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타]
그녀들이 부르는 노래
- 2011 여자기사 후원의 밤
김종서 작가2011-11-25 16:57:48
S#1. 기발한 착상
바둑은 마음을 흔들고 노래는 정서를 일깨운다.
바둑을 두는 여자 기사들이 노래를 불렀다.
대국 실을 벗어나 무대 위로 올라가 춤도 추었다.
공연은 잠깐이었지만 그 시간을 위해 그녀들은 가을 내내 준비를 했다.
왜 바둑잔치가 아닌 노래마당일까?
의아해 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 의외의 발상이 히트였다.
바둑 두는 이들의 바둑은 일상이지만 바둑 두는 이들의 노래는 신선하니까.

▲지지옥션 강명주 회장(왼쪽)이 지도를 받고 있다.
11월 24일 리버사이드 호텔 7층 연회장.
평소 바둑계를 아껴주는 후원자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여자프로기사회에서 마음의 선물을 준비한 자리.
30여 명의 여자 기사들이 역할을 분담해 안내와 접수를 맡고 추첨을 통해 후원자들과 기념대국을 가졌다.
한국기원에 등록된 여자기사는 모두 47명인데 그 중 10명이 외국으로 나가 보급 활동 중이다.
그리고 제주도 신예대항전에 출전한 멤버들을 빼고 30여 명에 달하는 여자기사들이 거의 모두 자리해 손님을 맞았다.

▲후원회에서의 여자기사들.
그녀들과 후원자들이 바둑을 두는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돌 소리가 조화롭게 들렸다.
수와 수가 교차하고 힘과 힘이 부딪히는 승부가 아니었다.
'힘내세요.'
'고마워요.'
'함께 만들어 가요.'
그런 음표들이 허공에 둥둥 뜨는 하모니였다.
▲드림밴드. 왼쪽부터 김은선, 박지연, 김혜림, 김나현.
S#2. 드림밴드와 왕십리걸스
후원의 밤 하이라이트는 여자기사들의 공연이었다.
첫 무대는 드림밴드-
보컬 : 박지연, 김혜림
기타 : 김은선, 김나현
첫 곡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부를 때만 해도 그녀들은 잔뜩 긴장한 듯보였다.

▲박지연과 김혜림.
그러나 후렴 부분에서 시원하게 화음이 이뤄지면서 객석의 반응이 뜨거워지자 마이크를 잡은 보컬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지연은 음량이 풍부했고 김혜림은 미성이었다.
YB밴드의 [나는 나비]를 부를 때 객석에서 박수가 계속 나왔다.
무대의 그녀들도 여유 있는 스테이지를 선보였다.

▲왕십리 걸스
이어지는 왕십리걸스의 댄스.
(이민진, 김혜민, 이영주, 김윤영, 문도원, 오정아, 김채영)
무대에 스모그가 깔리고 격렬한 비트에 맞춰 그녀들이 펄펄 날았다.
한 달 동안 연습을 했다고 한다.
호흡이나 완성도를 떠나 선후배들이 지속적으로 만나 준비한 그 시간이 소중하고 보람찰 것이다.

▲짧은 연습기간. 그러나 훌륭한 연주를 보인 1박 2일.
우쿠렐레 연주도 멋들어졌다.
(김효정, 문도원, 윤지희, 강우석)
이 팀의 이름은 1박2일이다.
연습기간이 그만큼 짧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퍼토리가 괜찮았다.
7080세대가 대부분인 후원자들을 고려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행복의 나라로]를 연주하며 관객의 참여를 유도했다.

▲ 박흥양 대표(왼쪽)의 스포츠 댄스.
또, 후원인 공연으로 건국우유의 박흥양 대표의 스포츠 댄스가 눈길을 끌었다.

▲후원자들의 호응을 얻어낸 퀴즈타임.
그리고 깜짝 퀴즈타임
윤지희와 하호정이 MC로 나와 여자기사들에 관한 퀴즈를 출제했고 10명의 정답자를 선발해 무대 위로 불러냈다.
그들에게 주어진 선물은 여자기사들과 특별지도기 티켓.
그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봉투 속의 기사들과 1회 대국을 할 수 있는 행운권이다.
깜짝 선물을 받은 후원자들은 입 꼬리가 귀에 걸렸다.

▲김효정 여류기사회장을 격려하는 한국기원 허동수 이사장(왼쪽).
한국기원 허동수 이사장도 한 문제를 맞춰 티켓을 받았다.
허 이사장이 맞춘 문제와 답이 의미심장하다.^^
우리 여자기사들이 원하는 것은 다음 중 무엇일까요?
1. 시집을 팍 간다.
2. 전 세계를 누비며 좋은 바둑을 둘 수 있는 대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김효정 여류기사회장
S#3. 노래가 끝난 후
여자기사회장 김효정은 말한다.
"우리 여자 기사들은 바둑에 입문해 평생 바둑의 길을 택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대회를 연거푸 석권했고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앞으로도 잘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정관장배가 없어졌고 국내여류기전의 규모는 너무 빈약합니다. 서툰 공연이지만 저희들의 마음을 담아서 오늘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여자 기사들의 존재를 기억해주시고 아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 군부대 보급을 비롯해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그녀들이 기금을 모아 후원자들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마음의 공연을 선사한 자리였다.
그 선물의 의미는 충분히 전해졌으리라고 생각한다.
돌아가는 후원자들의 표정에서 작은 감동의 빛을 읽었다.
지극히 개인적이기 쉬운 바둑계에서 그녀들이 똘똘 뭉쳐 뭔가를 보여주었다는 점이 기특하다.

▲행사에 참가한 관계자들의 단체 기념촬영.
우리 낭자들은 야무지다.
발상도 좋고 표현력도 좋고 의지도 아름답다.
문득 [훌라걸스]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1965년 일본 최대 탄광촌 토키와를 배경으로 그린 영화다.
탄광산업이 사양의 길로 접어들면서 대규모 감원바람이 불자 타개책으로 '낙원 하와이'를 만들려는 정책이 시행되고 그곳의 여학생들이 훌라댄스를 배우게 되면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다.
고난과 시련이 반복되지만 열정으로 하나가 되는 소녀들.
그 모습들이 감동적이어서 영화 [훌라걸스]는 2007년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상을 휩쓸었다.
드림밴드와 왕십리걸스, 우클렐레와 1박2일 등 여자 기사들의 공연을 보면서 자꾸 그 영화가 망막에 겹쳐졌다.
황폐한 탄광촌과 여자바둑계도 오버랩됐다.
어렵다고해서 개탄할 일만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녀들의 노래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신명이 넘치면 바둑 행마도 활기찬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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