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총걸음]
바둑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바둑카페
일본 오사카에 있는 바둑카페 ESTRELA
김지은2011-09-13 17:45:46
10년도 더 된 한 기억이 떠오른다. 중학교 2학년 즈음이었을까? 기원에서 하는 주말리그전에 참가하기 위해 당시 주말마다 바둑도장 친구들과 대국을 하기 위해 집 부근 기원을 찾았었다.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문을 여니 희뿌연 담배 연기 속에서 아버지뻘 되는 아저씨들이 진지하게 대국 및 관전을 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이들과 여성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40대~60대의 중장년 애기가들로 가득했다.
당시 어떤 대국을 했는지, 리그전에서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는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단지 기원은 '어른들의 세계'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만 남아 있을 뿐이다.
성인이 되어 또래 20대 친구들과 다시 찾은 기원은 어릴 적 기자의 기억 속 그 이미지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50대 이상의 장년층이 기원에 가득했고, 금연실이 생기긴 했지만, 흡연실에는 여전히 담배연기가 가득했다. 또 여자 바둑인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는 편리함에 온라인 대국을 즐기다가도 문득 '손맛'이 그리워 기원을 찾게 돼도 왠지 모를 어색함에 기자는 금방 기원을 떠나고는 했다.
그렇다고 기원이라는 공간이 기자에게 마냥 어색했던 것만은 아니다. 바둑을 정말 좋아하는 그들만의 언어, 그들의 바둑에 대한 사랑이 흠뻑 느껴지는 낭만적인 공간이었고, 처음 만나는 대상과의 그 서먹함을 친근하게 바꾸어 주는 공간이기도 했다.
왠지 정감이 가는 기원. 어느 순간 기자에게는 '젊은 사람들도 친근하게 찾을 수 있고, 바둑공부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라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 그리고 그 작은 바램이 현실화 된 곳을 우연히 찾을 수 있었는데, 바로 일본 오사카 지역에 있는 'ESTRELA'라는 바둑카페 겸 BAR다.

▲엔다 히데키 9단.
포루투칼어로 별이라는 뜻의 바둑카페 ESTRELA는 일본기원 관서총본부 소속 엔다 히데키 9단(이하 엔다 9단)이 운영하고 있다. 엔다 9단이 바둑카페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친구와 함께 떠난 세계여행에서 느낀 많은 바둑인들과의 만남 때문이다.
엔다 9단은 “친구와 가볍게 유럽여행을 떠났는데 여행 도중 우연히 바둑팬을 만났죠. 처음 만났지만 동양 프로기사인 저에게 굉장히 잘 대해줬고, 저 역시 그들에게 바둑을 가르쳐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로 기원에서 대국을 하는 일본과는 달리 유럽에서는 바둑판과 알만 있으면 클럽, 카페, bar 등 어디서든지 대국이 가능하더군요. 그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고, 부러웠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엔다 9단의 머리 속에는 당시 여행에서 느꼈던 그 분위기가 계속 맴돌았고, 자연스럽게 비행기를 타는 목적이 여행에서 바둑보급으로 바뀌어갔다. 그러던 중 2007년 9개월 동안 일본정부의 지원을 받아 남미 지역에 바둑보급을 하러 갈 기회가 생겼고, 어느 새 바둑보급으로 그가 발을 내딛은 나라는 유럽, 남미, 뉴질랜드 등 40여개에 이르렀다.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여러 나라를 9개월 동안 보급을 하게 됐죠. 동양문화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바둑을 좋아했는데 나라, 피부색만 다를 뿐이지 바둑을 좋아하는 것은 한결 같더군요."

▲밖에서 본 ESTRELA. 바둑카페의 느낌은 전혀 없다.
9개월간의 바둑보급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온 엔다 9단은 바둑카페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바둑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그 분위기를 살려 바둑카페를 구상했죠. 일본 바둑행사장을 찾는 대부분의 바둑팬은 중장년층입니다. 20~30대의 젊은 바둑팬은 별로 없죠. 이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바둑카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본에서 바둑이 가진 '중장년층이 즐기는 놀이'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기도 했고요."
하지만 경제적 여건 등 여러 상황 때문에 당장은 실행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 2009년 야마다 기미오 9단의 도움으로 드디어 꿈에 그리던 바둑카페 ESTRELA를 오픈하게 된다.
오랜 꿈을 차곡차곡 정리해왔기에 본격적으로 바둑카페를 기획해 오픈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6개월. 자연스러운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오래된 건물을 구입해 흙과 원목을 사용해 리모델링했고, 안에는 바둑서적, 바둑용품들을 구비해 배치했다.

▲자연 느낌을 주는 내부.


▲ESTRELA 내부에 있는 바둑용품들. 세계바둑팬이 보내준 바둑통이 눈에 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카페 안으로 입장하기 전까지 바둑카페의 느낌은 전혀 받을 수 없다. 이에 엔다 9단은 "바둑을 모르는 사람들도 우연히 들렀다가 자연스럽게 바둑을 접하게 하고 싶어 외관에서는 바둑카페의 느낌을 주지 않으려 했죠.”라면서 바둑카페여서 일부러 찾는 손님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손님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라고 밝혔다.
바둑카페 ESTRELA는 원하는 음료를 시키면 입장이 가능하며 1000엔의 바둑판, 알 임대료를 내면 원하는 음료와 함께 카페에서 대국을 즐길 수 있다. 메뉴는 커피, 녹차 등 차를 비롯해 맥주, 와인 등 주류까지 다양하다.

▲ESTRELA는 2층으로 구성됐는데 초급클래스, 워크샵 등 바둑지도는 2층에서 주로 이뤄진다. 사진은 2층에서 애기가가 프로기사에게 지도를 받는 모습.
또 기력향상에 관심을 보이는 손님들을 위해 프로기사가 직접 강의하는 초급클래스(매주 월요일)와 워크샵(매주 화요일)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수강료 별도)
ESTRELA을 오픈했을 때 지인들은 "새로운 스타일의 바둑공간이 탄생했다."라며 ESTRELA 의 앞날을 축하해줬다고 한다.

▲1층 홀 모습.
현재 ESTRELA에는 평일 10~15명, 주말에는 30 여명의 손님들이 찾고 있다. 주로 직장인들이 퇴근 후 삼삼오오 찾는다는 ESTRELA. 아주 많은 손님들이 찾는 것은 아니지만 엔다 9단은 자신이 꿈꿔왔던 일부분을 이뤘고, 앞으로도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다고 했다.
▲엔다 히데키 9단.
프로기사 활동, ESTRELA 운영 등 바쁜 일상 속에서도 올해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제55회 유럽바둑축제에 참가하며 바둑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는 엔다 9단.
"지금은 오사카에만 ESTRELA가 있지만 도쿄에도 체인점을 내고 싶고 조금 더 욕심 내보자면 서울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 ESTRELA가 있었으면 합니다. "라고 밝힌 엔다 9단의 꿈이 꼭 실현됐으면 한다.
총 댓글수: 0
관련 뉴스
Copyright © 컴투스타이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