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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젬스페셜]

高手들은 건강하다

- 프로기사들의 족구 실력

김종서 작가2012-01-15 13: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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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바둑계 족구 리그

“족구 한 판 하실래요? 젊은 프로기사들도 족구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신년특집 취재 때 원성진 사범과 그렇게 뜻이 맞았다.
“그냥 하는 게임이면 재미가 없지. 뭐 시원하게 내기를 걸고 하자고.”
“완전 콜이죠!”
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내기를 걸기 전에 쌍방 엔트리를 확인했다.

▲ (왼쪽부터) 강동윤, 원성진, 최철한, 윤준상, 김지석, 송태곤.

원성진, 최철한, 윤준상, 강동윤, 김지석, 송태곤으로 이어지는 환상의 멤버들.
바둑도 잘 두지만 모두 공을 잘 다루는 스포츠맨이라고 했다.
타이젬 팀은 50대의 필자를 비롯해서 40대의 하영훈 본부장이 핵심 멤버인데 젊은 직원들의 실력이 그만그만해 오더를 짜기 어려웠다.
지난 번 김승준 사범이 이끄는 비바국제바둑도장 팀과도 내기를 했다가 컴퓨터 한 대를 기증했으니까.

▲ 타이젬 본사 중앙회의실에 3개팀이 모였다.

1월 11일. 타이젬 회의실에 3개 족구 팀이 모였다.
프로기사, 비바도장, 타이젬.
풀 리그로 우열을 가리는데 프로기사들과는 시원하게 내기를 걸었다.

▲ 즉석으로 만든 계약서. 천만원 빵.

천만원 빵.
양 팀 주장들이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타이젬이 지면 1천만원을 연구기금으로 후원한다.
프로기사들이 지면 6명 각각 연간 100국을 타이젬 대국실에서 둬야 한다.
벌금 액수가 만만치 않지만 저 쟁쟁한 고수 여섯 명이 실명으로 타이젬에서 대국을 한다면 얼마나 즐거울 것인가?
우리는 엄청난 위험부담을 안고 코트에 섰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영하 10도로 매서운 바람까지 쌩쌩 불었다.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부근 체육공원 족구 코트는 허허벌판이라 더욱 추웠다.



S#2. 화려한 개인기

결과부터 말하자면 3개 팀 족구 리그전 우승은 프로기사들이 차지했다.
타이젬과는 최종 세트까지 숨 막히는 접전을 벌였으나 체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젊은 기사들이 승리했다.
바둑에 관한 기사야 날마다 소개되므로 한번쯤 이런 여담 보따리를 푸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족구 게임을 하는 동안 승부와 관계없이 아주 기분이 좋았다.
정상급의 프로기사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운동을 즐기는 모습 자체가 참 보기에 즐거웠다.
그들은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고르게 공을 잘 다루었다.
세트가 바뀔 때마다 포지션을 바꿔가면서 뛰었는데 전원이 다 공격을 할줄 알았다.

▲ 원성진은 파이팅과 순발력이 뛰어났다.

▲ 윤준상은 파워풀하고 위치선정이 좋았다.

▲ 강동윤은 몸이 가벼웠다. 공격할 때 붕붕 날았다.

▲ 김지석도 체중을 실어 인사이드킥 때리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 송태곤과 최철한은 수비수와 응원 담당이었다^^

상대 팀이지만 젊은 피의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마인드스포츠라지만 바둑은 테이블 게임이다.
늘 앉아서 바둑판만 대하고 있을 줄 알았던 청년들이 운동장에서 이처럼 활기차게 날아 다닐 줄은 미처 몰랐다.
그냥 잘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잘하는 거였다.
어찌 보면 건강은 생리학적 도덕이고 의무일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기사들이 이토록 강건한 육체를 지니고 있다니 축복이라 해도 좋을 터.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로부터 나온다.
아무튼 그렇게 그들은 이겼고 타이젬으로부터 연구기금을 획득했다.
혹시 타이젬 팀이 전략적으로 족구 내기를 기획했다고 오해하지는 마시라.

▲ 필자의 스파이크

타이젬의 특급공격수인 필자의 오른발 드라이브 샷이나 역회전 토킥은 나름대로 타점이 높다는 걸 아는 분들은 아니까.^^

▲ 모아회.

S#3. 모아회, 부아회(프로기사들의 부모님 모임)

족구를 하고 이틀이 지난 날, 프로기사 부모님들의 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모아회와 부아회가 합동으로 신년식을 하는 자리였다.
스무 명이 참석했는데 분위기가 아주 따뜻했다.
아들들이 모두 지난해에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조한승, 박영훈, 최철한, 원성진, 윤준상, 강동윤, 박정상, 이용수, 김효정, 김기용, 김환수 등의 부모님들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화제는 입단시절의 애환이었다.
아이들이 꼬마 때부터 만난 사이라 그들은 무척 가까웠다.
따지고 보면 승부의 세계에서 프로기사들은 서로 경쟁자일 텐데 하도 많이 겪은 까닭에 부모들끼리는 사로 존중하고 아끼고 격려하고 위로하는 사이라고 했다.
2차는 노래방으로 가서 시상식과 여흥 프로그램을 즐겼다.
물가정보배를 획득한 이영구 아버님은 금 5돈을 받았고, 작년에 타이틀을 딴 원성진, 최철한, 박영훈의 부모님들은 상품권을 받았다.
“저는 상을 받진 못했어도 사위와 며느리를 동시에 얻었으니 2관왕인 셈입니다.”
박정상의 부친이 마이크를 잡고 기염을 토했다.
박정상의 어머니는 주부가요열창 나가도 입상이 충분할 만큼 엄청난 가창력의 소유자였다.
이용수의 부모는 듀엣으로 환상의 하모니를 연출했다.
최철한의 아버님은 18금 유머를 발표하려다가 아내의 결사저지에 부딪혀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입맛을 다셨다.
조한승의 아버님은 김정호의 하얀 나비를 부르는데 허밍으로 부르는 음음음음 대목에서 애닳는 절규로 폭소를 유발시켰다.
박영훈 아버님은 사회자를 맡아 부드럽게 분위기를 리드했다.
원성진의 어머님은 말없이 모임을 이끌고 모든 계산을 도맡아했다.
전남 해남에서 서점을 경영하는 김환수 부모님은 쑥떡 인절미를 빚어와 모두에게 돌렸다.
김효정 어머님은 일본에서 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급거귀국했다고 한다.
그 모든 부모님들의 면면을 살피니 자식들의 됨됨이를 알만도 했다.
건강하고 밝았다.
족구와 부모님들의 모임을 기사로 전하는 이유는 여러분들께서 익히 헤아려주시리라 믿는다.
우리 바둑 앞으로 오랫동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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