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원정대]
부산의 바둑열기는 뜨거웠다
정예의 15명, 특공대 부산의 일석회
김지명 아마 6단2011-05-01 16:32:24
▲일석회 회원들과 함께!
이번은 예고대로 부산 일석회다. 1979년 창설된 기우회로 현재 정예의 15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인원이 좀 적은 듯 하지만 평균 기력 타이젬 5단 이상의 막강한 실력의 기우회로 발해의혼 9단, 라이파이 9단, 영현 8단 등 쟁쟁한 아이디들이 일석회 회원이다. 지도사범은 김종준 프로.
오늘 대국자는 김기배씨다. 타이젬에서는 때로때때로 5단으로 활동 중이다. 프로와 대국하는 아마추어는 보통 긴장을 하기 마련인데 김기배씨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여유만만 하다고나 할까. 상대가 손오공 9단인데도 말이다.
긴장을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 물으니 평소 프로와 대국이 많았다고 한다. 치수는 넉점. 타이젬 5단이 넉점이면 좀 프로가 유리한 것 아닌가?
▲부산의 터줏대감 김철중 아마 6단.(사진 왼쪽 위)
어디선가 큰 목소리가 들린다. 부산의 터줏대감 김철중 사범이다. 바둑계는 프로 김철중과 아마 김철중 이렇게 둘로 나뉜다. 부산쪽에선 물론 아마 김철중이다.
항상 호탕한 목소리에 두주불사 마다하지 않는 그에게는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 이전 글에 이야기 했던 함중아(호칭이 어렵다. 형님이라고 하기엔 좀 연세가 있고, 아저씨라 하기엔 너무 젊다.ㅎㅎ)씨와 이일수씨가 이야기꽃을 피운다. 함중아씨는 가끔 행사장에서만 보았는데 이야기를 나눈 적은 처음이다. 몇 마디 안 나눴는데도 ‘나는 바둑 광이오!" 라는 느낌이 확확 든다.
참 이번 서능욱 9단의 지도 대국이 끝난 후에는 명사대국이 기다린다. 바로 함중아씨와 백상오씨의 대결이다.양 대국자는 평상시에도 자주 대국하는 라이벌이다. 당연히 실력은 백중지세. 이미 부산지역 회원들끼리 승자 예측 베팅이 벌어진다. 그 결과 백상오님 의 승리.
함중아씨는 "패인은 내기가 안 걸려서야! 내기만 걸렸으면 내가 이기지!“라고 자진 패인 분석을 한다. 음. 내 전매특허인데. 누구나 생각하는 것은 비슷한가 보다.
다시 김기배씨의 자전평과 함께 원정대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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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 호시절이라더만 아직도 스산한 찬바람이 가시지 않는 3월이 마무리 될 시점. 바둑을 배운 지 35년만의 이상야릇한 기운이 나를 찾아왔다.
TV 해설가로 유명하신 김원 사범님이 부산시바둑협회 백승이 전무님을 찾아온 것이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우리의 아지트인 연산동 만복국수집에서 따끈하게 데운 정종대폿잔을 때리는 중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귀공자타입의 얼굴이 눈에 보이는 순간 TV에서 보아 오던 김원 사범임을 알았다.
▲꽃중년(?)김원 7단.
백전무님 소개로 인사를 하면서 무슨 프로기사가 어찌 그리 예쁘장하게 생겼는지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같이 잔을 기울이는데 백전무님이 갑작스레 바둑 한 판 두라는 말씀, 멍하게 뒤통수를 때렸다.
아! 누적된 업무에 피로감을 삭이려고 술로 목을 축이는 도중의 황당한 제의다. 바둑실력이나 있다면 모를까. 이 무슨 해괴망칙한 일이란 말인가? 그것도 TV녹화까지 한다며 50년 동안 쌓아 온 나의 지고지순한 이미지를 완전히 망가뜨리겠다는 예측불허의 핵공격이었다.
설왕설래의 난전 속에서 부산바둑계 최고의 동호회인 일석회를 소개하고 그 대표로 총무인 나에게 지도대국을 주선하는 두 분의 진지함에 눌려 마지못해 승낙한 후 20여일의 기간은 시쳇말로 말로써 표현하기가 힘든 야릇한 나날들 이었다.
▲서능욱 9단과 대국 중인 일석회의 김기배씨.
30년을 넘는 전통을 가진 "一石會"에 가입하게 된 것도 커다란 행운이었는데 더불어 일석회를 대표해서 전지전능하신 손오공 서능욱사범님과의 대국이라니. 한편으로 떨리고 한편으론 우습기도 했다. (참고로 일석회는 32년전 부산바둑계를 대표하던 강1급들만의 동호회로 출발하였으나 지금은 문호를 개방하여 나같은 하수도 가입을 허용하고 있으며, 김종준 사범님의 지도하에 정성재회장님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회원 15명의 화기애애한 동호회임 )
이것도 가문의 영광이랄 수 있을까나. 그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지 않던가. 여지껏 일석회 고수님들에게 평소 쥐어터지고 꼼수(?)에 옆구리 찔려가며 흘린 피의 댓가를 보상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며 임전무퇴의 각오에 임하던 날,
4월의 벚꽃향기는 진동하는데 뭔 찬바람은 씽씽 불어대는가. 이러한 심란한 나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는 마눌은 점심식탁에 평소 안보이던 미역국에다 계란 후라이까지 곁들여 초를 쳐댄다. 허파와 심장이 맞장구쳐대며 벌렁벌렁하는 소리가 귓전을 맴돌지만 전장에 나가는 장부의 마음을 여린 아낙이 어찌 알는 큰 마음으로 꾹꾹 참으며 대국장에 갔다.
부산 여성바둑계의 대표주자이신 김영순선생님과 서능욱사범님의 첫 대국을 대국실 옆 해설방에서 관전하고 난 후 대국장에 들어서는 순간 정신이 멍하니 혼돈스러웠다.
▲김기배씨가 장고 중이다.
TV 중계카메라 뿐만 아니라 눈부신 조명등에 취한 나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평소 인자하신 부처님같은 인상의 서능욱 사범님의 무표정한 모습에 빨려 들어가는 순간, 넉 점 바둑이 벌써 다섯 점바둑으로 벌려지고 있음을 직감하였다. 이건 아니다. 그래도 일석회를 대변하러 나왔지 않은가?
죽더라도 장렬한 전사를 하리라는 각오와 함께 바둑판 앞에 앉은 나의 마음은, 나도 모르게 無心과 虛心으로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나 보다.
이러한 기회를 주신 K바둑과 타이젬 관계자님들께 감사드리며 해설하시느라 고생하신 김원 사범님과 박창규형님, 그리고 어여삐 봐주신 서능욱사범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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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이 지다니….흑의 1집 승리.
대국자 김기배씨의 자전평이 멋지다. 그런데 쑥스러운지는 몰라도 자신이 승리를 거두었다는 이야기는 안한다. 서능욱 9단에게 넉점에 이기다니 아! 부산 바둑은 짜다. 당구도 부산은 짜다. 바닷가 도시 사람들과는 내기를 하지 말라나?
모든 대국 종료 후 회식자리는 중국집. 중앙동에 있는 동궁 이라는 중국집에 모두 모였다. 인원이 거의 35명 큰 모임이다. 자리 때문에 일석회와 여성 연맹은 따로 앉았다.

▲동호회원정대의 백미. 뒷풀이.
물론 술병을 들고 서로 왔다갔다 주거니 받거니. 그런데 박창규 형은 술을 안 마시는 것 아닌가. 창규형이 술을 마다해? 설마. 그럴리가.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30년 만에 처음 보는 광경이다. 이유는 차를 가지고 부산까지 왔단다.
하여간 형이 따라주는 몇 잔을 받다보니 이미 얼큰해 졌다. 술이 약한 나는 잠시저쪽 여성연맹쪽 으로 피난을 갔다. 역시 이 곳이 좋아!
▲부산 탐방에 많은 도움을 준 이일수씨(왼쪽)와 가수 함중아씨.
바로 옆자리의 함중아씨가 2차를 사겠다고 가잔다. 이 좋은 기회를! 분하지만 이미 저녁기차를 예약해서, 다음날 아침에 행사 사회를 봐야해서 먼저 일어섰다.
부산의 밤바람은 매우 차가웠지만 바둑 열기는 그 찬바람보다 백배는 뜨거웠다. 즐거웠습니다! 여러분
추신: 이일수님 ~다음에 꼭 한판 둬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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