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기상대]
'건재! 이창호' 확인시킨 바둑올림픽
한국, 응씨배 6번째 제패 카운트다운 돌입
志石居士2012-05-29 15:53:51
눈부신 신록의 계절에 '바둑올림픽' 응씨배의 그 일곱 번째 제전이 막을 올린 가운데 사뭇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 세계바둑팬들을 흥분시켰다. 응씨배를 중심으로 5월의 바둑계를 결산하고 향후 승부를 예측해 본다.

▲장쉬를 물리치고 준결승전에 오른 이창호(오른쪽)
[응씨배] 이창호, 예상 뒤엎고 거뜬히 4강! "아직 죽지 않았다" 포효
◇…80년대까지 세계바둑계의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바둑이 일약 세계최강으로 도약하는 데 중심지가 되었던 무대, 그래서 국내 기사들은 물론, 바둑팬들에게도 가장 관심과 애착이 높은 '바둑올림픽' 응씨배가 5월 22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성대하게 막을 올렸다.
솔직히 당초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창호를 주목하는 이는 별로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올해 초 춘란배 결승과 농심배 최종전에서 잇달아 실패한 이후 올 시즌 반타작 승률에다 최근 국내 랭킹이 10위권 밖으로 추락하는 등 입단 이후 최악의 부조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
더구나 목하 세계최강을 다투고 있는 이세돌과 구리(古力)를 비롯, 디펜딩 챔피언 최철한, 삼성화재배 우승에 빛나는 원성진, 한국의 떠오르는 별 박정환, 중국의 간판스타 콩지에(孔杰), '한국킬러' 씨에허(謝赫)와 장웨이지에(江維杰) 등 쟁쟁한 신흥강호들의 벽이 워낙 높은 데다 현 중국 랭킹 1위 탄샤오(檀嘯)를 필두로 최근 세계대회를 휩쓸고 있는 중국 ‘90后세대’의 돌풍도 거세었기에 37세의 이창호는 어느덧 승부세계의 뒤안으로 밀려난 '노장'의 느낌마저 짙었던 게 사실이다.

▲한국랭킹 1위 이세돌(오른쪽)은 중국 신예 판팅위에게 패했다.
그러나 본선 1회전(24강전)과 16강전, 8강전을 연이어 치른 결과는 세간의 예상과는 사뭇 다르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우승후보 1순위'로 꼽은 이세돌, 구리를 비롯하여 최철한, 원성진, 콩지에, 장웨이지에 등 우승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한 가운데 이창호-박정환, 씨에허-판팅위(范廷鈺)라는 예상 밖의 4강 구도가 짜여졌다.
이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다름아닌 이창호. 16강전에서 중국의 간판이자 상대전적(4승7패)이 말해 주듯 자신이 가장 껄끄러워 하던 콩지에를 상대로 파격적인 대세력 작전을 펼친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8강전에서도 녹록치 않은 장쉬를 완파하고 "이번만은 힘들 것"이라던 세간의 예상을 비웃듯 당당히 4강에 진출했다. 특히 내용 면에서도 종반의 달인 콩지에를 상대로 역전승을 일궈낸 것이나 일본의 1인자 장쉬를 일방적으로 완파했다는 점에서 이창호의 건재를 새삼 확인시킨 개가였다.

▲준결승에 오른 박정환
최강 이세돌은 충격의 첫판 탈락…박정환 4강 진출 명암 교차
◇…선배 기사들이 부진한 가운데 '포스트 이세돌'의 선두주자 박정환은 비교적 순탄한 대진운에 힘입어 4강 진출에 성공하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당초 이창호가 '우승후보 1순위'로 꼽았던 박정환은 16강전에서 조선족 기사로 유명한 퍄오원야오(박문요)를 완파한 데 이어 8강전에서는 최고령 출전 기사 조치훈마저 제치고 4강에 올라 이창호와 만나게 됐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창호가 개막 전야제에서 이번 대회 우승후보 1, 2순위로 예언했던 박정환과 콩지에를 잇달아 만난다는 사실이다.
'준우승 후보' 콩지에를 이미 넘어선 이창호가 자신이 첫손 꼽았던 우승후보 박정환까지 제압할 수 있을까. 결승 진출의 외나무다리에서 벌이는 이창호-박정환의 신_구 매치를 국내팬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볼 것 같다. 최근의 성적과 기세로 보면 당연히 박정환의 우세가 예상되지만, 큰 승부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관록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에 오히려 마음 비우고 임할 이창호에게 더 점수를 주고 싶다. 하여, 이창호의 2대1 승리에 조심스레 한 표를 던져본다. 참고로 4년 전 이 대회에서도 이창호는 당시 우승후보 1순위 이세돌과 준결승 3번기에서 맞닥뜨렸는데, 모두의 예상을 깨고 2대0 완승을 거둔 바 있다.

▲박정환에게 패해 탈락했지만 8강까지 진출해 깊은 인상을 남겼던 조치훈
최고령 조치훈 8강 분전 돋보여…中 16세 판팅위 4강 진출 기염
최고령(56세) 출전자 조치훈의 분전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16강전에서 중국의 강호 류싱(劉星)에게 완승을 거두어 올드팬들을 열광시켰던 그는 8강전에서도 예상외로 박정환을 시종 압도한 끝에 승리 직전까지 갔지만, 막판 끝내기 단계에서 실착을 연발한 끝에 아쉽게 무너졌다. 하지만, 승패와 관계없이 10~20대가 온통 득세하여 30대의 이창호마저 노장 취급을 받고 있는 현 세계바둑계 판도에 환갑을 눈앞에 둔 조치훈이 50대 투혼을 보인 사실 자체가 오히려 신선한 충격이 될 만했다.
◇…이창호의 분전, 조치훈의 투혼과 극명하게 비교되는 것이 1인자 이세돌의 부진. 막중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탓인지 16세 판팅위에게 시종 고전한 끝에 첫 판(16강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특히 역전승 분위기가 짙던 막판 끝내기 단계에서 자멸에 가까운 실책을 연발한 끝에 재역전패한 점이 몹시 아쉬웠다. 지난 BC카드배에서도 18세 당이페이(黨毅飛)에게 패해 조기 탈락했던 이세돌로서는 향후 중국 신예들의 겁 없는 도전을 물리쳐야 하는 것이 중대한 과제로 떠안게 된 셈이다. 디펜딩 챔피언 최철한도 중국 ‘90后’의 선두주자이자 현 중국 랭킹 1위 탄샤오에게 완패함으로써 최근의 잇단 부진을 만회하지 못했다.

▲판팅위.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 '90后'의 위력은 또다시 빛났다. 그런 가운데 특히 새로운 월드스타로 떠오른 선수가 16세 판팅위. 이미 지난 비씨카드와 바이링배의 활약으로 국내 팬들에게 낯익은 판팅위는 지난 3월 5대5 한중 단체전으로 열린 초상부동산배에서 중국 감독 직권으로 국가대표로 선발될 정도로 일찌감치 촉망받던 유망주.
지난 BC카드배에서 당이페이가 한국와 중국의 현 랭킹 1위(이세돌, 탄샤오)를 연파하며 주목받았듯 이번에는 판팅위가 이세돌과 탄샤오를 연파하며 4강까지 진출하는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이다. 판팅위가 과연 '한국킬러'로 유명한 선배 씨에허마저 제치고 BC카드배 당이페이의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지도 색다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관록에서 앞서는 씨에허의 2대0 또는 2대1 우세 예상.



▲비씨카드배 시상식에서. 왼쪽부터 준우승자 중국의 당이페이, 비씨카드 이종호 사장, 우승자 백홍석
[비씨카드배] '한국바둑 위기설'이 새로운 월드스타 탄생으로 역전
◇…철 지난 이야기 같지만, BC카드배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지난 회 글에서 필자는 중국세에 일방적으로 밀린 끝에 한국 선수로는 준결승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백홍석의 우승 가능성이 오히려 밝은 편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그동안 백홍석의 천적 역할을 해온 국내 상위랭커들이 중국세에 밀려 모조리 탈락한 가운데 그동안 한국기사들에게 강미를 보여온 구리, 콩지에, 씨에허, 장웨이지에, 탄샤오 등 중국의 정상급 기사들도 모두 떨어졌기에 백홍석의 앞길을 막아설 기사가 거의 없다는 게 그 근거였다. 또한 돌풍의 핵 당이페이의 기세가 돋보이긴 하지만, 얕보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상대인 데다 무엇보다 올 들어 지는 법을 잊은 백홍석의 파죽지세가 단단히 믿음을 주었기 때문.
그리고 결과는 과연 백홍석의 우승으로 나타났다. 당이페이와의 결승 첫 판에서 부담을 떨치지 못한 채 경직된 행마로 일관하다 완패한 백홍석은 이후 잇달아 종반 뒤집기를 일궈내며 내리 3연승, 값진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그에겐 오히려 결승 5번기보다 도저히 이길 수 없던 바둑을 뒤집어 기적같은 역전드라마를 연출했던 후야오위(胡耀宇)와의 준결승이 우승의 최대 고비였다고 할까.

▲대국 중인 백홍석
"난세에 영웅난다" 일깨운 백홍석의 '인생역전극'
◇…백홍석의 우승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교훈은 바로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중국세의 거센 돌풍에 한국의 내로라 하는 강호들이 줄줄이 떨어져나갈 때 국내 바둑계는 그야말로 패닉상태에 빠졌던 게 사실이다. 요즘 신세대 유행어로 '멘붕(멘탈붕괴)'이었다고 할까. 그리고 절대적 수적 우세를 점유한 중국에게 우승도 사실상 넘어간 것으로 여긴 이가 많았다.
그러나 "난세에 영웅난다"는 옛말처럼 기라성같은 강호들이 모조리 탈락한 것이 백홍석을 새로운 월드스타로 발돋움시킨 절호의 계기가 될 줄이야. 그래서 승부의 세계는 언제나 예측불허이고 새옹지마라고 할까. 백홍석은 이번 우승을 통해 막대한 우승상금 못지 않은 소중한 것을 하나 더 얻었다. 본인도 술회했듯 '한국의 마지막 보루'라는 존재가치 덕분에 받았던 국내 팬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이 그것. 그리고 그 성원과 기대에 극적으로 부응함으로써 그동안 9회 준우승에 그치며 받았던 2인자의 설움을 단번에 보상받고도 남았으니, '낭만 파이터' 백홍석은 이번 대회를 통해 인생역전의 교범을 보여주면서 팬들에게 대리만족의 쾌감까지 선물한 셈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큰 승부에서는 꼭 주특기만으로 승부가 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백홍석의 기풍은 한 마디로 전투일변도. 포석을 짤 때도 늘 전투를 염두에 둘 정도로 싸움을 즐기며, 천하의 이세돌에게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빼어난 파워과 수읽기 능력을 자랑한다. 그래서 이길 땐 누구보다 호쾌하게 이기는 반면, 종반 실책이 잦아 허망한 종반 역전패가 많았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묘하게도 그 양상이 정반대로 나타났다. 본선 64강전에서 결승 5번기까지 8승1패를 거두는 동안 대부분이 종반 역전승이었고, 반집승, 1집반승 등 박빙의 계가승이 많아 결과만을 놓고 보면 왕년의 이창호 바둑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결승 5번기에서의 3승 모두 막판 역전승). 늘 종반 역전패를 당해 땅을 치곤 했던 백홍석이 끝내기 단계에서 잇달아 역전승을 거두며 우승까지 한 사실도 승부세계의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국수팀 장주주를 따돌린 왕위팀 주장 유창혁. 이제 국수팀 주장 조훈현과 우승컵을 다툰다.
[시니어삼국지] 조훈현-유창혁 빅카드로 우승가리는 최후 일전
◇…크고 작은 국내외 기전에 가려졌지만, 리버사이드배 시니어 바둑삼국지가 우승팀을 가리는 마지막 한판만을 남겨놓고 있다. 특히 그 판이 조훈현-유창혁의 빅카드라서 이목을 끌고 있다. 45세 이상의 시니어 기사 30인이 국수, 왕위, 명인 3개팀으로 나뉘어 연승전 방식으로 자웅을 가리는 이번 대회에서 조훈현이 이끄는 국수팀과 유창혁이 이끄는 왕위팀이 우승컵을 놓고 최후의 일전을 벌이게 된 것.
서봉수가 이끄는 명인팀이 일찌감치 전멸한 가운데 국수팀의 부주장 장주주(江鑄久)가 막판 2연승했으나, 왕위팀의 수문장 유창혁에게 막히며 결국 양팀의 주장인 조훈현과 유창혁이 우승컵을 놓고 단판 승부를 겨루게 됐다.
수년 전부터 후배들에게 밀려 승부세계의 뒤안으로 밀려났지만, 조훈현과 유창혁은 80년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번갈아 세계를 제패하며 이창호와 함께 한국바둑을 세계최강으로 올려놓은 주역들이기에 두 기사가 오랜만에 빅매치를 벌이게 된 것만으로도 올드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조-유가 벌이는 시니어 바둑삼국지 최종국은 오는 6월 5일 오후 2시 K-바둑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열린다.

○날씨로 보는 기사 기상도●
이세돌 (● 흐림)
바둑올림픽을 위하여 꼬박 4년을 기다려왔는데, 허망하게도 이번에는 첫 판에서 떨어졌다. 또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하다니…ㅜㅜ. 그 허망함과 후유증이 제법 갈 듯.
박정환 (○ 맑음)
90% 가까운 고감도 승률에 응씨배에서도 너끈히 4강에 올랐다. 최근 무려 11연승~♬. 지는 법을 잊은 그의 파죽지세를 막을 자가 과연 누구일까.
이창호 (◉ 갬)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는 영화제목처럼~ 응씨배 4강 진출로 아직 죽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과연 이번 쾌거를 계기로 확실히 부활할 수 있을까.
백홍석 (○ 맑음)
BC카드배 우승으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구름 위에 앉은 기분이 당분간 지속될 듯. 다만, 대개 그러하듯 큰 승부 뒤의 들뜸과 허탈감 때문에 약간의 부침도 우려된다.
박영훈 (◑ 구름 약간)
올 시즌 다승 1위를 질주할 만큼 엄청난 승수를 쌓고 있지만, 정작 열매가 부실하다. 특히 GS칼텍스배 결승에서 2대3 역전패한 후유증 탓인지 최근 다소 주춤하는 기색.
최철한 (/// 장마)
십단전 우승을 제외하고는 널뛰기 성적~. 반타작 승률도 되지 않는 데다 응씨배에서 첫 판 탈락으로 디펜딩 챔피언의 체면을 구겼다.OTL 신혼생활로 안정을 찾으려나.
당이페이 (◑ 구름 약간)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사실상 BC카드배의 히어로. 덕분에 중국 랭킹도 50위권에서 20위권으로 껑충~♬. 다만, 세계정상을 눈앞에서 놓친 후유증이 염려된다.
판팅위 (○ 맑음)
응씨배에서 한국과 중국의 랭킹1위를 연파하며 4강에 올라 겁 없는 '90后'의 위력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정말 열여섯 살 맞아?~
구리 (● 흐림)
4년을 꼬박 기다린 응씨배 실패로 허탈감에 빠진 것은 이세돌과 동병상련.OTL 최근 중국 랭킹이 7위까지 떨어질 정도로 예전의 위용을 못 찾고 있다.
조치훈 (○ 맑음)
다시 한번 묵은 된장의 참 맛을 보여주면서 아들 뻘 되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환갑을 코앞에 두고서도 지치지 않는 그 괴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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