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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획기사]

LG배 결승을 바라본 중국의 반응

'이-이 시대 등장론'에 신중한 모습 보여

tygem2003-04-02 16: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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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국에서는 세계바둑계의 흐름을 바꿀 만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사건이 터졌다.
스물한살의 이세돌 3단이 ‘번기의 제왕’ 이창호 9단을 3대1로 꺾고 LG배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세돌 3단으로서는 2년전 바로 이 대회 결승에서 당한 '2연승후 3연패'의 쓰라린 패배를 가슴에 묻고 와신상담(臥薪嘗膽)한지 2년, 마침내 세계최강 이창호 9단을 쓰러뜨렸다.

세계바둑계의 현 챔피언과, 그 챔피언을 가장 위협하는 도전자의 빅매치인 만큼 중국바둑계의 관심 역시 대단했는데, 중국 유명 기사들의 현황과 함께 이창호-이세돌의 LG배 결승을 바라본 소감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녜웨이핑 9단 "아직은 이창호가 더 세다"
80년대 후반 ‘대륙의 반달곰’, ‘철의 수문장’으로 명성을 떨친 중국의 ‘기성(棋聖)’ 녜웨이핑 9단은 LG배 결승이 열릴 당시 제2회 홍타배(紅塔杯) 시난왕(西南王)전 참가차 청두(成都)에 있었다.

그는 LG배 결승4국에 대해 “이창호는 이미 너무 많이 이겼다. 그가 약점이 거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세돌이 하변에서 수를 내려고 덤볐을 때, 이창호는 평정심을 잃었고, 결국 착각이 등장했다”라며 백전노장다운 날카로운 관전평을 내렸다.

미래 세계바둑계의 판도에 대해서는 “한두 판의 바둑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이-이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 내 관점으로 현재까지는 그래도 이창호가 더 대단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창하오 9단 "세돌, 창호 추월은 못했으나, 매우 근접"

최근 빅매치에서의 연속 패배로 슬럼프에 빠져있는 중국의 에이스 창하오(常昊) 9단이 모처럼 3월 27일 스촨성(四川省) 청두(成都)시에서 열린 롱췐(龍泉)배 초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한 날 저녁 공교롭게 같은 날 열린 LG배 결승4국을 인터넷으로 관전한 창하오 9단은 인터뷰를 통해 한마디로 “아직 이세돌 3단이 이창호 9단을 넘어서지는 못했으나, 매우 근접해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중국의 유력 체육·바둑 전문지 <티탄주보(體壇周報)>는 "이세돌 3단이 상극된 기풍이기 때문에 이창호 9단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제기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창하오 9단은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이미 한국에서 수많은 신예기사들이 강한 전투력으로 무장해 이창호와 맞섰지만 결국 모두 패했다.

이세돌 3단이 이창호 9단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이미 그의 실력이 이창호 수준에 근접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번 LG배 결승전도 결국 이창호 9단이 못 뒀다기보다는 이세돌 3단이 너무 잘 둔 결과”라고 평했다.

개인적으로 까다로운 상대에 대해서는 5승19패의 상대 전적이 말해주듯 단연 이창호 9단을 꼽았다. "비록 이세돌 3단의 부분 전투능력과 탁월한 감각이 돋보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약점 역시 명백히 드러난다"면서 "반면, 이창호 9단의 경우 별다른 약점 없이 전체적으로 견실하고 후반 계산력이 뛰어나기에 더욱 상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구리 7단 "한국 신예가 중국보다 강하다"

세대교체의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는 구리(古力) 7단이 2관왕에 올랐다.
지난 3월 천원에 오르며 세대교체에 불을 지핀 구리 7단은 3월 30일 열린 제2회 홍타배 시난왕전 초청대회 결승에서 ‘7소룡’의 일원인 딩웨이 8단을 꺾고, 우승컵을 차지했다.
올해 2회째를 맞는 시난왕전은 중국 서남쪽에 위치한 4개 성(省) 출신의 16명 기사를 초청해 총 4라운드 토너먼트로 펼쳐지는 이벤트성 대회이다.

우승을 차지한 구리 7단은 인터뷰를 통해,“정말 운이 많이 따라주는 한판이었다. 중반 이후 돌이킬 수 없는 형세 같았는데, 계속된 상대의 실수로 행운의 반집(중국식 계가로 1/4子)승을 거둘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LG배 결과에 대한 소감으로는 “이세돌 3단은 정말 대단하다. 실력으로만 말한다면 확실히 한국의 젊은 층이 우리보다 강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자신감 넘치던 평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다.

중국바둑계는 대체적으로 녜웨이핑 9단의 말처럼 이-이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의견에 대해 "아직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사실 조훈현-이창호 사제를 '공공의 적'으로 규명하고 이들을 꺾기 위해 밤낮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와중에 돌연 이만큼 강하고 이보다 젊은 또 하나의 걸출한 천재가 적지에서 나왔다면 누가 과연 이를 인정하고 싶겠는가.

또 하나의 확실한 조커를 얻은 '세계최강' 한국, 그리고 원대한 세계제패의 꿈을 위해 두터운 한걸음을 내딛고 있는 추격자 중국이 앞으로 미래의 패권을 놓고 어떤 모습으로 자웅을 겨루게 될지 자못 기대가 된다.

중국 베이징=TYGEM/이영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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