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중계 뉴스 기보 상점 새소식

[탄자니아]

올해의 마지막 수업

섭섭한 표정이 역력한 바둑반 아이들

오종성 아마6단2011-12-04 22:43:48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 우리 바둑반 아이들.

나는 가뭄과 기아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이 아이들을 서울로 데려가고 싶습니다. 데리고 가서 깨끗이 씻기고, 따뜻한 밥도 먹이고, 예쁜 옷을 입혀 학교에도 보내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이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 아이들 중에 기재를 가진 아이가 바둑을 핑계로 서울에 갈 수 있지는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서울에 간 그 아이는 아마도 한 달 동안은 행복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가족들이 보고 싶고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아이는 곧 불행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바둑으로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요? 나는 탄자니아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가 힘들어집니다.

▲ 바둑반의 수업 시작 전. 필자와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바둑반 아이들 중 상당수가 고아이거나 홀어머니와 사는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어떤 어린 친구는 에이즈에 걸렸답니다. 부모님이 없는 아이는 스스로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아이가 아닙니다. 먹고 살기위해 일해야 하는 일꾼입니다. 
 
▲ 빵을 배식 받는 고아들.

얼마 전 한국 동물원의 곰 한 마리가 우리를 탈출해 뒷산으로 갔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곰이 혹여나 굶고 있지 않을까, 다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연일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어댔습니다. 탄자니아의 고아들은 고작 빵 하나를 배식받으며 가장 두려운 병 '에이즈'도 앓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 아이들에 대해서 세상은 침묵하는 걸까요?

▲ 고아들의 집.

탄자니아의 정부에서 이런 환경을 조사하겠다고 하기에 내가 도우겠다며 적극 나섰습니다. 어느 마사이 마을에는 물이 귀합니다. 하기야 메말라 갈라질대로 갈라진 땅, 아프리카에 물이 귀하지 않은 곳이 있긴 할까요? 물을 마실 수 없는 마사이 마을 아이들을 위해 어느 선교사가 빗물을 받을 수 있는 물통을 만들어 준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물통의 관리는 마을 학교의 선생님에게 맡겼습니다. 정부에서 조사한다기에 그 마사이 마을을 다시 찾게되었는데, 물통은 잠겨있고 아이들은 여전히 물을 못 마시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물통의 관리를 맡은 선생님이 그 물을 혼자 다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슬퍼서 힘이 다 빠졌습니다.

▲ 올해의 마지막 수업시간.

힘이 빠졌지만, 나는 올해의 마지막 수업을 하러 갔습니다. 한 달만 지나면 또 다시 수업이 시작되는데도 아이들의 표정에는 섭섭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그리고 나는 이런 섭섭한 표정을 한 아이들이 귀엽게만 느껴집니다. 

요즈음 나는 수업 시간에 칭찬도 많이 하고 또 괜히 우스운 농담도 떠들어댑니다. 아이들이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고싶어서 입니다. 알퐁스도데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소설은 참말로 엄숙한데, 우리 아이들과의 마지막 수업은 활기찹니다. 검은 돌과 흰 돌을 좋아하는 이 아이들을 보며 다시금 나는 힘을 냅니다. 

낯선 문화인 바둑을 배우겠다며 나를 따라와주는 이 아이들에게 나는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내가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나는 이 아이들을 변화시키고자 애썼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들을 변화시키겠다는 마음보다 내 수업이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총 댓글수: 0새로고침

0/150자등록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