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배]
'인공지능 바둑, 슬픈 일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표, 콘래드 인터뷰
강나연2011-10-22 23:36:45

▲ 오리엔테이션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각 국 대표 선수들의 모습.
22일, 피부색도 눈동자의 색도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바둑을 매개체로 포항 포스코 한마당체육관에 모였다.
아시아 16개국, 유럽 36개국, 미주 13개국, 대양주 2개국, 아프리카 3개국 등 총 69개국에서 각 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출 전해 우열을 가리는 제6회 국무총리배 세계아마바둑선수권대회의 막이 오른 것이다.
바둑 종주국 중국, 현대바둑의 종주국 일본, 그리고 현재 바둑의 최고수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는 바 둑이 많이 퍼져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바둑은 아시아의 문화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주, 아프리카, 유럽, 대양주 등의 대륙은 아시아 대륙과 문화가 많이 다르다. 기자는 아시아와 문화가 많이 다른 그들이 아시아 문화의 정수인 바둑에 끌려 멀리 이 곳 한국까지 오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이름: 콘래드(Konrad SCHEFFLER)
나이: 38살 (1973년 생)
사는 곳: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
직업: 대학 교수 (컴퓨터 공학 전공)
기력: 유럽 2단
-본인이 남아공의 챔피언인가?
(웃음)아니다. 빅터 최라는 중국 사람이 7단인데, 그 사람이 남아공의 챔피언이다. 나는 남아공에서 3위에서 4위정도 한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이 곳 한국에 대표 선수로 왔다.
-바둑을 둔 지 얼마나 됐나.
20년 전부터 바둑을 배웠다. 92년에 친구가 바둑을 같이 배우자고 해서 배웠는데, 친구는 4급이고 나는 2단이다. 선생님이 따로 있었던 것은 아니고 흥미가 생겨 책으로 배웠다.
-남아공에 언제부터 바둑 보급이 되었나.
폴 에드워즈(Paul Edwards)라는 영국인이 1980년대 말에 보급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도 보급 활동을 남아공에서 하고 있고 기력은 1단이다.
-아프리카에서도 바둑을 두고 있다니 반갑다.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모든 나라가 바둑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국무총리배에 참가한 마다가스카르(Madagascar), 모로코 (Morocco) 그리고 우리 남아공 등 바둑을 두고 있는 나라는 3개 나라 뿐이다. 같은 대륙이지만, 언어가 달라서 교류는 없다. 바둑 클럽이 가장 활발한 곳은 우리 남아공이다.
-남아공에 바둑 인구가 많나.
약 500명 정도가 바둑을 둔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교류가 있는 사람들은 50명 정도다. 우리는 1주일에 한 번 클럽에서 만나 바둑을 즐긴다.
-아시아의 바둑 문화가 '정적'이라면 유럽의 바둑 문화는 '동적'이다. 잔디밭에서 맥주를 마시며 바둑을 두는 것이 유럽의 바둑 문화를 보고 기자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아프리카의 바둑 문화는 어떤가?
우리도 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둑 클럽은 주로 레스토랑을 빌려서 바둑을 즐긴다. 우리도 맥주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바둑을 둔다. 친목 위주의 공동체다.
-남아공에서 바둑의 이미지는 어떤지?
고급스런 스포츠의 인식이 있다. 의도치 않았지만, 바둑 클럽 회원들의 직업이 모두 괜찮기 때문이다. 이유는 아무래도 바둑을 두며 여가를 즐기려면 회원들에게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남아공에서 바둑을 즐기는 사람들의 직업은 대부분 여유가 있는 고위 계층에 속한다.
-바둑 클럽은 몇 개 정도 있는지?
케이프타운, 빅토리아, 조하네스버그 등 3개의 도시에 바둑 클럽이 있다. 한국처럼 레슨을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바둑 클럽에 강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조금 더 기력이 센 사람이 복기를 하며 조금씩 가르쳐주곤 한다.
▲ 수를 읽고 있는 콘래드의 모습. 콘래드는 아직 기풍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수읽기는 세다고.
-컴퓨터 공학을 가르치는 교수인데, 인공지능 바둑인 '은별' 등 프로그램과 두어 봤는지?
물론 두어봤다. 강하지는 않지만,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바둑을 프로그램화 한 것은 슬픈 일이다.
-왜 슬프다고 생각하나.
바둑은 인간적인 게임이라 생각한다. 바둑으로 우정이 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은 바둑알을 만져 놓아보고 복기 등으로 생각을 주고 받기 때문이라 본다. 하지만 인공지능 바둑은 복기도 없고 기풍도 없다. 인간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컴퓨터는 체스를 정복했다. 하지만 바둑은 정복하기 힘들거라 보는 시각이 많으니 괜찮지 않은가.
아니다. 5년 전만 해도 컴퓨터 바둑은 무척 약했다. 하지만 벌써 인공지능 바둑은 5년 만에 무척 강해졌고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미래에는 인공지능 바둑이 사람을 이기게 될 것이다.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처음 와봤다. 사람들도 모두 친절하고 정말 마음에 든다. 특히 대회 장소가 마음에 쏙 든다. 바둑을 매개체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부럽다. 또 모니터로 특정 대국을 보여주는 등 대회 현장이 마음에 든다.
-기자는 한국의 바둑 사이트 타이젬에 있다. 타이젬은 영문 사이트도 제공하는데, 혹시 두어본 적 있나.
알고 있다. 남아공의 1인자 빅터 최가 타이젬 매니아다. 'RoseDuke'라는 아이디로 두는 것을 몇 번 봤다. 나는 인터넷 바둑 보다는 수담을 선호해서 인터넷에는 잘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도 타이젬은 유명하다.
-앞으로 타이젬에 들어올 계획이 있나?
한국 바둑은 무척 강하다. 그리고 국무총리배에서 다양한 실력의 사람들과 겨루어 보니 인터넷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대국하고 싶어졌다. 타이젬에 꼭 들어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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