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원정대]
수재들과의 유쾌한 만남
동호회 원정대 5탄 서울대학교 바둑동아리
김지명 아마 6단2011-04-03 10:10:30
▲서울대 바둑동아리와 동호회원정대가 함께!.
이번 시간은 서울대 바둑 동호회다. 아, 이번은 재학생들을 만나니 동아리가 더 맞는 표현이겠다. 대한민국 수재들만 모인다는 서울대의 바둑실력은 어떨까. 일단 시작이 반이라고 섭외부터 출발!
"따르릉"
"여보세요~"
헛, 사춘기 소년의 목소리? 여자 목소리 같기도 하고, 내가 번호를 잘못 눌렀나?
"서울대 바둑 동아리 회장 전화번호 아닌가요?"
"맞는데요?"
"회장이 여자분 인가요?"
"네. 제가 서울대 바둑 동아리 회장 유재경입니다"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지금까지 서울대 바둑동아리 선수들 몇 명 알았지만 여자 회장은 처음이다. 요즘 계속 연세 지긋(?)하신 회장님들과 함께 하다 보니 21살 여학생 회장과의 대화는 조금 어색하다. 어쨌든 섭외는 성공. 여 회장의 기력은 어떨까.
"바둑 얼마나 두세요?"
"저는 18급이에요."
최근 한국기원은 바둑보급일환으로 각 대학 바둑동아리에 프로기사를 파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담당은 백지희 2단. 백 2단은 이번 동호회원정대 출전 프로기사이기도 하다. 백 2단에게 서울대 동아리회장의 급수를 살짝 물어보니 "18급이라고 해서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요. 상당히 잘 둬요. 두 자리는 아닌 것 같고, 한 자리 급수인데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한 자리 급수가 예상되는 겸손한 여회장의 자칭 기력은 18급. 흔히들 바둑머리는 따로 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수재들의 바둑실력은 어떨지 궁금해 슬쩍 물어보니 평균 타이젬 3단 이상 이란다.
▲대국이 시작되기 전 서울대 동아리회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근 명지대, 대불대 등 바둑학과가 생기면서 연구생 출신 아마강자들이 워낙 많이 등장해 평균 기력 타이젬 3단이라면 그렇게 높게 생각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서울대에는 강자들이 많다. 프로기사 오주성을 비롯해 연구생 생활 도중 학업으로 전향한 오경환, 곽형준 등도 서울대 바둑동아리 출신. 이 외에도 독학으로 타이젬 7~9단 정도의 수준의 기력을 뽐내는 강자들이 10명 가까이 되 대학바둑대회가 열리면 명지대, 대불대를 제외하고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대학 중 하나가 서울대이기도 하다.
사실 동호회원정대에서 소개할 5번째 곳이 서울대라는 말을 들었을 때 지난 추억이 떠올라 기분이 묘했다.
관철동 연구생 시절 기사실에 들어가 보면 항상 프로와 내기바둑을 두는 젊은 사람이 있었다. 까까머리 연구생이 생각하기에 기사실이라 하면 프로기사들이 출입하는 신성한 곳! 제한도 엄격해 일반 아마추어는 출입을 할 수가 없었다. 내기바둑을 두던 그 젊은 남자는 당연히(!) 프로기사인 줄 알았는데, 후에 알고 보니 서울대 출신 바둑전문기자 박치문 형이었다.
어렴풋한 기억. 당시 치문이 형은 어딘가에 관전기를 쓰기 시작할 때였다. 바둑 잘 두지, 글도 잘 쓰지, 키도 크지, 성격도 좋아 당시 어린 마음에 꼭 "치문 형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었다.
후에 나는 치문이 형과 친해졌고, 형은 나의 멘토가 되어줬다. 사실 내가 입단 못하게 치문이형이 일조(?)를 했다. (조금 찔리기는 한다. 설마.) 치문이 형이 “지명아. 꼭 프로가 되지 않아도 바둑관련 다른 분야에서 멋지게 인정받으며 살 수 있어.”라면서 “세상엔 소금처럼 꼭 필요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설탕처럼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도 필요한거야! 이 설탕 같은 놈아.”라고 조언을 해준 것이다.
치문이 형은 지금도 중앙일보에서 글을 쓰고 있다. 바둑은 많이 약해 지져서 가끔 아쉽기도 하다. ^^
각설하고 하여간 서울대는 나에게 여러 가지 좋은 기억이 많은 학교다.
드디어 대국 당일이 됐다. 이름을 알기 쉽게 명찰을 달고 오도록 부탁했다.
전화 통화는 했지만 회장 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외모가 이하진 3단과 너무 닮았다.
백지희 2단과 김원 7단도 도착했고, 곧 대국을 시작할 것이다.
백지희 2단에게 도전할 서울대생은 과연 누구일까? 우선 기력은 타이젬 7단 (요즘 칫수 화제인)이라고 하는데, 유재경 서울대 동호회장의 글에서 만나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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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에 간다는 사실에 두근두근. 긴장한 채 들어선 K-바둑 스튜디오 동호회원정대 촬영장은 웬 가정집 건물? 맞아주신 김지명 진행자님과 김원 사범님, 백지희 사범님 외 스텝 분들도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서울대 바둑부는 60년대에 창립되어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전통 있는 동아리입니다. 재학생 회원은 50명 이상이며, 졸업하신 선배님들께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십니다. 전국에 있는 바둑 동아리 중에서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며, 지금까지 개인, 단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왔습니다. 대외적으로는 70년대부터 매년 실시해온 동경대 교류전을 비롯하여 연세대, 고려대, 명지대, 대불대 등과 활발히 교류전을 벌이며 친목도모 및 실력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국자로 나선 강지문이는 09학번으로 화학생물공학부에 재학 중입니다. 작년 회장이었고, 현재 귀여운 목소리로 서울대바둑부의 마스코트를 맡고 있습니다. ‘엄청큰그릇’이란 아이디로 타이젬에서 활동 중이죠.

대국 상대인 백지희 사범님은 한국기원과 프로기사회의 대학바둑보급계획의 일환으로 이번학기에 우리 서울대 바둑부에 출강하시게 된 분이기도 합니다. 바로 이 주 금요일로 첫 출강일을 잡았는데 여기서 먼저 첫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대국이 시작되고 바둑판 이곳저곳에서 피 튀기는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엄청큰그릇’이란 아이디에 걸맞게 평소에 상대 돌을 다 잡으러 가는 바둑을 많이 보여준 지문이와, 조용한 이미지와는 반대로 거친 바둑을 두신다는 백지희 사범님의 대국!
어딜 어떻게 둬야 하나. 대국자 분들은 어지럽게 수를 읽느라 머릿속이 팽팽 돌아갔겠지만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재미있는 바둑이었습니다.
▲백지희 2단과 서울대 강지문 타이젬 7단의 대국,
지문이가 평소에도 프로 2단인 오주성 선배나 연구생이셨던 여러 선배들과 종종 대국해왔기에 프로사범님을 상대로도 부담 없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요. 카메라 탓이었을까요? 하변 대마가 잡힌 뒤 돌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아쉽지만 재미있던 대국이 끝나고 가볍게 뒤풀이를 한 뒤 촬영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피곤한 몸으로도 참여해주신 학우 여러분, 김지명 해설자님, 김원 사범님, 백지희 사범님, 그리고 촬영 스태프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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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백지희 2단이 이렇게 전투 바둑이었나? 김원 7단과 방송을 진행하는데 깜짝 놀랐다. 백지희 쓰나미에 강지문 서울대 동호회장은 무너지고 복기가 이어진다.
동호회 원정대는 대국보다 대국 후가 더 재미있다.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고기집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다음날 시험이라며 빼는 친구들이 두 명 있었으나 조금만 있다가라는 만류에 합석, 결국 재미난 분위기에 시간이 흘러도 아무도 가지 못했다. 전철 막차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버티다 해산.
▲뒷풀이 모습
오래간만에 아주 풋풋한 젊은 학생들과 한잔 하다 보니 젊어진 느낌, 그리고 머리 좋은 친구들과 이야기 했더니 머리도 좋아지는 느낌? 물론 느낌 뿐이고 하루가 지나고나면 그 기운들이 다 사라지겠지만, 너무나 기분 좋은 하루였다.
글을 보내준 서울대 유재경 회장, 백지희 2단, 수업 후 참가해 준 서울대 동아리회원들 그리고 유재경 회장의 연락처를 알려준 섭외 일등공신 곽형준 소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또 이 모임에 특별한 이유 없이 불참한 오경환 학생에게는 경고를 따로 보낸다.^^
젊은 피 서울대 바둑동아리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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