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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수첩]

茶와 바둑, 그리고 道

북경도사 ttaoism 3단

김종서 작가2011-07-23 14: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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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유저수첩의 주인공인 차 전문가 타오이즘.

S#1. 대국실에서 도사를 만나다

언젠가 타이젬 대국 실에서 무작위로 신청해 만난 호적수가 있었다.
막상막하 치열하게 다투다가 계가까지 이르렀는데 형세판단을 눌러보니 필자가 반집을 앞서 있었다.

더 이상 끝내기를 할 곳도 없다 싶어서 계가를 신청했는데 거절당했다.
그리고 상대는 차근차근 공배를 메워왔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한 수 쉼을 계속 누르며 기다리다 종착점에 도달했는데 어이없게도 반집 패의 결과가 나왔다.

바둑광 박 부장의 만화 캐릭터처럼 억울해서 콧김이 팍팍 터져 나오고 혈압이 정수리까지 치밀었지만 꾹꾹 참고 항의를 전했다.
"반집 우세가 확실한 바둑인데 그걸 역전시키시네요?"
"그런가요? 저는 제가 반집 이기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한 수 쉼을 누르지 않고 같이 응수했다면 제가 이기잖아요?"
"그렇게 되나요? 죄송합니다."
집요한 바둑과 달리 돌아오는 인사가 정중하니 기분이 풀렸다.
"아닙니다. 그럴 수 있지요."
"김 작가님이시죠?"
헉! 상대가 나를 알고 있었다.

"아, 네 그렇습니다."
 꼬장이라도 부렸다면 개망신을 당할 뻔했다.
"여기는 중국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타이젬에 발표하시는 글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었습니다."
음 - -;; 역시 참길 잘했지.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의 아이디를 눈여겨봤다.
타오이즘, 도를 의미하는 아이디. 그렇다면 도사쯤 되지 않을까?
내력을 물어보니 진짜 도사가 맞았다.
"하하, 도학을 공부하는 중입니다. 북경의 대학에서."

하여간 타이젬이란 세상은 넓어 다양한 분야의 친구를 만날 수 있어 좋다.
그날 타오이즘 3단과 복수전 대신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그로부터 며칠 후 집으로 택배가 왔다.
중국의 타오이즘 3단이 보낸 보이차였다.
[담배를 많이 피우신다니 보이차를 마셔 보세요. 그리고 하나는 정관장 배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박지은 9단께 전해주세요.]

▲손님들에게 차에 대해 시범을 보이며 설명하는 타오이즘

S#2. 중국 차 전문가
타오이즘 3단은 중국 차 전문가이다. 원래 국내에서 교편을 잡고 한문을 가르치다가 공부를 더 하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는데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중국 차 판매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알면 알수록 중국차의 세계가 심오해 깊숙이 빠져들게 되었다.
보이차 산지인 운남성의 산간지방을 여러 차례 답사하면서 정보와 지식을 쌓았고, 현지의 친구와 동업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정직한 북경도사]라는 상호로 인터넷에 중국차 카페를 열어 4천여 명의 회원과 함께 차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타오이즘은 중국 운남성 포랑산 등을 차 전문가와 직접 다니며 차를 구입한다.

타오이즘 3단은 칼럼니스트로도 유명하다.
차 이야기를 알기 쉽게 잡지와 블로그에 연재한다.
국내에서도 중국차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타오이즘 3단은 지난 5월 안암동에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필자도 개업식에 들러 테이프 커팅을 했다.

타이젬 유저의 가게이니 잘 되기를 진심으로 빌어드렸다.
그를 좋아하는 카페 회원들이 많이 참석해 축하해주었고 다회를 함께 했다.
여수에 사는 회원 한 사람이 자연산 광어를 보내왔다.
다인(茶人)들의 의리가 아주 돈독해보였다. 담배와 커피 등의 자극에 찌들대로 찌든 필자 입장에서 그들의 다회는 무척 경건해보이기까지 했다.
차 마시는 방법, 우리는 방법, 중국차의 종류, 보이차의 진위 구별법 등등 타오이즘 3단으로부터 많은 설명을 들었지만 차 문외한인 터라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타오이즘과 김종서 작가의 혈투(?)

“타이젬 회원들 중에서 차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유저수첩을 통해 소개할 테니 그 분들에게 자세히 안내해주세요.”
그리고 온라인에서 못 다한 복수전을 실전으로 청했다. 중국차 매장답게 휘황찬란한 병풍을 펼치고 중국식 의자에 앉아 바둑을 두었다.
마치 황실에서 두는 기분이었다.

S#3. 바둑으로 외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랬다
타오이즘 3단은 바둑 광이다.
하루에도 몇 판씩 온라인 대국을 즐기며, 북경에서 농심신라면배가 열리는 날에는 만사 제쳐놓고 대국장으로 향하는 그다. 
필자와도 동급인 그는  자동대국 신청을 하다 보면 이따금 조우한다.
그러면 킬킬 웃고 몇 수 두다가 무승부로 끝내곤 한다.

"늘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지만 바둑은 3단 정도 실력이 가장 재미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잘 둬도 징그럽잖아요? 처음 유학 갔을 때 무척 힘들고 외로웠습니다. 그러나 타이젬에 들어가면 마치 국내에 있는 것처럼 자유롭게 기우들과 바둑을 둘 수 있어 좋았습니다."

차와 바둑을 사랑하는 타오이즘 3단.
신선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 부럽다.
딱 한 차례 얼굴을 봤는데 타오이즘 3단은 성격이 쾌활하고 베품과 나눔이 몸에 밴 스타일이었다.

7월 하순에 입국한다고 해서 청풍명월 바둑축제에 같이 가자 청했더니 값비싼 보이차 10세트를 바둑 인들에게 선사하고 싶다고 밝혔다.
"타이젬의 바둑친구들 너무 고마운 분들입니다. 저도 이제 중국생활에 자리를 잡았으니 기회 될 때 외로웠던 시절을 견딜 수 있게 해준 분들게 마음의 빚을 갚고 싶습니다."

사람 좋은 타오이즘 3단을 오늘 유저수첩의 주인공으로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다음 카페 ‘중국차를 사랑하는 모임’을 검색하면 타오이즘 3단과 언제나 만날 수 있다. 그는 타이젬 마니아이므로 기우들을 환영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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