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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타]

21세기의 조선통신사

유창혁 9단과 이다혜 4단이 다녀와

이다혜 4단2011-10-10 16: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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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통신사, 유창혁 9단(왼쪽)과 이다혜 4단.

(이 글은 9월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조선통신사 자격으로 일본에 다녀 온 이다혜 4단이 작성한 글 입니다.)

타이젬 유저여러분 안녕하세요? 프로기사 이다혜 4단입니다. '이다혜가 누구야?'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시는 분들을 위해 제 소개를 간단히 해드릴까 합니다.

이름 : 이다혜(李多慧)
소속 : 한국기원
학력 :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입단 : 2000년 4월
경력 : 2005년 제4회 정관장배 한국대표
2006년 제8기 여류명인전 준우승
2008년 제7회 정관장배 한국대표
저서 : 장인어른 따라잡기上
기타 : <히카루의 바둑>감수
특기 : 일본어, 중국어(?)

이렇게 여러분께 인사드리게 된 이유는「日東第一形勝300주년 21세기 조선통신사 한일정상바둑대국」이란 행사에 제가 다녀 왔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이 행사에 유창혁 9단은 다케미야 마사키(武宮正樹)9단과, 저는 만나미 나오(万波奈穗)2 단과 대국하였습니다. 성적도 외모도 평범한 제가 한국대표로서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일본어를 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부터 일본에서 보낸 3박 4일을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부족한 글 솜씨지만 너그럽게 보아 주시길 바랍니다.

▲ 이번 행사가 열린 토모노우라.

이번 행사는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의 토모노우라에서 열렸습니다. 조선통신사를 태운 배는 알맞은 조류와 바람을 기다리기 위해 반드시 이 항구에 들렀다고 합니다. '日東第一形勝'은 1711년 8회 통신사 종사관인 이방언이 토모노우라의 풍경을 보고 남긴 글귀로, 일본 동쪽에서 제일 뛰어난 경치라는 뜻의 찬사입니다.

한편 토모노우라는 정성어린 접대를 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후쿠야마번의 무사들은 물론이고 토모노우라의 주민들도 적극 적으로 접대에 참여하였습니다. 귀빈을 맞이하기 위해 거리를 깨끗이 청소하고, 멧돼지나 사슴고기, 꿩을 산 채로 잡아 통 신사 일행에게 대접하였습니다.(자료에 따르면 조선통신사는 3탕 15찬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이들은 조선통신사 일행과 대화를 하기 위해『조선인 대행열기』라는 조선어와 일본어 발음대의집을 만들었다고 하니 당시 조선통신사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 할 만합니다. 이렇듯 토모노우라는 조선통신사와 깊은 연관이 있는 곳으 로, 올해는 특히 300주년을 맞이하여 본 행사 이외에 다른 행사도 열릴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럼 이제부터 저와 함께 토모노우라로 떠나 보실까요?

▲ 21세기 조선통신사를 환영하는 환영식.

10월 1일 토요일 맑음

옛날 조선통신사가 왔을 때는 토모항부터 숙소까지 약 400미터의 길에 양탄자와 돗자리가 깔려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에 양탄자와 돗자리는 없었지만 대신 많은 주민들이 깃발을 흔들며 21세기 조선통신사인 유창혁 9단과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환영식은 중학생들의 박력 넘치는 북 연주를 시작되었고, 후쿠야마시 시장님의 인사말과 꽃다발 증정식, 기념 사진촬영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념사진 촬영이 끝나자 토모노우라 구민회관까지 퍼레이드가 이어졌습니다.

▲ 환영 퍼레이드를 하는 이다혜 4단과 유창혁 9단.

퍼레이드라니. 안색이 창백해진 저를 보고, 유사범님이 긴장하지 말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유사범님은 작년에도 이 행사에 참여하셨기 때문에 저보다 훨씬 여유가 있어 보이셨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한 발자국을 내딛자, 한글로 환영이라고 적힌 깃발을 흔들며 미소를 짓는 주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말이지 이런 환대를 받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제가 뭐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이렇게 반겨주나 싶어 눈시울이 붉어졌답니다. (물론 유사범님은 대단한 분이지만요.)

오후에는 유창혁 9단과 다케미야 9단의 대국이 펼쳐졌습니다. 두 기사는 무려 20여 년 만에 대국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당시에는 유창혁 9단이 승리했는데 이번 대국에서는 다케미야 9단이 관록을 앞세워 승리했습니다.

▲ 공개해설회. (왼쪽부터) 김현정 3단, 이다혜 4단, 야마모토 5단.

대국이 벌어질 동안 구민회관에서는 대형바둑판을 통해 공개해설회가 있었습니다. 저와 만나미 2단이 메인 해설자였고 야마모토 5단과 김효정 2단의 친언니인 김현정 3단이 중간에 도와주었습니다. 김현정 3단은 일본기사와 결혼하여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답니다. 만나미 2단과 저는 예전부터 아는 사이로 85년생 동갑내기입니다 . 귀여운 얼굴과 애교 섞인 웃음이 아주 매력적인데, 특히 피부가 어찌나 좋던지. 저는 왠지 초라해져서 그래도 단은 내가 더 높으니까! 라며 스스로를 위로 하였습니다.

공개해설회에는 약 100여 명의 바둑팬들이 오셨는데 대부분 나이가 많아 보이셨습니다. 한복을 입고 어설프지만 열심히 일본말을 하는 제가 예쁘게 보이셨는지(혹은 안쓰러웠거나) 저의 말에 잘 웃어 주셨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오신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셨는데 제 해설이 내년 참여여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 대조루에서 관계자들과 만찬.

저녁 연회는 토모노우라 최고의 절경으로 유명한 복선사(福禪寺)에서 열렸습니다. 복선사는 조선통신사 중에서 높은 지위의 사람들이 머문 곳으로, 바로 이곳에 '日東第一形勝'이란 목조현판이 있습니다. 또한 후쿠젠사의 본당은 대조루(對潮樓)라고 하는데 10회 조선통신사 중서예가인 홍경해가 명명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대조루에는 홍경해가 쓴 목조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 대조루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경치.

대조루에서 바라본 경치는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거문고 연주를 들으며 경치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 옛 조선의 문인들이 이곳에서 시를 지은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림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술과 음악이 있는데 시흥이 절로 일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이 행사를 처음 기획한 것은 기타니 미노루 9단의 아들이라고 합니다. 기타니 미노루 9단은 오청원 9단과 어깨를 나란히 한 일본의 대기사입니다. 또한 현대 한국바둑의 개척자인 조남철 9단의 스승으로, 한국과 일본의 바둑계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신 분입니다.

기타니씨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 한국과 일본의 바둑교류를 위한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 조선통신사를 떠올리고 구체적으로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됩니다. 이 행사는 후쿠야마시 에서도 협력해 주어 하나의 지역축제가 되었답니다. 이런 행사가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네요.

연회가 끝난 후 다케미야 9단, 유창혁 9단, 야마모토 5단, 김현정 3단, 만나미 2단과 저는 토모노우라의 작은 술집에서 조촐한 자리를 가졌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구름 위의 사람처럼 보였던 다케이먀 9단은 본인의 기풍처럼 호방한 성격을 가진 분이셨습니다. 최근 몇 년간 사교댄스에 푹 빠지셔서 하루에 3시간씩 연습하신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셨습니다. '遊神'이라는 본인의 휘호와 정말 잘 들어맞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모노우라는 조용한 동네라 그런지 9시 반이 되자 술집에서 쫓겨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호텔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토모노우라에서의 첫날이 끝났습니다. 내일은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설렌 마음을 안고 저는 달콤한 꿈속 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다음 회에는 저와 만나미 2단의 대혈전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많은 기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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