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원정대]
아마강자들의 아지트 압구정기원
장시영, 김동섭, 임동균 등 중년아마강자들 리그전 펼쳐
김지명 아마 6단2011-08-30 10:45:07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필자가 바둑을 배운지 어느덧 36년. 강산만 세 번 반이 바뀌었다.
참 많이 변했다. 관철동 주변 삼일 고가도로와 동화서적이 없어졌고 태극당, 로얄제과와 그 많던 종로의 학원들도 어디론가 이사를 했다. 어릴 적 누볐던 종로통은 어느새 옛 모습들이 사라지고 아련한 흔적만 남기고 있다.
불현듯 70년대 후반에 이름을 날리던 아마강자들의 이름이 생각난다. 그 시절 '어느 동네 누가 잘 두더라'라는 소식이 들리면 버스를 두세 번 갈아타고 원정경기를 펼치던 낭만적인 때였다.
국가대표급 이용호, 재야의 강영일, 암흑가(?)의 김철중 등이 명성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그들은 어쩌다 한 두 번씩 마주칠 뿐 공동연구나 리그전을 하지는 않았다. 오로지 두어 달에 한 번 열리는 아마 시합이 그들의 실력평가의 장이었다.
석 점이 약한 사람도 시합에 나가 고수들과 몇 판 두고 나면 반점이 늘었다고 이야기하던 때였다. 요즘은 왜 인터넷으로 고수들과 백 판을 둬도 주눅만 느는 것일까.
이번 동호회원정대가 향한 곳은 압구정동이다. 어디 가서 바둑깨나 둔다고 하던 분들은 기억하실만한 곳이다. 압구정동 현대바둑싸롱을 말이다.
▲한국기원 압구정지점. 장시영, 김동섭, 정인규, 신병식, 유경성 등 전국구 아마강자들의 아지트다.
약 20년 전 한국기원지원으로 문을 연 현대바둑싸롱은 이봉근 8단이 운영하다가 인근으로 장소를 옮겨 지금은 압구정역 2번 출구 부근의 한국기원 압구정지점으로 거듭났다. 현 방주는 장시영 아마 6단.
과연 이곳에서는 누가 최고수일까? 살짝 살펴보니 연구생출신을 제외한 전국구 아마강자가 이 곳에 모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아마 7단 소굴이다. 아마 6단인 필자로서는 그냥 숨이 턱 막힐 지경.
▲바둑과 사람을 좋아하는 장시영 아마 6단.
먼저 이곳에 방주 소개부터 하겠다. 장시영 아마 6단. 필자에게 바둑광 중에서도 바둑광을 꼽으라면 프로는 서능욱 9단 아마추어 장시영 원장을 꼽겠다. (물론 다른 바둑광들이 들으면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점을 다시 한 번 알아주시길 바란다.)
인터넷 대국만 3만 판 정도 소화한 것이 그 증거이며, 틈만 나면 아니 시간이 없어도 그에게는 오직 바둑뿐이다. 또 사람은 얼마나 좋아하는지. 장시영 아마 6단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항상 북적인다.
방주가 이렇다 보니 아마고수들이 압구정으로 모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바둑과 사람을 좋아하는 장시영 원장이 2년 전쯤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자신이 운영하는 기원에 임동균, 김동섭, 심우섭, 신병식 등 서울,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강자들을 초청해 리그전을 연 것이다.
▲압구정 리그전. 처음에는 한 조로 시작했으나 반응이 좋아 두 조로 운영하고 있다.
단순한 리그전이 아니라 강자들에게 참가비를 걷어 승부의 의미를 부여했고, 이틀 만에 촉박하게 우승자를 가리는 아마대회와는 두 달 동안 상대 대국자와 시간을 맞춰 편한 시간대 대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제한시간 30분으로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
대회 외 평소에도 맞수와의 대결을 원하던 아마 강자들은 심혈을 기울여 대국에 임했고, 그렇게 그들만의 진검승부를 펼치는 압구정리그가 탄생했다.
압구정에 아마최강리그가 펼쳐진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멀리 순천에서 조민수 아마 7단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정도면 현존하는 아마추어리그 중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희 아마 6단. 압구정리그 멤버 중 막내다.
이런 압구정리그의 자존심을 걸고 출전하는 선수는 리그 멤버 중 막내로 프로기사와 동명이인인 김동희 아마 6단이다. 중학교 때 바둑의 묘미를 처음 안 김동희 아마 6단은 늦은 입문에도 꾸준히 기력을 연마해 2011 서울시 바둑 협회장배 준우승. 2011 대학바둑 연맹전 개인전 8강에 오른 바 있다. 김 아마 6단은 압구정리그를 하면서 일 년 사이에 기력이 반 점이상 상승해 타이젬 8단의 막강한 실력을 자랑한다.
또, 리그 외에도 장시영 원장, 조민수 아마7단, 차민수 4단 등 평소 실전파고수들에게 스파링을 받으며 호시탐탐 타이젬 9단 승단을 노리고 있다.
▲대국하는 김원 7단과 김동희 아마 6단. 양 대국자는 1967년생 동갑내기다.
그런 그가 김원 7단을 상대로 도전한다. 치수는 두 점. 쟁쟁한 실전사범들에게 단련된 그이지만 두 점에 과연 이길 수 있을까? 결과는 김동희 아마6단의 짧은 대국 소감에서 알 수 있다.
"지난 1년간 압구정 리그를 하면서 기력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고, 마침 기회가 되어 김원 7단과 TV바둑을 두게 되었다. 15년 전 기우회 대항전 TV바둑 이후 두 번째 방송대국이라 조금 설렜다. 각 동호회 소개를 하는 프로그램이라 압구정 리그대표로 두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배운다는 마음으로 대국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든 것 같다."
▲흑의 4집 승리!
▲"프로를 상대로 끝내기에서 역전하다니요! 대단합니다" 박창규 진행자와 이현욱 해설자. 이현욱 해설자는 이날 동호회원정대 해설을 처음 맡았다.
좋은 결과? 그렇다! 김 아마 6단은 두 점에 이겼다. 김 아마 6단은 초반부터 두 점 위력을 충분 살려서 중반까지 필승지세로 이끌어가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후반에 들어서서 김 아마 6단의 대실착이 나와 바둑은 순식간에 김원 7단의 필승지세
▲"너무 셉니다!" 김원 7단의 솔직한 국후 고백.
그러나 운명의 장난일까? 마무리에서 다시 역전에 성공한 김동희 아마 6단. 아마추어가 프로기사를 상대로 그것도 끝내기에서 역전할 수 있다니. 김원 7단이 대국 후 손을 저으며 "너무 쎄요!"를 연발할 정도였다. 정말 마지막까지 다이나믹한 바둑이었다.
이어지는 회식자리 분위기는 당연히 최고였다. 장시영 원장은 자기가 승리한 것보다 더욱 기뻐한다. 항상 순수 동호회만 취재하다가 이번에 아마강자들로 똘똘 뭉친 동호회를 취재하니 느낌이 새롭다. 다음은 더 기대하셔도 좋다. 바로 역사와 전통의 정맥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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