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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젬스페셜]

釜山바둑, 19년의 義理

-19년을 맞은 부경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김종서 작가2011-08-07 07: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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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항 전경

S#1. 기분 좋은 선언(宣言)

"부경 프로기사 초청대회가 올해로 19년째입니다. 2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규모를 키워서 제대로 된 바둑 잔치를 한 번 펼쳐 봅시다. 부산 시민들과 프로기사들이 함께 어울려 수담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 축제로 준비해보세요."
이철승 부산바둑협회장이 부경 프로기사 초청바둑대회 폐막식장에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서울과 부산의 프로기사들도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그 선언 말미에 협회장은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타이젬 김 작가가 아이디어를 책임지세요. 청풍명월 바둑가요제 기사 봤는데 아주 좋았습니다."
갑작스런 호명에 깜짝 놀라 무조건 '네, 알겠습니다.' 답했지요.

스토리가 있는 이벤트를 통해 바둑계를 풍요롭게 하고 싶은 우리들의 속마음을 읽고 기꺼이 힘을 보태주려는 선물임을 압니다.
프로기사들 뿐만 아니라 바둑매체 관계자들, 바둑행정 종사자들 모두 머리를 맞대고 즐거운 일들을 창조해보라는 메시지임을 압니다.


▲ 흥우건설 빌딩.

▲ 해변의 이철승 회장

이철승 회장은한국기원 이사와 부산바둑협회의 수장, 수중교각을 전문으로 하는 흥우건설 회장으로 분초를 쪼개 쓰는 CEO인데도 바둑 사랑이 남다릅니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타이젬 기사를 정독하며 일과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바둑계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있으며 소설 코너에 들러 댓글도 남기는 열혈독자입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지만 알고 보면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바둑문화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눈길을 던지는 애호가입니다.
바둑계의 화합과 올바른 진로에 대해 걱정하며 적어도 자신이 맡고 있는 부산바둑계의 역할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밖으로 드러나길 바라지 않지요.

어쩌면 개인적으로 연간 바둑계에 후원하는 액수가 가장 많은 인물인지도 모릅니다.
부산시장배, 협회장배, 교육감배, 상하이 교류전, 오키나와 교류전, 부경 프로기사 초청 바둑대회까지 부산바둑협회가 치르는 행사가 꽤 많습니다.
게다가 지역연구생과 상비군까지 관리하고 있지요.

▲ 바닷가에서 찍은 대회 관계자들 단체 사진

그런데 내년 여름에 부경대회를 시민과 함께 즐기는 바둑잔치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비용이 훨씬 커지겠지요.
그러나 후원자의 마음이 그렇게 움직였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직까지 바둑은 후원자의 역할이 아주 큽니다.
후원하는 이의 마음은 좋은 콘텐츠와 따뜻한 스토리가 움직입니다.
여기에는 19년 동안 서로 의리를 쌓아온 서울과 부산의 프로기사들 스토리가 작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 이기섭 사범과 인터뷰하는 필자

S#2. 부경 19년사

부경 프로기사 초청 바둑대회는 1991년 만들어졌습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프로기사 이기섭 사범이 사업가 오세규 씨의 후원으로 당시 도전5강 멤버를 주축으로 하는 중견기사들을 초청하면서 출발했습니다.
초기에는 그저 서울의 기사들을 여름철에 부산으로 불러 바닷바람이나 쐬게 해주고 싶은 호의로 시작했지요.

그러나 8강전으로 토너먼트 대회 형식을 갖추면서 예산이 오버되는 바람에 1992년은 쉬어야 했습니다.
부산 사람들은 뭘 하다가 마는 걸 아주 싫어합니다.
1993년 기존 8강에 부산 거주 프로기사 이기섭, 김종준, 김준영, 장명한 사범 등이 합류해 12강전으로 재개됐습니다.
1995년부터 흥우건설 이철승 회장이 정식으로 부경대회를 후원하기 시작하면서 16명 부경대항전으로 모양새가 완성됩니다.

대회라고는 하지만 프로기사들 친목을 도모하는 성격의 대회라서 언론에 노출하지도 않았습니다.
7년 전에 필자가 협회장의 초청으로 그 대회에 참석했다 타이젬에 기사를 올리면서 부경대항전이 공식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타이젬은 운영자까지 내려가 대국을 중계했습니다.
흘러간 추억의 스타들이지만 우리는 부경대회의 기보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부산 바둑 인들의 의리가 녹아있고 올드 스타들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서울팀 (원성진 양상국 백성호 노영하 김수장 안관욱 정수현).

▲ 부산팀 (김종준 김일환 김준영 차수권 최철한 서무상 김영환).

▲ 각 팀 주장인 원성진(왼쪽)과 최철한의 치열한 대국.

이번 2011 대회에는 최철한, 원성진, 목진석, 서무상 등 젊은 강호들도 초청해서 승부의 농도를 강화시켰습니다.

▲ 부경프로기사 초청 바둑대회 결과

승리하는 팀의 대국 료가 더 많기 때문에 바둑은 치열합니다.
그런데 정말 절묘하게 이번 대회의 결과는 1차전 4:4, 2차전도 4:4 종합 8:8로 비겼습니다.
삼성화재 배 시니어부 예선 최종결승전에 오른 백성호, 김수장 9단은 부경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그 중요한 대국을 합의 하에 연기했다고 합니다.

▲ 현장에 보이는 방송카메라는 inet케이블 채널에서 함중아의 음악인생 다큐를 찍으러 온 것이다.

S#3. 영원한 라이벌 가수 함중아

프로기사들이 대국하는 동안 대기실에서도 부산과 서울을 대표하는 하수들의 라이벌 전이 어김없이 펼쳐집니다.
'내게도 사랑이', '안개 속의 두 그림자'의 히트곡으로 유명한 7080 스타 함중아 씨는 여러분들이 알다시피 부산바둑협회 이사입니다.
바둑이라면 만사 제쳐두고 뛰어오는 마니아지요.

▲ 가수 함중아.

타이젬 3단과 4단을 오르내리는 필자와 호선바둑입니다.
대국 료는 그냥 서로를 위해 약간씩 부담합니다.^^
단둘이라면 무수히 쌍방과실의 떡수가 난무하겠지만 사방에 고수들이 입회하고 있어 최대한 핀잔을 모면하는 정수를 두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돌이 뭉치고 행마가 둔중해서 진땀이 흐릅니다.
프로기사들이 한 판을 두는 동안 뚝딱 세 판을 해치웠지요.
전적은 3:0. 그가 KTX 티켓 값을 부담한 꼴이 됐습니다.

"혈중 알콜 농도가 떨어진 상태로 둔 바둑이라 수가 안 보이네. 이따 심야에 다시 붙자."
허튼 소리는 아닙니다.
술이 들어갔을 때 함 스타의 완력은 대단하지요.
대한민국 연예인들 중에서 프로기사들과 가장 많은 판수를 기록한 주인공답게 중반 이후 노림이 무척 강합니다.
그래서 과거에 상당히 당했었지요.

밤에 함 스타가 직접 운영하는 파라곤 호텔 나이트클럽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무대에 출연하기 위해 의상을 갈아입으면서 단단히 일러둡니다.
"내가 노래 부를 동안 다른 데로 새면 안된데이."
복수심에 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이 한없이 귀엽습니다.
그러나 복수전은 이튿날 행사 일정이 빠듯해 무산되었습니다.
함중아 씨는 내년에 환갑을 맞습니다.
부산의 터주대감 이기섭 사범이 부경대회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탄식합니다.
"내가 한참 젊었을 때 이 대회를 만들어 여름마다 분주했는데 어느새 나도 환갑 진갑 다 넘겨버렸소."

▲ 대회 폐막식 사진

부경 프로기사 초청대회는 이렇게 19년을 흘러왔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세월입니다만 유행과 트렌드에 따라 반짝하는 이벤트 성 바둑대회들에 비하면 참으로 진득하고 두터운 행마로 느껴집니다.
내년에는 좀더 다른 형태로 진화하게 될 부경대회를 여러분들께서도 기억해주시길 바랍니다.
틀림없이 이 대회도 요란하진 않지만 언젠가는 환갑을 맞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부산 바둑인들과 프로기사들의 의리를 지켜보며 그 자리에 함께 한 시간이 참 뿌듯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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