를 따라가본다.
○●..반칙은 상대가 이의를 제기해야만 가능
"자기들끼리 자꾸 뭔가 속삭이는 거에요. 순서가 헷갈려서 누구 순서인지 확인하는 것 같았죠. 그렇지만 일단 내버려뒀어요." -최철한, 김윤영.
혼성페어에서 순서를 어기면 반칙이다. 또 말을 해서도 안된다. 반칙 3번이면 대회 실격이 된다. 그러나 이런 반칙은 심판이 잡는 게 아니라 상대선수의 이의제기로서 실현된다. 예선 리그서 약팀과 강팀이 만날 경우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강팀과 강팀이 만나거나, 준결승이나 결승전이 될 경우 상대팀의 반칙에 이의를 제기 하는 팀이 나올 수 있다.
○●..한국 단체전 오더, 좋다
"최규병 기사회장, 정공법이 좋다."
19일 제출한 남자단체전과 여자단체전의 오더에 대해 한국 선수단은 대체로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이창호 1번과 이세돌 3번, 최철한 6번이 인상적인 한국팀 오더였는데, 김승준 코치와 윤성현 코치는 중국팀의 오더를 의식하며 나름 잘된 오더라며 70%쯤 만족하는 표정. 양재호 감독은 19일 기술회의 결과 때문인지 표정변화가 없었다.
20일 최규병 9단은 "중국 오더는 '류싱'이 의외로 3장에 자리잡고 있다. 허를 찌른 지략이라 할 수 있는데, 지략은 원래 위기상황이나 단기전을 위한 것이다. 장기적으론 정공법이 좋다"라고 한중의 오더에 대해 평했다.
○●..한국 바둑, 침 맞는다, 대표 주치의 인동한의원 정병훈
인동 한의원 정병훈 원장이 한국 바둑 대표팀의 주치의로 광저우에 왔다. 대회가 끝난 선수를 진맥하고 즉석에서 침을 놓아줘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있다.
○●..일본팀 마스크
신종플루도 아닌데 왠 마스크? 일본팀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페어전에 임해 눈길을 끌었다. 서로간에 말을 하다 반칙을 범할까봐 강경책으로 마스크를 쓴 것이다. 그러나 한 미모하는 스즈키 아유미 선수는 대회가 시작되고 사진 플래시가 번쩍이자 마스크를 슬며시 내리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한국팀, 항의의 손수건 19일 광저우기원에서 열린 바둑 종목의 기술위원회에서 중국이 초시계 사용에 관한 난데없는 규칙을 발표해 한국선수단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발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착점한 손으로 계시기를 눌러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사석을 다 들어낸 후에 계시기를 작동할 수 있다는 것
물론 그냥 보기엔 상당히 합리적인 규칙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중요한 사실을 진작에 문서로 통보해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벌칙은 상당히 무겁다. 즉 바둑알을 착점한 손으로 계시기를 누르지 않고 반대편 손으로 누르면 주의를 준 데 이어 2집 벌점, 3번이면 실격패로 이어진다. 이는 페어바둑에서 착점 순번을 어기는 행위가 3번까지 허용(각 2집씩 벌점)되는 것과 비교해 봐도 엄청난 '중형'이다.
양재호 감독은 기자단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는 말도 안 되는 주최측의 횡포"라며 "어느 국제대회에서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한 예가 없다. 만약 그 규정을 적용하려 했다면 수개월 전에 공문을 보내거나 기본규칙안내서에 포함시켜 각국 선수단이 숙지하도록 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일 바둑종목 기술회의에서 갑작스레 튀어나온 '계시기 누르는 규정'은 한국기원의 대국 세부규정에도 있고, 중국룰의 세부규정에도 있다. 다만 이 규정은 지금까지 선수들에게 일종의 주의나 권장항목비슷했고 그걸 몇 번 어기면 실격을 시키는 처벌 규정은 없었다.
대회 시작전이나, 한 두달 전도 아니고 하루 전날 그런 규정을 들이대는 것은 연구생 시절의 버릇이 많이 남은 한국 프로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들 만하다. 한때 연구생들은 한손으로 착수하며 다른 한손으로 계시기를 누르던 버릇이 많이 있었다.
20일 페어에 출전한 한국선수들은 이에 대한 항의의 뜻인지 손목에 손수건을 두르고 바둑을 뒀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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