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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수첩]

넬라 판타지아-우물쭈물

미국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서 목회활동과 그림을 그리는 재미교포 유저

김종서 작가2011-05-22 14: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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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유저수첩의 주인공 우물쭈물.

S#1. 그림을 그리는 목사

우물쭈물 8단이란 아이디가 눈에 들어온 것은 오래 전부터다.
필자의 칼럼과 소설이 업데이트 될 때마다 꼭 한 두 줄 자신의 생각을 댓글로 다는 유저인데 유머러스한 표현과 문장으로 미루어 젊은 세대로 판단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심야의 쪽지 대화를 통해 우물쭈물 8단의 정체를 알고 나서 깜짝 놀랐다.
미국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서 목회(牧會)활동과 그림을 그리는 재미교포라는 거였다.
지구촌 각지에서 우리 교민들이 타이젬을 통해 바둑을 즐긴다는 건 익히 알고 있으나 이 분의 경우는 기력의 수준이 무척 높아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무척 궁금했다.

▲직접 그린 그림들.

그러나 그는 오래도록 자신의 실명을 알려주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우물쭈물 8단의 특징들을 조각조각 모아 모자이크를 하니 이태영 목사 블로그가 떴다.
웃는 예수를 그려 세계의 오지를 다니며 선교활동을 펼치는 분이었다.

우물쭈물 8단과 심야의 대화를 이어가던 당시 필자는 서광사 도신 스님과 템플스테이 활성화를 위해 자주 왕래하고 있었다.
종교는 달랐어도 목사와 스님 두 분의 캐릭터가 흡사했다.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바둑을 즐긴다는 것.

언젠가 각 종교지도자 바둑대회를 만들고 바둑 팬들에게 널리 소개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일단 두 분의 만남을 주선해보고 싶었다.
불교계의 국수와 기독교계의 명인이 타이젬 대국실에서 수담을 나누는 장면, 흐뭇하지 않은가?

그러자 우물쭈물 8단의 족지가 날아온다.
“도신스님 참 만나 뵙고 싶은 분입니다. 그러나 저는 기독교계의 명인이 아닙니다. 소문에 의하면 원생 출신 젊은 목사들도 있다 하니 저 같은 하수는 명함도 못 내밀 실력이지요.”

겸손하다. 그러나 스님과 한판 두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느껴진다.
그가 남긴 무수한 댓글을 통해 분석해보자면 그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적호기심이 충만하며 익살스러운 유저로 다가온다.

▲인터뷰 중인 우물쭈물(왼쪽)과 김종서 작가.

S#2. 아프지 않으면 청춘이 아니다

3월, 그가 귀국했다는 전갈을 받고 타이젬으로 초청했다.
처음 만났는데도 마치 십년지기처럼 반갑게 끌어안았다.
캔 커피 하나씩 들고 몇 시간이나 이야기를 나눴을까?
낡은 흑백필름처럼 우물쭈물 8단의 바둑 스토리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서울 용산에서 출생해 오산고를 나왔다.
타이젬스페셜 ‘봄날은 간다’ 편에 소개되었던 이중섭과 이수근 화백이 오산고 미술부 출신인데 우물쭈물 8단도 그 교실에서 그림을 배웠다고 한다.

바둑은 1966년 중2때 친구들과 노트에 바둑판을 그려 오목을 두면서 입문했다.
사촌형한테 25점을 깔고 처음 바둑을 배웠는데 한 달 보름 만에 맞두고 반년 뒤에는 형이 9점을 놓고 둘 정도로 일취월장했다.
그때 상대의 말을 이리저리 몰아서 도살시키는 축을 스스로 깨달았는데 당시에 그는 축을 자신이 발견한 줄 알았다고 했다.

바둑의 바이블로 통하는 조남철 선생의 ‘위기개론’을 수십 번 통독하고 삼각지 다다미 공장의 수리공들과 실전 경험을 쌓으며 1년 만에 짱짱한 1급이 되었다.
신언철 2단이 시험기를 두어보고 연구생 입문을 권유할 정도로 기재가 뛰어났던 모양이다.
그 당시 장수영, 박종열, 이동규 프로들이 연구생이었고, 서능욱 프로가 중1이었다.
용산역 건너편의 철길기원과 신길 기원에서 내공을 쌓아 입단시험에 도전하기도 했었다.

▲군복무 시절.

그러던 중 입대해 화천의 7사단에서 복무하고 전역해 목회자의 길을 택했다. 미대진학과 신학 사이에 오랜 갈등을 겪던 청춘기, 바둑은 도피처와도 같았다.
목사 안수를 받은 뒤 바둑돌을 놓고 목회 활동에 전념했다.
그래서 20년 동안 바둑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미국에서 PC통신을 통해 다시 바둑을 만났다.
바둑월드라는 공간에서 랭킹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그때 만난 기우들이 라이브바둑을 거쳐 타이젬으로 함께 입성했다고 한다.

▲케냐의 맑은 아이들과 함께.

S#3. 영화 미션, 그리고 남자의 자격

활동무대를 미국으로 옮긴 뒤, 그는 오지의 선교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웃는 예수를 그려 전시회를 열고 수익금과 신자들의 성금을 합쳐 아프리카로 날아갔다.
그리고 케냐의 시골에 교회를 지었다.

케냐의 아이들을 위해 국내와 미국의 교회를 순회하며 옷을 기증받아 전달하기도 했다.
티셔츠 한 벌에 너무 기뻐하는 현지의 아이들을 보면서 그는 생이 다하는 날까지 오지 선교활동을 하겠노라 맘먹었다.

"지금 조금씩 자금을 모으는 중입니다. 이제는 남미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브라질이나 안데스 산간 오지로 떠나는 꿈을 매일 꿉니다."

▲선교 중인 우물쭈물

그의 말을 들으며 영화 '미션'이 떠올랐다.
로버트 드니로가 선교사로 등장해 남미의 오지를 방황하는 영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신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 영화의 주제곡이 바로 넬라 판타지아.
얼마 전 남자의 자격이란 프로그램에서 합창단이 불러 화제가 된 곡이다.
그때 지휘자 박칼린은 합창단의 소프라노들을 다그치며 말했다.
“저기에 아름다운 세상이 있어. 우리는 그리로 가야 해. 모두를 이끌어야 하는데 소리가 나약하면 안 되지. 가슴으로 소릴 내야 해.”

우물쭈물 8단의 인생항로가 계가를 앞두고 남미의 오지를 바라본다니 문득 넬라 판타지아의 선율이 이명으로 들리는 듯싶다.
신이 내린 달란트를 오지의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돌리려는 당신을 오늘 유저수첩을 통해 타이젬 기우님들께 알리고자 한다.



넬라 판타지아

환상 속에서 난 올바른 세상이 보입니다.
누구나 평화롭고 정직하게 살 수 있는 곳
언제나 영혼이 자유롭기를 꿈꿉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
영혼 깊은 곳까지 사랑으로 가득한 곳

환상 속에서 난 밝은 세상이 보입니다.
각자 어둠이 너무 어둡지 않기를
언제나 영혼이 자유롭기를 꿈꿉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

환상 속에서 따뜻한 바람이 붑니다.
마치 친구처럼 도시 안으로 불어오는 산들바람
언제나 영혼이 자유롭기를 꿈꿉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
영혼 깊은 곳까지 사랑으로 가득한 곳

....................................................................

P.S) 타이젬 회원 중에 또 한 분 ‘라이센스 15급’이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 남쪽 군사기지에서 항공정비사로 근무 중입니다. 이 기사를 통해 두 분이 만나 김치찌개에 소주 한 잔 나누시길 바랍니다.
바둑 중개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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