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AG 퍼펙트, 金 캐기까지
아시안게임 우승이 갖는 의미
AG 특별취재팀 진재호·이정환2010-11-26 19:41:45
대업(大業)을 이루다.
26일 한국바둑대표팀은 바둑 역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아시안게임 바둑종목에서 혼성페어, 남녀단체전을 모두 휩쓸고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내 주최국 중국(은 3개)을 누르고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종합우승은 89년 응창기배 우승 이후 절정으로 치닫던 한국바둑의 ‘20년 세도’가 끝날 때 쯤 터진 아시안게임 종합우승은 한국바둑이 다시 한 번 재도약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다.
▲상비군 훈련 모습.
●○…상비군 훈련이 금 수확의 원동력
예상외의 선전이다. 당초 한국을 떠나올 때 확실한 금메달은 하나도 없었다. 혼성페어는 도무지 상대의 깊이를 모르고,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준비를 해 왔다는 사실 때문에 금메달은 언감생심이었다.
3승이 필요한 남자단체는 중국의 구리와 콩지에가 더블 에이스로 부각되면서 이세돌 혼자서 버티는 한국이 열세라고 보았다. 또 2승이 필요한 여자단체는 중국에서 루이나이웨이가 버티고 있었던 관계로 중국에는 더욱 열세라고 보았다.
그러나 가장 먼저 시작된 혼성페어에서 한국의 젊은 주자 최철한(25)-김윤영(21), 박정환(17)-이슬아(19) 조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금 물꼬를 트는 바람에 단체전에서도 상당한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양감독은 입만 열면 한국여자바둑이 최근 1년 사이 무척 성장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여자바둑은 처음 상비군을 만들 때만 해도 무척 황폐해 있었다. 여자 기사들이 바둑에만 정성을 쏟기에는 기전규모도 턱없이 작았기에 그들은 어느새 곁눈질을 하는 분위기였다.
목표를 상실한 여자 기사들에게 아시안게임은 희소식이었다. 아시아게임을 계기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일단 남자에 비해 전력이 약했던 여자가 동반성장을 하게 함으로써 혼성페어의 능력도 성장하게 했던 것이다. 1년에 걸친 상비군 생활을 통해 목표점을 잃었던 여자기사들의 눈빛에 생기가 돌고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소득이다.
▲최철한과 김윤영의 페어 연습모습. 빡빡한 일정을 쪼개 밤 늦게까지 최철한과 김윤영은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일류 선수들의 살신성인
대회가 힘든 것이 아니라 대회의 준비과정이 힘든 법. 사실 일류선수들에게 아시안게임은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른다. 포상금 수 천 만원이 연봉 2억대 이상인 일류기사들에게는 포만감을 채워 줄 수 없다.
그러나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은 한국에서는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태극기가 동원되며, 시상대에 오르면 국민적인 주목도 받게 된다. 일류선수들에게도 바둑에서 성장한 만큼 팬들의 사랑으로 받은 은혜를 바둑으로 갚는다는 소명의식을 가졌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할 수 있었다.
특히 페어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더 길고 힘들었다. 최철한, 박정환 등 일류선수들은 말로 표현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훈련보조비에도 불구하고 힘든 과정을 묵묵히 따라주었다. 박정환의 경우 병역혜택이라는 당근이라도 있지만, 최철한의 살신성인은 눈물겨웠다. 혼성페어와 단체전에서 거의 전 라운드를 다 뛰며 소중한 금 잔치에 밑거름이 되었다.
실제로 최철한-김윤영 조는 동메달이지만 금메달 못지않은 칭찬을 받아야 한다. 그들은 박정환-이슬아 조와 광저우에서의 연습바둑에서 3판을 모두 이겼을 정도로 기량이 탁월했다. 같은 의미로 강동윤과 이민진도 혼성페어조가 강성해지는데 스파링파트너가 되어준 조력자이다.

▲ 지난 16일 출국을 앞두고 있는 코칭스텝. 양재호 감독, 김승준·윤성현 코치.
●○…철저히 준비한 코칭스텝의 힘
박정환, 김윤영, 이슬아 등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갈아서 오늘의 영광으로 바꾼 코칭스텝의 공은 절대적이었다.
대표팀은 지난 16일 광저우에 입성했다. 자칫 일류프로선수들에게 부담이 되는 스케줄이 아닌지 의아했다. 그러나 코칭스텝은 전체 바둑경기가 혼성페어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미리 현지 분위기 적응에 들어간 것이다.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번 대회의 또 하나의 변수였던 오더에서 거의 신기에 가까운 지략을 선보인 것도 오랜 기간 동안 연구에 연구를 더할 결과물이었다.‘오더신공’이라고 불리는 코칭스텝의 오더제출에서 이미 유리했다는 자평할 정도였다.
그 외 낯선 로컬룰에 대한 불확실한 이해 등은 대회를 더욱 극적으로 몰아가기 위한 악센트였다고 치부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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