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뉴스 기보 상점 새소식

[세계기타]

칭전에 다녀와서 (1)

칭전에서 열린 제3회 국제 도시대항전

이광구 바둑평론가2011-09-01 17:57:42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 대회장 전경.

올 여름엔 중국엘 두 번 갔다. 8월1일부터 8일까지 닝보(寧波), 17일부터 24일까지 칭전(淸鎭). 닝보에서는 제20회 국제 대학생 바둑대회, 칭전에서는 제3회 국제 도시대항전이 열렸다.

닝보는 낯설지 않다. 생각보다는 꽤 알려진 도시다. 1989년 봄, 제1회 잉창치배 결승5번기 중 세 번째 판이 열린 곳이다. 우리가 닝보란 이름의 도시를 알게 된 것은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 꾸이양 공항

칭전은 낯설다. 처음 들어보는 곳이다. 중국 대륙의 서남쪽 꾸이주(貴州)성의 성도가 꾸이양(貴陽)이고, 칭전은 꾸이양 바로 옆이라고 해서 우리로 치면 서울에서 부천이나 안양쯤 되는 거리인 줄 알았는데, 가보니 꾸이양 공항에서 자동차로 2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었다. 칭전의 국제 도시대항전은 개인전-단체전 병행이다. 한 팀은 세 사람인데, 각자의 성적으로 개인전 순위를 매기고 세 사람의 성적을 합해 단체전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다.

대국한국에서 고양시 팀이 참가했다. 고양시에는 시가 지원하는 아마추어 '바둑 선수단'이 있다. 지난해 4월 출범했다. 선수는 연구생 출신의 주니어 3명, 전국대회 입상 경력이 있는 시니어 3명, 연구생 출신의 여자 주니어 3명, 모두 9명이고 유건재 8단이 감독이다. 고양시는 감독과 선수들에게 매월 일정액의 연구-훈련수당을 지급하고, 선수들은 고양시의 이름으로 대회에 나가는 한편 평소에는 고양시민을 상대로 바둑 보급 활동을 한다. 이런 바둑 선수단은 현재 고양시밖에 없는데, 지금 몇 군데가 고양시의 경우를 참고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다른 도시에서도 생겼으면 좋겠다. 대여섯 팀만 나오면 프로야구처럼 상설 장기 리그전 같은 걸 만들 수 있다.

바둑의 도시대항전은, 이름에 별 뜻은 없다. 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선수단이 있어 그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회가 있으면 끼리끼리 팀을 만들어 출전한다. 국제 도시대항전도 그렇다. 이번에 고양시 말고 춘천 팀도 나가려고 했던 것 같은데, 춘천 팀을 만든 선수들이 모두 춘천 사람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출전 신청을 했고, 개인 신청자끼리 만나 그 중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이 춘천에 살고 있어 이름을 붙인 것.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고양시 바둑 선수단 같은 것이 우리는 물론 다른 나라에도 아직 없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고양시 팀은 대회 이름이나 취지에 걸맞았다. 고양시 팀은 유건재 감독을 단장으로 시니어부의 세 사람, 김동섭 곽웅구 안병운 선수가 출천했고, 근래 한국 아마바둑대회 거의 전부의 행사 진행을 세팅하고 있는 홍시범 시의 말대로라면 ‘한국 아마 바둑계에서 키가 제일 큰’, 고양시 바둑협회의 신길수(51) 사무국장이 코치 자격으로 동행했는데, 나중에 다시 말하게 되거니와 이게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였다. 명분에서는 우세했고, 실리에서는 열세였던 것. 정보가 다소가 부족했던 탓이다. 도시대항전, 더구나 국제까지 붙어 있어서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일반인들이 나오는 줄로 알았고, 그렇다면 우리 시니어쯤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그게 아니었다.

출국하는 일정은 몹시 다급했다. 준비를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우선 비행기표 구하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비쌌다. 신길수 사무국장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출국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17일 아침 9시40분 중국 남방항공편으로 인천공항 출발. 남방항공이 그나마 비행기표가 좀 싼 편인데다 중국 내륙으로 가는 비행기편이 많고 이용객도 많아 수속 카운터는 장사진이었다. 더구나 아직 휴가철이 끝나지 않은 시기였다.

꾸이양까지 직접 가는 것은 없었다. 인천공항에서 광저우까지 3시간 반, 3시간을 기다렸다가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꾸이양까지 다시 1시간 반. 꾸이양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만나 승합차를 타고 칭전까지 또 2시간.

▲ 대회장 주변.

대회장은 칭전 시내가 아니었다. 차는 시내를 벗어났다. 벗어나니 금방 인적 드문 산골, 그런가보다 하니 인가가 나타나고, 다시 산속이고, 또 인가. 도대체 산으로 가는 건가, 다른 도심이 있어 그리로 가는 건가, 그렇게 30분을 더 달리니 마침내 산속이었다. 그리고 구릉이라고 해야 할 낮은 산, 또는 제법 높은 산들이 뒤섞여 있는 사이로 강 같은 호수, 우리 화천의 파로호를 몇 배 확대해 놓은 듯한 호수가 펼쳐져 있고, 산 굽이굽이를 돌아 흐르고 있었다.

▲ 대회장 주변.

빠이후(百花湖)란다. 빠이후호라고도 한다. 후가 호(湖)니, 빠이후호는 중복 같은데, 어쩌면 빠이후까지가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백화호. 꽃이 다양하다는 뜻인지. 고여 있고, 흐르고, 감아 돌고 하는 호수와 강이 끝없이 이어진다고 해서 그런 것인지. 물러본다, 물어본다 하다가 끝내는 깜빡 잊고 물어보지를 못했다. 호수는 절경이었다. 호숫가 한쪽에 링다(灵達)호텔이 있었다. 그랬구나. 대회안내문에 '대회장소:백화호반(百花號畔)'이라고 되어 있는 것이 이걸 뜻하는 것이었구나.

호텔 정문 옆주차장에는 골프장 카트 같은 것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이 얼마나 크기에 또 타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걸어서도 2~3분이었지만, 짐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2층에서 만찬. 우리는 예정보다 30분 이상 늦었고, 식사는 대충 끝나가고 있었다. 우리 자리는 헤드테이블 바로 옆이었다. 우리는 지치고 배들이 고팠다. 음식은 다른 중국 요리들과는 맛이 좀 달랐다. 우리 음식과 아주 흡사해 입맛에 거부감이 거의 없었다.

▲ 개막식에서 건배!

중국기원, 꾸이양기원, 칭전 바둑협회, 꾸이양시와 칭전시의 관계자들 속에 중국 바둑계의 행정 실력자, 깡마른 체구의 왕루난(王汝南, 65) 8단이 보인다. 그가 참석했다는 것은 이 도시대항전이 격이 좀 있는 대회라는 것을 말해 주는 것. 왕루난은 일주일 전 닝보의 국제 대학생바둑대회 개막식에도 참석했었다. 개막식에만 참석하고 곧 돌아갔는지 다음날부터는 보이지 않았지만.

▲왕루난과 유감독.

왕루난은 유건재 감독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내가 "닝보에서 뵙고 여기서 또 뵙는다"고 인사를 하자 "아, 한국 기자님!"하고 웃으며 맞장구를 쳐 준다. 정말로 기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왕루난을 여러 번 보아 얼굴을 잘 알지만, 나는 왕루난과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우리는 잠이 쏟아졌다. 배고팠다가 포식을 하고, 계속되는 ‘건배’에 맞장구를 쳤던 탓이다. 유 감독과 세 선수, 신 사무국장, 이들도 술이라면 할 테면 해 보자는 주호(酒豪)들인데, 김동섭 선수는 요즘 건강에 신경 쓰느라 크게 자제하고 있지만, 9시40분 비행기니 7시반쯤까지는 나와야 했고, 그러려면 5시 전에는 일어나야 했고, 5시부터 지금까지 열다섯 시간, 비행기 타고 갈아타고 차 타고, 제법 멀리 왔으니, 조금씩 지쳐 있었다. 게다가 중국에는 찬 물, 얼음물이 없다. 시원하게 한잔 했으면 좋겠건만, 하나같이 미지근한 물.

내일 아침은 6시반부터 7시반까지 1층 뷔페식당. 8시30분부터 제1회전. 각자 제한시간 1시간반. 11시반부터 1시까지 아침과 같은 장소에서 점심. 2시부터 제2국. 5시반부터 6시반까지 역시 같은 장소에서 저녁. 7시반부터 제3국.

이게 뭐냐? 먹고 두고 자고, 먹고 두고 자고, 먹고 두고 자고, 그런 건가. 아니 이렇게 사흘 동안을 매일, 내리 바둑만 세 판 두고, 마지막 날 두 판? 모두 11판을 두네. 하하하.
그래도 마지막 날은 마지막이라고 좀 봐 주네.
그건 좋은데, 관광은 좀 언제 하나. 바둑도 좋지만 여기까지 비싼 돈 들여와서 바둑만 두다 가는 건 좀 그런데. 7시반부터 3국이면, 끝나면 밤 10시가 넘을 텐데, 어디 나가서 마오타이주도 한잔 못 하겠네. 귀주가 술로 유명한 곳인데, 그것 참.

아니 나가는 것 자체가 안 되잖아. 그 밤에 시내까지 어떻게 나가나. 호텔 안에는 보니까, 밥 먹는 데 말고는 카페도 없어. 바 같은 것도 없나?
바? 바는커녕 매점도 하나 없던데. 음료수도 못 사먹겠어.
시내까지 나가는 차편도 없잖아. 나간다 해도 밤이라 나가는 데만 30분 이상 걸릴 텐데… 갔다 언제 돌아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또 아침부터 바둑 둘 텐데.
여기는 그 시간에 문 여는 데도 없어 ~~!!

우리는 죽었구나.

총 댓글수: 0새로고침

0/150자등록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