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원정대]
아름다운 강릉 바다 곁에 '수담회'
12명의 정예 멤버로 똘똘 뭉친 동호회이야기
김지명 아마6단2011-06-25 12:41:07
▲ 대국장에서 내려다 보면 비취빛의 강릉바다가 보인다.
▲ 오늘 대국은 호텔에서 이루어졌다.
한적한 바다 풍경속에 사는 것은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다. 필자는 바다를 좋아하지만 동해바다에는 자주 가지 않았다. 외국영화를 자주 봐서겠지만 영화에 나오는 그런 멋진 바다를 떠올리다 보면 우리 바다가 그저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그런데 오늘 그 생각을 통쾌하게 부셔버리는 절묘한 색의 바다를 보고 말았다. 우리 동해바다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아니 아름다웠구나!
▲ 필자로 하여금 '자주 보러 올 걸' 하는 후회를하게 만든 강릉바다
이번은 강릉이다. 강릉에는 두개의 큰 기우회가 있다. 수담회와 돌소리 기우회. 수담회는 조준 회장이 이끄는 12명의 정예부대다. 평균기력이 타이젬 5단이면 정예라고 할 수 있다.
▲ 수담회 회원들을 대표해 문도원 사범(왼쪽)과 대국한 김기범(오른쪽)씨
오늘의 대표선수는 김기범 (고물상이자)타이젬 7단. 상대는 정관장 7연승 의 문도원 2단. 칫수는 3점. 이정도로 소개를 하고 자전기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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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두기 시작한 지 사십년이 넘었다. 잘 두진 못하지만 내 인생에서 바둑은 커다란 부분이고, 내 인생 안에서 바둑의 자취는 앞으로도 진행형이 될 것이다. 여러차례 전문기사한테 지도기를 받아 본 바 있지만 두뇌의 한계 때문인지 그렇게 바둑이 발전하지 못하고 마냥 즐기는 입장이 되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찾아온 전문기사와 대국에 앞서 기우회 회원 모두 녹녹치 않은 실력이라 내가 나서야 할지 한참 동안이나 망설여졌다. 그리고 거기에는 약간의 의무감과 책임감도 수반되기에 가능한 잘둬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문도원(왼쪽) 사범과 김기범(오른쪽)씨의 대국 장면
대국 전날 나는 석점 바둑을 집에서 여러판 그려봤다. 어떻게 초반을 짜야 답이 나오는가 초반이 중,후반에 비해 모자라다는 생각을 늘 해왔기에 초반에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모법답안을 만들어 봤다.
▲ 왼쪽부터 신임 강릉 바둑협회 고광록 회장, 문도원 사범, 김기범씨
실전에 앞서서 문도원 사범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마치 딸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자리에 우리딸이 같이 자리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어쩌면 운명적 인연이라는 생각도 뒤늦게 들었다.
내가 바둑을 너무 사랑하고 좋아하기에 아들을 전문기사로 키울 생각을 한 때가 있었는데 그 때 도장에서 아들과 함께 동문수학한 어린이가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하여 나에게 지도기를 해주게 되었으니 그렇게 간단한 인연도 아닐 것이다.
▲ 관전중인 수담회 회원들의 모습
대국이 시작되었다. 비교적 넉넉한 시간을 할애하면서 불만없이 판을 만들어 갔다. 잘하면 이길 수 있다는 낙관적 생각을 하며 긴장의 끈이 풀어지기 얼마 안가서 형세가 혼미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염치없이 시간도 마구 썼다.
끝내기에 앞서서 승부를 결정지을 전투가 벌어졌는데 여기서 물러날 곳이 없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 아마도 문사범이 기회를 줬다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나에게 배려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최선의 수읽기로 마무리를 지어갔다.
어쩌면 지도대국이기에 모자란 아마추어의 사기를 진작키 위한 문사범의 작전이 적중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승리의 쾌감을 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날이었다. 마지막으로 강릉까지 흔쾌히 걸음해 준 동호회 원정대에 감사한다. 이날의 행복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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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밖의 승리라고 하면 수담회 회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완승을 거둘 것이라고 서울에서 내려간 스탭들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국후 문도원 사범의 얼굴까지 상기 된 걸 보니 접대바둑은 아니었던 것 같다.
▲ 맨 왼쪽이 김기범씨, 그리고 수담회 회원들
김기범님의 고물상이자라는 아이디가 참 재미있다. 교직27년(수학)후 은퇴, 지금은 제 2의 인생을 꿈꾸는 멋쟁이다. 아프리카(탄자니아)에 봉사교사로 파견 된단다. 신체검사만 마지막으로 통과되면 다음달 즈음에 가게 된다는데 그 다음말이 더욱 멋지다. "수학은 명분이구요 사실은 바둑을 보급하고 싶어서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한 살부터 스물다섯까지는 포석, 오십까지는 중반전 오십부터는 끝내기라는데 김기범님의 인생 끝내기는 정말 환상이다. 바둑의 마무리도 완벽하던데.
(이어지는 돌소리 기우회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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