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쌀이 좋기로 얼마 전 다녀온 철원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곳. 이번에는 제천이다. 바둑인들에게는 청풍명월배로 더 유명하다.
제천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터줏대감이 있다. 바로 제천시 바둑협회 임창순 전무이사다. 명문대 졸업 후 바둑에 미쳐서 지금까지 바둑과 함께 살아가는 뼛속까지 바둑인이다.
필자와 임창순 전무이사는 친하지만 같이 있으면 형제로 오해를(서로 너무 싫어한다) 많이 받아서 일부러 서로 친하다고 내색은 하지 않는다. 우리는 만나면 바둑과 당구로 승부를 겨룬다. 바둑은 임 전무이사가, 당구는 필자가 조금 쎄고, 입심음 막상막하다. 신은 참 공평하다.
▲봉석기우회와 함께!
각설하고 이번 동호회원정대에서 소개할 곳은 제천의 봉석회다. 2001년 만들어진 봉석회의 회원들을 보니 머리가 검으신 분이 거의 없다. 아마도 필자가 알고 있는 기우회 중 가장 고령자로 이뤄진 기우회가 아닐까 싶다. 어느 정도냐면 올해 청풍명월배 최연장자 참가자(89세)가 바로 봉석회 출신일 정도다. 슬쩍 봉석기우회원에게 평균연령을 물어보니 평균 연령이 70대란다.
▲대국 전 김철중 3단(왼쪽)과 전찬식씨가 악수를 나누는 모습.
그런 봉석회에서 전찬식(65세-목사)씨가 출전했다. 봉석회의 명예를 걸고 가장 젊은 선수가 출전했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 어르신들을 밀어내고 출전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는데 떠밀려서(?) 출전하게 되었단다.
사실인지 확인은 안 하였지만 아마 상대가 접바둑의 황제 김철중 프로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만판이 넘는 접바둑 판수를 자랑하는 김철중 프로는 접바둑 승률이 80%를 넘는다고 한다. 글을 쓰는데 조금은 무섭다.
▲대국 중인 전찬식씨.
중학교 때 바둑의 매력에 푹 빠져 본격적으로 배웠다는 전찬식씨는 현재 타이젬 3단이다. 65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비결은 운동, 아침마다 손 돌리기를 시작으로 스트레칭을 하루도 거르지 않아 병원 구경한지 오래됐다고 한다. 물론 정신건강은 바둑으로 챙긴다고 한다.
전찬식씨 외에도 봉석회 회원들은 대체로 굉장히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었다. 역시 정신건강에는 바둑이 최고인 것 같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유베날리스의 말이 순간 뇌리를 스쳤다.
▲대국시작. 과연 승부는 어떻게 될까?
드디어 대국 시작 시간이 가까워졌다. 동호회원정대의 묘미 치수 싸움. 6점이냐, 7점이냐를 놓고 약간의 실랑이(?) 끝에 6점으로 대국이 시작됐다. 이와 동시에 한철균 8단의 해설과 배윤진 3단의 진행으로 봉석기우회원들을 위한 공개해설이 시작됐다.
▲대국과 동시에 진행된 공개해설.
숨 죽이며 대국을 지켜보는 봉석기우회 회원들. 가재는 게편! 아마추어인 필자 역시 마음속으로 전찬식씨를 응원하며 대국을 지켜봤다. 그러나 약간 불리한(?) 치수와 첫 TV대국의 부담이 컸을까? 아쉽게도 전찬식씨는 '접바둑의 신' 김철중 3단에게 패하고 말았다.
한철균 8단은 "프로를 상대로 적극적인 싸움바둑으로 몰고간 것이 패인" 이란다. 다시 한 번 '프로를 상대로 싸움은 되도록 하지말자' 라는 진리를 되새기게 한다.
▲공개해설을 보고 있는 봉석기우회원들.
출전한 동호회원이 패했지만 봉석기우회원분들은 바둑 내용보다 프로들의 진행해설이 더 재미있는지 밝은 표정이다. 바둑내용보다 한철균·배윤진 프로의 때론 날카롭고, 때론 구수한 말솜씨에 그저 빠져있다. "실제로 보는 생방송 해설이 너무 재미있었다"는 회원들의 이야기에 첫 원정대 방송을 한 배윤진 프로가 배시시 웃는다.
매주 목요일 빠지지 않고 모이는 봉석기우회. 제천시 노인회관에 전용 기우회실이 있어, 정기 모임 외에도 평일에 많은 분들이 찾는다고 한다. 기우회실에는 인터넷이 설치되어있어 타이젬 바둑도 즐길 수 있고, 장기판까지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공개해설을 보시며 환하게 미소 짓는 건강한 백발 바둑인들을 보니 이십년 후 내 모습이 오버랩 된다.
좋은 공기에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 그리고 바둑이 대접받는 도시 제천. 그리고 백발이 너무나 멋진 봉석회 회원 어르신들. 아주 오래오래 바둑을 사랑해 주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