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신라면배]
우리는 상하이로 간다
제13회 농심배 최종전 출격하는 3인방
김종서 작가2012-02-19 22:47:02
S#1. 삼국지에서 한중전으로
일본은 없다.
한중일 삼국의 피라미드 균형이 무너진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번 13회 농심 배 국가대항전에서 일본의 조기탈락은 너무 심했다.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전원이 2라운드에서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안국현의 2승, 탄샤오의 5연승, 그리고 김지석의 3연승 기록에 일본대표 다섯 명이 제물이 된 것이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이 각 5승을 나눠가진 채 대진표에서 일본을 삭제해버리고 전면전을 펼치게 된다.
그러나 1라운드 부전승으로 대기한 한국은 김지석, 원성진, 이창호 3명이 생존해 있고, 중국은 씨에허와 구리 2명만 남았다.
수치상으로는 한국이 유리하나 최종전의 무대는 적지의 상하이다.
게다가 씨에허와 구리는 중국랭킹 정상급이라 만만치 않다.
연승전의 특성상 한 사람의 컨디션과 기세가 승부를 좌우하기 때문에 잔여병력의 우세를 믿기는 어렵다.
농심배 국가대항전은 한 시즌을 여는 스타트라인이다.
그래서 흥미진진하고 바둑대회의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해 세계대회에서 한국이 중국을 압도했지만 해를 넘겨 지난주 장웨이지에가 이창호를 2:0으로 누르고 엘지배를 획득한 장면이 강렬하다.
농심 배에서 질풍처럼 5연승을 거둔 탄샤오와 장웨이지에, 그리고 씨에허가 요즘 중국의 에이스들이다.
구리와 콩지에의 무뎌진 칼날이 이창호의 부진과 맞물려 알게 모르게 바둑계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역시 농심 배의 관전 포인트는 그런 신구 세대들의 격돌에 있는 게 아닐까?

S#2. 열정과 냉정
김지석, 이제 한번쯤은 훨훨 날아오를 때가 됐다.
탄샤오의 연승행진을 저지하고 3연승을 거둔 기록만으로도 충분히 제 몫은 해냈지만 우리들의 기대는 그보다 훨씬 크다는 걸 알아주기 바란다.

▲제6회 농심신라면배 최종국 장면. 이창호는 왕시를 꺾고 5연승과 함께 한국에 우승을 선물한다.
역대 농심배는 드라마틱한 반전과 감동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이창호의 상하이 5연승 역전 드라마를 기억하는가?
고열로 시달리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꿋꿋이 한국의 자존심을 지켜낸 이창호를 기억해주길 바란다.
그런 감동이 바둑의 생명력을 국민들에게 전하는 전환점이 된다.
김지석이 씨에허와 구리를 꺾고 5연승으로 우승컵을 가져온다면 그 자신의 승부호흡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예상되는 씨에허(왼쪽)와 김지석의 대결.
상하이에서 과연 중국 측은 누구를 먼저 내보낼까?
랭킹은 씨에허가 앞서나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하고 큰 승부에 강한 구리를 최종 수문장으로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다면 김지석과 씨에허의 대진.
기풍이 상극이다.
전투를 마다하지 않는 김지석은 불이고 차분한 씨에허는 물이다.
열정과 냉정의 격돌.
열정과 열정이 부딪히는 화려한 불꽃놀이도 흥미롭지만 열정과 냉정의 기류가 조우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는 그림도 보는 재미가 쏠쏠한 법.

▲지난 11회 대회에서 3연승을 거둔 바 있는 김지석(왼쪽).
김지석의 뜨거운 바둑에 관해서 동료기사들은 입을 모은다.
일류기사들이 큰 승부를 반복하다 보면 스타일이 조금씩 바뀌는데 김지석은 입단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전투바둑을 고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몰아치는 힘이 막강한데 그렇기 때문에 이따금 다 이겨놓은 바둑을 깔끔하게 밀어버리지 못하고 혼전으로 전개하다 실족하기도 한다.
누구한테나 이길 수 있고 누구한테도 질 수 있는 바둑이라 결정적일 때 미덥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미완의 열정은 보는 이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구리와 붙어보고 싶습니다."
구리가 최강이던 시절 김지석은 그렇게 말했다.
당연히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패기가 짱짱한 청년이다.
착하고 순진한 외모지만 가슴에는 불덩어리가 이글거린다.
꽃미남이라는 소리를 듣기 싫어하고 유도와 축구, 족구를 즐긴다.
항상 상위 랭커에 포진해있지만 아직까지 세계대회에 우승한 적이 없다.
그가 우승해도 이변이라 할 사람 아무도 없으리라.
그런 점에서 13회 농심배 최종전은 김지석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다.
혼자서 두 판 모두 마무리 짓는다면 화룡정점.
일류에서 초일류로 올라서는 발판이 될 것이다.

▲반면을 바라보는 김지석. 과연 이번 농심배 우승이 그의 손에서 결정될 것인지.
부디 김지석이 3연승의 상승기류를 끝까지 타고 올라가 중원의 넓은 세상을 저 높은 곳에서 조망해보기를 갈망한다.
창호 형 좀 쉬게 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이창호는 그 동안 농심배에서 헌신적인 노력으로 많은 동료들에게 상금을 나눠 주었다.
김지석을 비롯한 후배들이 보은할 필요가 있다.
작년에 최철한이 일부 갚았던 것처럼 김지석과 원성진도 틀림없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S#3. 샤우팅 코리아!
2월 20일(월) 필자도 상하이 원정에 동행한다.
신속하고 공정한 기사를 쓸 생각은 없다.
그건 기자들의 역할이니까.
축구의 신문선처럼 한국이 골을 넣었을 때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편파적인 응원 관전기를 써볼까 한다.
상하이의 풍물과 대국장 분위기, 기사들과의 토크 쇼 등을 자유분방하게 스케치해 볼 참이다.
작가의 세계대회출장은 타이젬에서 처음이니 좀 부담스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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