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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젬스페셜]

강진에서 보내는 葉書

-제5회 김인 국수 배 국제시니어 바둑대회 참관기

김종서 작가2011-11-06 16: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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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그리움의 땅, 남도 일 번지

‘땅 끝에 왔습니다. 살아온 날들도 함께 왔습니다.’
시인 고은이 남녘 바다에 이르러 터뜨린 시 한 소절입니다.

▲ 남도 일 번지 강진(康津)

흙이 좋아 고려청자 도요지로 유명했고 실학자 정약용이 유배를 와 목민심서를 비롯해 많은 책을 저술했으며 후학들을 가르쳤던 곳입니다.
그런가하면 北의 소월 南의 영랑이라 했듯 한국 서정시의 대표시인 김영랑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 남도의 자랑 푸짐한 먹거리.

따뜻한 남도의 풍광과 더불어 푸짐한 먹거리도 자랑이지요.
강진 어느 밥집을 가서 어떤 종류를 시켜도 실망하는 법이 없습니다.

▲ 마량포구.

국도를 따라 남하하다 강진 땅 끝 마량포구에 닿으면 절로 탄성이 터집니다.
다도해의 청자 빛 자락이 내륙의 평야 깊숙이 들어와 강진만을 형성합니다.
절벽과 파도가 으르렁거리는 범접하기 어려운 바다가 아닙니다.
푸르고 깊은 심해도 없습니다.
강진의 바다는 살금살금 다가와 땅의 속살을 적시고 부끄러워 물러나는, 그래서 처음 보아도 언젠가 보았던 것처럼 느껴지는 다정다감한 바다입니다.
머나먼 유배지에서 정약용이 그리워했던 것은 한양 정계로의 복귀가 아니라 사람이었을 겁니다.
강진에서 500권의 책을 저술하며 실학을 집대성한 내력도 알고 보면 사람을 위한 탐구였을 테니까요.

▲ 강진의 푸르른 바다.

시인 김영랑이 부른 노래 역시 그리움으로 가득합니다.
피고 지는 꽃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해질녘 공기의 빛깔까지 시첩에 담은 영랑이 갈망했던 대상은 무엇일까요?
언덕에 누워 바다를 보면 빛나는 잔물결 헤일 수 없지만 눈만 감으면 떠오는 얼굴 꼭 한 분이구려
진실로 귀한 사랑은 기나긴 기다림과 외로움 속에 영글어간다는 것을 우리는 강진에서 깨닫습니다.

▲ 강진의 녹차밭.

‘오메 단풍 들겄네!’
영랑이 외쳤던 단풍으로 강진은 노랗고 붉게 물들었습니다.
 
▲ 단상위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는 김인 국수.

11월의 문턱에서 강진은 또 한 사람의 그리운 이름을 불러냅니다.
바로 강진 출신 김인 국수입니다.
지금 강진읍 시가지는 김인 국수의 이름이 적힌 깃발로 가득합니다.
제5회 김인 국수 배 국제시니어 바둑대회를 알리는 깃발입니다.

▲ 제5회 김인 국수배 국제시니어 바둑대회 개막식.

S#2. 그리워서 반가운 얼굴들

김인 국수 배 바둑대회의 특징은 50세 이상의 바둑 인들의 잔치라는 점입니다.
보급을 위해 어린이 바둑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유행이지만 강진은 독특하게도 중년과 노년 세대를 위해 멍석을 깔았습니다.
괜찮은 컨셉으로 보입니다.

▲ 제5회 김인 국수배 국제시니어 바둑대회 전경.

바둑순정파들은 대개 실버 세대들이지요.
그러므로 한번쯤은 순정파들끼리 모여 원 없이 바둑을 둬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 외국 선수단의 점심 만찬.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서 60여명의 선수단이 11월 4일 강진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150여명의 국내 선수단이 이튿날 도착했지요.

▲ 유럽바둑연맹 회장 마틴(가운데)도 제5회 김인 국수배를 찾았다.

올해로 5년째인데 거의 매년 참가하는 단골들이 많아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장면이 눈에 띕니다.
마찬가지로 중국이나 일본의 아마추어 국제바둑행사 때도 우리 시니어 바둑 인들이 참가하기 때문에 자주 만나는 얼굴들이 많다고 하네요.

▲ 한국기원 프로기사 윤현석 9단, 유건재 8단, 박승철 7단, 이다혜 4단이 다면기 행사를 도왔다.

강진군에서 이 대회를 위해 8천만원을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합니다.
기원 측은 외국 손님들을 위해 숙소와 식사, 관광 코스까지 안내하기 때문에 흑자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 대회에 기울이는 정성은 지극합니다.
한국의 정서를 대표하는 남도 강진의 이미지와 따뜻한 우리의 인심을 보여줄 수 있는 시니어 대회이기 때문입니다.

▲ 외국 선수가 "음식도 훌륭하고 대회도 마음에 든다."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외국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거의 모두 엄지를 치켜들었습니다.
음식도 훌륭하고 대회 형식도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이런 바둑잔치에 순위경쟁은 그다지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둑 친구들과 만나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테니까요.
강진을 찾은 모든 바둑 인들의 가슴에 그리움이 가득할 겁니다.
헤어지는 오늘부터 당장 내년 이날을 기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그리움은 아름답습니다.
그리움의 땅 강진에서 이렇게 사람의 내음을 맡습니다.

S#3. P.S

이런 바둑축제는 낮보다 밤이 아름다울 때가 많습니다.
강진에서 이틀 묵으며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첫날 외국선수단 환영만찬 때 바둑매체 기자단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필자는 박치문(중앙일보 해설위원), 신병식(전SBS위원) 원로들과 모처럼 당구시합을 하게 되었지요.
골프처럼 스킨스 방식의 내기였습니다.
노병들의 당구 실력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옛날에는 한 가락했지. 내가 잘 친다기보다 오랜 세월 끊임없이 도전해오는 아주 좋은 하수가 있었거든. 하하”
박치문 선생은 턱짓으로 신병식 위원을 가리키며 웃습니다.
게임은 어쨌거나 타이젬 대표로 출전한 제가 우승했습니다.
뭐 연배를 따지자면 좀 불공평하긴 합니다만 저도 시니어 연령이니까 하자는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바둑이 약한 저로서는 아무래도 밤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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