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기상대]
황사태풍에서 한국바둑 건져낸 '화정대첩'
백홍석은 비씨카드배에서 역전 우승 기대
志石居士2012-05-01 19:40:13
바이링배, 비씨카드배에 이어 LG배까지-, 지난 봄 내내 황사태풍에 휩쓸려 혼비백산했던 한국바둑의 구겨진 자존심에 여류기사 3인방이 한 줄기 서광을 비춰주었다. 실망과 충격, 그리고 한 줄기 희망이 교차된 4월의 바둑계를 진단하고 비씨카드배와 GS칼텍스의 향방을 전망해본다.
▲ 왼쪽부터 조혜연, 박지은, 김혜민.
[화정차업배] '박지은-조혜연-김혜민'팀, 중국 꺾고 퍼펙트 우승
◇…박지은, 조혜연, 김혜민으로 구성된 한국의 낭자군이 한달 전 황룡사쌍등배의 전패 수모를 일소하는 퍼펙트 우승을 달성했다. 한·중·일·대만 4개국의 3인 단체전으로 치러진 제1회 화정차업배 세계여자단체전(4월 26~28일, 중국 타이저우시)에서 한국팀은 대만과 중국, 일본을 차례로 3대0으로 완파하며 3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그동안 국제 단체전에서 숱하게 우승해본 한국팀이지만, 연초부터 줄줄이 이어진 국제무대 패배의 사슬을 끊었다는 점에서 이번 우승은 새삼 값지게 평가되고 있다. 특히 최근 벌어진 황룡사배 세계여자바둑대항전에서 유례없는 전패의 충격을 맛보았던 여자바둑계로선 뜻밖의 퍼펙트 우승에 다소 얼떨떨한 느낌마저 들 정도.
당초 이번 대회가 개막될 때까지만 해도 황룡사배 8연승의 주역 왕천싱(王晨星)과 한국 활동을 마감하고 중국으로 돌아간 ‘철녀’ 루이나이웨이(芮乃偉)를 앞세운 중국팀의 기세가 워낙 충천했던 터라 한국팀의 고전이 예상됐었다. 게다가 화정차업배가 갑자기 신설된 기전 탓인지 이번 대회 자체가 생소했던 것도 사실.
최근 국제대회 잇단 참패로 침체된 한국바둑에 자신감 회복 메시지
◇…그러나 늘 예상을 빗나가는 게 승부의 묘미인 법, 3개국 풀리그 첫 날 대만을 가볍게 3대0으로 제압하며 몸을 푼 한국팀은 이튿날 사실상 결승전이 된 중국과의 대결에서 박지은이 중국의 월드스타 왕천싱을 제압한 데 이어 조혜연이 중국의 실질적 에이스 루이나이웨이마저 꺾는 분전에 힘입어 예상외의 3대0 완승을 거두고 일찌감치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었다. 특히 그동안 루이나이웨이에게 17승35패로 열세를 보여왔던 조혜연의 승리는 한국팀의 우승 팡파레와 다름없었다. 그리고 대회 마지막날 황룡사배 참패의 수모를 분풀이하듯 일본마저 3대0으로 돌려세우고 9대0 퍼펙트 우승의 위업을 일궈냈다.
그동안 국제 단체전에서 늘 중국에 앞서 왔으면서도, 지난 황룡사배 참패의 충격으로 침체의 우려를 낳았던 한국 여자바둑계는 이번 우승으로 다시금 자신감을 되찾으며 곧 개막되는 샤오산배 국제여자바둑초청전에서도 희망을 갖게 됐다. 오는 5월 16일부터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샤오산배는 중국이 새로 창설한 5인 여자국가단체대항전. 최근 국제기전의 호성적으로 부쩍 자신감이 생긴 중국바둑계에선 올 들어 바이링배, 화정차업배, 샤오산배 등 국제대회 창설 러시를 이루고 있다.
▲ 국후 의견을 나누고 있는 백홍석(오른쪽)
[비씨카드배] 한국바둑 명맥 살린 백홍석…황사태풍 뚫고 홀로 4강에
◇…황사돌풍에 휩쓸려 꺼져 가는 한국바둑의 촛불을 백홍석이 간신히 지켜냈다. 지난 달 32강전에서 중국세에 일방적으로 밀린 끝에 16강에 단 3명만 진출하는 역대 최악의 '참사'를 당했던 한국은 16강전(4월 11일)을 거치며 단 두 명만 8강에 살아남아 2대6의 절대 열세 상황에서 8강전에 임했다.
그런데 설상가상 8강전(4월 17일) 첫날 대국에서 믿었던 박영훈마저 중국의 18세 신예 당이페이(黨毅飛)에게 덜미를 잡혀 탈락하면서 전멸의 위기를 맞았다. 특히 박영훈이 이 대국 직전까지 11연승을 구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던 데다 99% 다잡았던 승리를 한 순간의 방심으로 날려버린 통한의 역전패라 그 아쉬움과 충격은 더했다.
다음 날 '한국의 마지막 보루'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업고 출전한 백홍석의 상대는 지난 시즌 내내 중국 랭킹 1위를 지켰던 난적 저우루이양(周睿羊). 중압감 탓인지 포석에서 밀린 백홍석은 중반 들어 특유의 공격이 불을 뿜으면서 우세를 휘어잡았다. 그러나 과잉의욕 탓에 중반 들어 과수를 범하면서 일거에 역전당했고, 한 때 “던질까도 생각했다"고 토로할 정도로 절망적인 비세에 허덕였다.
그러나 올 들어 80% 넘는 고감도 승률을 자랑하고 있는 백홍석은 국내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승부를 끝장내려는 상대의 조급한 과수를 정확히 응징해 재역전승을 일궈내고 극적으로 4강에 진출했다. 한국바둑의 명맥을 살린 값진 승리이자, 개인적으로도 2006년 삼성화재배에 이어 생애 두 번째로 세계 4강에 오른 쾌거였다.
'1대3' 열세 불구, 절정의 상승세 백홍석 우승 가능성 충분
◇…비록 필마단기로 진출한 4강이지만, 백홍석의 우승 전망은 오히려 밝은 편이다. 그동안 백홍석의 천적 역할을 해온 국내 상위랭커들이 중국세에 밀려 모조리 탈락한 가운데 그동안 한국기사들에게 강미를 보여운 구리(古力), 콩지에(孔杰), 씨에허(謝赫), 장웨이지에(江維杰), 탄샤오(檀嘯) 등 중국의 정상급 기사들도 모두 떨어졌기에 백홍석의 앞길을 막아설 기사가 거의 없기 때문.
준결승에서 만나게 된 후야오위(胡耀宇)가 녹록치 않은 강호이긴 하지만, 스타일상으로나 현재의 컨디션상으로도 백홍석에겐 그리 두렵지 않다. 준결승 반대조의 퍄오원야오와 당이페이도 앞서 언급한 기사들에 비하면 중량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 이번 대회 돌풍의 핵 당이페이의 기세가 돋보이긴 하지만, 박영훈과의 8강전에서 보았듯 얕보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이다. 무엇보다 올 들어 KBS바둑왕전 본선과 결승에서 박정환에게 세 판 진 것을 빼고는 거의 지지 않고 있는 백홍석의 파죽지세가 가장 믿음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바둑팬 모두가 저를 응원한다는 생각으로 기적을 이뤄보겠다”고 결의를 다지고 있는 백홍석이 과연 과거 이창호, 조훈현이 그러했듯 1대4의 열세를 뚫고 한국바둑의 망가진 위신을 살리며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는 비씨카드배 준결승은 5월 9일 속개된다.
▲ 제17회 LG배 전경.
[LG배] 본선진출 '4대12', 한중대결 '1대6' …또다시 중국에 참패
◇…지난 3월 바이링배, 비씨카드배를 강타했던 황사태풍이 4월 LG배 무대까지 덮쳤다. 총 353명이 참가했던 제17회 LG배 세계기왕전 통합예선(4월 18일~24일, 한국기원) 결과 16장의 본선 티켓 가운데 중국이 12장을 휩쓰는 초유의 강세를 보인 가운데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업고 무려 233명을 출전시켰던 한국은 고작 4장의 티켓을 거머쥐는데 그쳤다.
역대 이 대회 통합예선에서 매번 10장 넘는 티켓을 따왔던 그동안의 경우에 비추면 눈에 뜨이는 흉작. 특히 7판이 한․중 맞대결로 펼쳐진 통합예선 결승에서 한국은 1승6패의 참패를 당하며 지난 비씨카드배의 악몽을 재현시켰다.

그나마 한국의 체면을 살려준 기사는 한․중 대결에서 홀로 승리하며 본선에 진출한 18세의 막내뻘 신예 나현이었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4강으로 주목받았던 나현은 예선결승에서 최근 초상부동산배에서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된 바 있는 중국 10대 간판스타 판팅위(范廷鈺)에게 인상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당당히 본선에 진출했다. 18세 나현이, 박정환 외에는 이렇다할 '90后'가 보이지 않던 한국바둑계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다.
▲ 박영훈, 이세돌 등을 꺾으며 비씨카드배에서 활약한 당이페이(오른쪽)
중국 '90後세대' 대표주자 당이페이 맹위…세계대회 15연승 질주
◇…반면, 55명을 출전시킨 중국은 탄샤오(현 중국 1위), 콩지에(6위) 등 상위랭커와 '90後세대' 간판 주자 당이페이(52위) 등을 앞세워 16장의 본선 진출권 가운데 12장을 휩쓰는 초강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비씨카드배에서 한국과 중국의 랭킹 1위(이세돌, 탄샤오)를 연파하며 4강에 오르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당이페이는 이번에도 거뜬히 본선에 올라 비씨카드배 에서의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올 시즌 국제대회에서 파죽의 15연승을 구가하고 있는 당이페이가 과연 어디까지 괴력의 질주를 계속할지도 세계바둑계의 색다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본선보다도 어렵다는 통합예선을 통과한 16명의 본선 진출자는 오는 6월 18일 개막되는 본선에서 시드 멤버 16인과 자웅을 겨루게 되는데, 한국은 전기 대회 준우승자 이창호(자동 시드) 외에 5인이 국가시드로 본선에 출전해 5년 만에 실지(失地)회복을 노린다.
▲ 박영훈(왼쪽) vs 이세돌.
[GS칼텍스배] '5년만의 리턴매치' 이세돌 vs 박영훈, 일진일퇴 공방
◇…5년 만에 이뤄진 '이세돌 vs 박영훈'리턴매치로 시선을 모은 17기 GS칼텍스배 결승 5번기가 일진일퇴의 공방전으로 흥미를 더하고 있다. 결승 1국(4월 25일)에서 이세돌이 화려한 세력작전과 강력한 파워를 앞세워 쾌승할 때만 해도 지난 대회 결승(박정환 3:0 박영훈)처럼 일방적으로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예상이 팽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연초 뜸한 대국일정으로 애를 먹었던 이세돌이 비씨카드배 탈락의 충격을 씻고 최근 호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반면, 4월초까지 파죽의 11연승을 달리며 시즌 다승 1위를 질주하고 있던 박영훈은 얼마 전 비씨카드배 8강전과 LG배 통합예선 결승에서 잇달아 패하며 주춤하는 상황이었기 때문.
그러나 "아픈 기억은 빨리 잊는다"는 박영훈의 낙천적 성격 덕분일까, 일반의 예상은 빗나갔다. 2국(4월 30일)에서 박영훈이 특유의 계산력과 균형감각을 십분 발휘하며 완승을 거두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은 것. 결승 5번기의 향방도 오리무중으로 접어들었다.
두 기사 뿐 아니라 일부 팬들에겐 5년 전 ‘역전의 추억’이 선연하게 남아있다. 당시 세계대회 다관왕을 차지하며 무적함대로 군림하던 이세돌이 바로 이 GS칼텍스배 결승에서 박영훈에게 먼저 2승을 따내고도 내리 3연패하며 타이틀을 넘겨준 대역전극이 그것.
결승 5번기가 3번기로 줄어든 가운데 "Again 2007!"을 외치는 박영훈과 5년만의 설욕을 다짐하는 이세돌이 펼칠 결승 3~5국은 5월 첫째주 연이어 열린다. 대다수의 '이세돌 우세' 예측과는 달리 최종국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과연 '5년 전 데자뷰'는 이루어질까.
No.1과 No.2 맞대결에선 이세돌 승리, 박정환 맹추격 따돌려
앞서 랭킹 1․2위간의 조우로 관심을 모은 준결승(4월 18일)에서는 이세돌이 자신을 턱밑까지 위협하고 있던 박정환을 잠재우고 "아직은 1인자"임을 선언했다. 이세돌에게 랭킹 점수 9점 차까지 근접하여 랭킹 역전을 눈앞에 두었던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 박정환에겐 대회 2연패와 랭킹 1위 등극의 호기를 모두 날린 석패였다고 할까. 하지만 올 시즌 성적(현재까지 20승4패)이 말해주듯 좀처럼 지는 법을 잊은 박정환의 거센 도전은 내내 계속될 태세여서 과연 언제 '이세돌 벽'을 넘을 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날씨로 보는 기사 기상도●
이세돌 (◐ 갬)
BC카드배 탈락의 충격을 씻고 쾌조의 5연승. 드디어 1인자의 위용을 되찾았다. 올 첫 타이틀 사냥이 걸린 GS배 결승이 올 농사의 첫 시험대.
박정환 (○ 맑음)
80%가 넘는 고감도 승률로 각종 기전에서 종횡무진! ‘포스트 이세돌’의 선두주자답다. 다만 ‘한국 2인자’의 위상에 어울리게 국제무대에서 좀더 힘을 내야 할 듯.
최철한 (● 흐림)
십단전 우승을 제외하고는 널뛰기 성적~. 올 시즌 반타작 승률도 되지 않으니 이러다간 랭킹 하락도 걱정되는 실정~ㅜㅜ. 신혼생활로 안정을 찾으려나.
이창호 (/// 장마)
반타작 승률에 국수전 예선탈락까지~ 2월 LG배 등정 실패 이후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언제 이창호다운 모습으로 돌아올까.
박영훈 (◑ 구름 약간)
4월에만 무려 11연승을 올리는 등 올 시즌 다승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BC카드배에 이어 LG배에서도 잇달아 탈락하니 마치 ‘앙금 빠진 찐빵’ 같다.
백홍석 (○ 맑음)
비씨카드배에서 한국의 보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뿐 아니라 올 시즌 각종기전에서 상종가! 벌써 20승 이상을 찍고 다승왕, 승률왕에도 도전 중이다. ♬
당이페이 (○ 맑음)
단연 4월의 '세계 히어로'! 한국과 중국의 랭킹1위를 연파한 데 이어 연승가도의 박영훈마저 꺾고 세계 4강에 올랐다. 정말 중국 랭킹 52위 맞아?
퍄오원야오 (◐ 갬)
작년 LG배 우승 이후 한동안 뜸했던 동포 기사 퍄오원야오, 슬럼프를 딛고 살아났다. 특히 비씨카드배에서 구리에게 역전 반집승하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야마 유타 (◐ 갬)
일본 No.1 장쉬와의 결전(십단전)에서 쾌승, 치열한 ‘열도 1인자’ 경합에서 일단 웃었다. 지난해처럼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간판 노릇을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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