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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棋찬한컷]

술로 전초전 치른 조한승과 구리

2월 28일 비씨카드배 32강전 직후…

이정환2011-03-16 01: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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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씨카드배 16강전 한국기사 대국이 지난주 끝이 났다.
이세돌, 박정환, 허영호, 김지석이 8강에 올랐다.
박승화, 온소진, 최철한, 김주호는 아쉽게도 탈락하고 말았다.
이제 17일부터는 중국기사들이 출전할 차례다.
콩지에, 창하오 등 전력의 핵심들이 탈락한 가운데 구리를 주축으로 천야오예, 저우루이양, 탄샤오, 종원징이 나선다.
이에 맞서 한국은 김기용, 김승준, 조한승이 출전한다.

이 가운데 구리와 조한승의 대결이 흥미롭다.
두 사람은 2년 전 제1회 대회 결승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조한승은 처음으로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했고 마침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던 터라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말도 나돌았다.
하지만 결과는 1-3 완패.
조한승이 받았을 충격이 컸을 것이다. 주위에서는 2년이라는 공백을 스스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가 재기 성공 여부의 가장 큰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 구리 "먼저 마셔야 제가 마시죠" 조한승이 술잔을 비우는지 확인한다. 구리는 술자리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활약(?)했다. 중국에서도 유명한 한국 걸그룹 노래를 흥얼거리기도하고 "소맥"이라는 말을 곧잘 했다.   

그러나 조한승은 그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았다.  
부대장의 배려로 명인전과 olleh KT배 등 꾸준히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고 특히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되면서 바둑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 노력의 결실로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통해서 병역혜택을 받아 비씨카드배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32강전이 끝난 지난 28일 중국기사들과 함께 저녁을 먹을 기회가 생겼다. 
이날 모인 사람은 구리, 왕레이를 비롯해 탄샤오, 종원징, 저우허시 등 어린 기사들과 혁성 이철용 대표, 체단주보 씨에루이 기자다.
한국은 최철한, 조한승만 참석했다. 

왕레이는 맞 형답게 후배기사들에게 술을 한 잔씩 따라주었다.
술이 센 구리는 조한승, 최철한에게 번갈아가며 한 잔씩 권했다.
조한승도 구리 보다는 술이 약하지만 절대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서로 주거니 받거니 수차례 술잔을 돌렸다.


▲ 왕레이는 비씨카드배 중국 선수단장 겸 선수로 한국에 왔다. LG배 결승 때부터 있었다. 2월 28일 32강전에서 조한승에게 져 탈락했지만 술자리에서는 친형같이 후배기사들을 챙겼다.  

두 사람 사이에서 이상한 기운이 감지됐다.
바둑판 앞에 앉아 있진 않지만 술로 전초전을 펼치는 듯 보였다.
술이 약한 최철한은 이미 항복을 선언했다. 
조한승은 분명 버티기 힘들었을텐데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구리에게 받은 술잔은 반드시 돌려줬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탈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구리 역시 최철한과 조한승이 협공하는 탓에 "2대1로 싸우는 것은 자신이 없다"면서 오는 술잔은 거부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날 이렇게 대접하면 나중에 둘다 중국에 오면 각오하라"고 협박(?)까지 일삼았다.

술로 치른 전초전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주위 사람들의 만류로 비로소 술잔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다.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언제 끝날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일단 무승부로 서로 헤어졌지만 꺼지지 않은 이들의 승부욕은 3월 21일(일) 다시 불타 오른다.    



한편, 끝에 앉아 있던 씨에루이 기자는 옆에서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대도 젓가락질만 열심히다. 혼자서 5인분을 거뜬히 해치운 것 같다. 모두 파장하는 분위기였는데 3인분을 추가로 시켜 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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