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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젬스페셜]

산사(山寺), 바둑을 품다

도신스님의 서광사 바둑 템플스테이

김종서 작가2010-11-29 23: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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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절에서 바둑을 두자

‘달마야 놀자’라는 영화가 있었다.
신성한 사찰로 숨어든 조폭들의 해프닝을 다룬 코믹 액션 극인데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흥행에 대성공을 거두었다.
수행 정진하는 스님들이 대중들과 자연스럽게 스킨 쉽을 나눈 게 흥행의 포인트였다.

‘절에서 바둑을 두자’

충남 서산의 서광사 도신스님이 겨울 초입에 내건 슬로건이 흥미롭다.
도신스님은 열혈 바둑 광으로 유명하며 조계종의 국수(國手)로 통할 만큼 기력도 강하다.(타이젬 9단)
프로기사, 아마바둑인들 사이에 두터운 인맥을 쌓았으며, 초면에 불교 신도가 아니라도 바둑 때문에 왔노라 인사하면 덥석 두 손을 맞잡고 정갈하고 푸짐한 절밥부터 대접하는 인심 좋은 스님이다.



그 동안 타이젬을 비롯해 여러 바둑매체에서 소개한 바 있어 바둑계에 널리 알려진 도신스님이 드디어 공식적으로 바둑을 품었다.
서광사에 바둑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접목한 것이다.
템플스테이는 말 그대로 전통사찰에 머무르며 스님들과 함께 일상과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외국의 팜 스테이(농장체험)에서 착안한 템플스테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외국인 숙박시설 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당시 33개 사찰에서 시작해 지금은 109개 사찰이 각 사찰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템플스테이로 발전하고 있다.

명상과 참선을 중점적으로 하는 곳.
산사의 음식을 체험하는 곳.
전통적인 다도의식을 행하는 곳.
불교무술인 선무도를 특화해 심신을 수련하는 곳.
죽음 명상을 통해 죽음을 체험해보는 곳.
산책을 하는 곳.

여기에 서광사가 바둑을 주제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들고 나온 것이다.

“절에서 바둑 프로그램이 어울릴까요? 어려울 텐데 말입니다.”

불교계 일각에서 서광사의 파격적인 기획에 관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양이다.



“절과 바둑은 아주 잘 어울립니다. 바둑에 만다라의 이치가 스며있지요. 우리 서광사를 바둑 인들에게 개방해보겠습니다. 사찰이 심산유곡에 숨어 있어서는 될 일이 아닙니다. 바둑을 사랑하는 팬들이 언제라도 찾아와 공기 좋은 이곳에서 일상의 피로를 씻고 벗들과 어울려 깨달음의 한 수를 찾는 명상을 함께 한다면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도신스님은 그렇게 바둑을 화두로 산사의 문을 열었다.
성공이나 호응 여부는 훗날 평가할 일이지만 도신스님의 바둑에 관한 열정을 바둑 팬들에게 좀 더 시원하게 알려줄 필요와 의무가 있어 특집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S#2. 바둑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12월 4일(토) 서광사의 ‘각수삼매 연수’ 1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주말 1박2일에 걸쳐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단전호흡, 호흡요결, 행복한 요가, 탁본체험, 바둑강좌, 프로기사 지도기, 바둑 노래, 바둑격언 사서하기 등의 순서에 따라 진행된다.
또 서산시의 협조로 간월도와 갯벌체험, 마애삼존불 견학도 준비되어 있다.
타이젬의 대국실에 각수삼매 1기 수련생 모집이란 배너를 누르면 신청할 수 있으니까 관심 있는 기우님들께서는 들러보시길 권하고 싶다.

이틀에 걸친 바둑여행을 통해 갑자기 폭발적으로 기력이 향상될 리는 없으리라.
그러나 반복되는 일상의 틀을 깨고 고즈넉한 산사에 머물며 채식을 섭취하고 정신의 기름때를 씻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더구나 바둑애호가라면 바둑 템플스테이를 통해 다정한 벗들을 만나고 사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도신스님과 절친한 프로기사들을 비롯해 아마 바둑인들, 바둑필자들, 서산 당진 지역의 바둑동호회 ‘원석회’ 멤버들이 대거 참가할 예정이니까.


▲ 눈 내린 서광사 전경.

“바둑 인들은 언제 만나도 편합니다. 바둑이란 이름 아래 금방 친밀해지거든요. 앞으로 바둑 인들의 모임이 있을 때 서광사를 언제든지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타이젬 동호인들은 대환영입니다. 저도 밤마다 타이젬에서 바둑을 보고 콘텐츠를 읽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온라인에서 늘 만나는 분들이니 오프라인이라도 허물이 없지 않겠습니까?”

도신스님의 행마가 한없이 두텁고 넉넉하다.

“소림사가 쿵푸의 본산이듯 먼 훗날 서광사가 바둑의 본산으로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국내의 바둑애호가들은 물론 해외의 바둑 팬들까지 찾아올 수 있는 명소로 발돋움하길 빕니다.”

필자가 인사로 건넨 덕담이다.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은 서광사지만 역사가 뭐 그리 중요할까?
역사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
스님의 의지가 그러하고 바둑 인들의 의리가 그곳으로 뭉쳐진다면 이뤄지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 서광사 내부.

S#4. 바둑을 짝사랑한다

템플 스테이가 요즘 종교 갈등 차원에서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기도 하지만 한국의 산사는 종교적 색채를 넘어 우리 민족문화의 원형 아닌가?

“그런 것들 따지면 누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불교의 미덕과 산사의 정취를 바탕으로 바둑과 내 자신을 돌아보는 프로그램, 좋지 않습니까?”

도신스님은 격식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스타일이다.
서산성당의 방윤석 베르나르도 신부님과 음악회를 함께 개최하고 목사, 신부, 스님 등 종교인 바둑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제 바둑의 스승은 전영선 사범이십니다. 고인이 되셨지만 그 분은 저에게 조건 없이 바둑을 가르쳐 주셨지요. 그래서 저 또한 바둑을 조건 없이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바둑과의 인연을 담담하게 밝히는 도신스님.
그의 바둑 짝사랑이 빛을 보았으면 좋겠다.



아시안 게임에서 바둑에 걸린 3개의 금메달을 한국대표팀이 싹쓸이했다.
싹쓸이한 종목은 양궁과 볼링, 바둑 3개 부문이다.
한국의 강세를 우려해서 주최 측 중국에서 바둑 종목의 개인전을 없애고 남녀 단체전과 페어 부문으로 압축했다는 사실을 모두 아시리라.
남자 5:5 여자 3;3이면 중국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것인데 대한민국의 기사들이 전 부문에서 강렬한 투혼을 발휘하며 중국의 기세를 꺾어버린 것이다.
바둑 세계대회가 빈번히 열리지만 특별히 상금도 걸리지 않은 아시안 게임의 바둑이 훨씬 더 크게 조명된 이유는 간단하다.
마인드스포츠로 분류되면서 바둑 언론매체를 넘어 모든 매스컴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바둑은 국민들의 관심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슈를 창출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풍성한 이야기 거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서광사의 바둑 템플 스테이도 바둑 팬들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눈여겨보고 적극적으로 참가해 하나의 바둑문화상품으로 키웠으면 좋겠다.

2화에서는 도신스님의 음악과 바둑의 기나긴 여정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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