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젬스페셜]
불타는 언더그라운드
-동양온라인 초청 기자단 바둑대회 스케치
김종서 작가 2012-06-16 14:18:36
S#1. 친선이라도 지는 건 반갑지 않다
바둑 뉴스를 알리는 기자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수담을 나눴다.
15일 한국기원 2층 대국 실에 동양온라인이 마련한 자리.
바둑사이트 회사에서 다른 매체 기자들을 초청한 형식이 산뜻하다.
승부의 현장, 언더그라운드에서 관찰자와 메신저 역할을 해오던 기자들에게 주어진 하루의 휴식과 승부체험.
28명의 기자들이 드래프트를 통해 4팀에 소속되었다.
수없이 많은 바둑대회를 지켜본 터라 기자들의 승부감각은 선수 선발 때부터 발휘되기 시작했다.
▲ 각 팀 주장들.
조선일보 이홍렬, 한국일보 박영철, 사이버오로 손종수, 타이젬 김종서.
네 명의 주장이 순번에 따라 선수를 지명했다.
1지명은 역시 기자들 사이에서 국수 급으로 통하는 강타자들이다.
▲ 가위바위보로 드래프트 순서를 정했다.
뒤로 갈수록 드래프트는 어려워진다.
기력을 알 수 없는 신비의 기객들이 빙그레 웃으며 앉아 있다.
주장들은 고뇌에 빠진다.
▲ 누굴 선수로 지목한 걸까? 각 팀 주장들이 바삐 움직인다.
이럴 땐 어쩔 수 없이 관상을 보고 뽑을 수밖에.
친선이지만 팀 성적에 따라 상품의 질이 달라진다.
아니, 상품보다 자존심이 우선이지.
장난이라도 지는 건 달갑지 않다.
나 때문에 팀 성적이 떨어지면 전우들을 어찌 볼 것인가?
대진표는 수월하게 그려진다.
서로 각각 아는 처지라 치수 흥정은 없었다.
관전기와 뉴스를 매끄럽게 작성하는 이들의 기보는 어떨까?
▲ 대국을 지켜보는 서능욱 9단.
입회인 서능욱 9단이 한 바퀴 돌면서 계속 흐흐흐 웃음을 흘린다.
꼼수와 떡수, 자충수가 난무하는 언더그라운드 리그가 자못 흥미로운 모양이다.
▲ 자존심이 걸린 주장전.
수상전보다 심리전이 우선한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생각나는군”(雪國의 작가-백 세력이 좋다는 과장)
“탄좌의 갱도가 여러 군데라서 비슷한 거 아닌가?”(흑의 실리가 좋다는 반론)
“으잉, 이건 못 보던 수인데? 실례 아닌가?”(꼼수를 당한고 나서)
“19로 전부 길인데 가지 말라는 곳 있습니까?”(꼼수를 던지고 나서)
▲ 한게임 한창규 기자와 진재호 바둑평론가의 대결. 한게임의 한창규 기자가 패한 뒤, 분을 삭히려 부채질 중(?)
사방에서 호쾌한 웃음소리와 비명, 자책, 탄식이 교차한다.
3차전이 펼쳐지는 동안 4팀이 희한하게 얽힌다.
마지막 순간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순위가 뒤바뀐다.
기보의 완성도야 어찌 되었든 승부의 그래프는 박진감 있게 출렁거린다.
S#2. 미친 오더
필자는 얼떨결에 ‘바둑짱’ 팀 주장을 맡게 되었다.
드래프트 순번을 가위 바위 보로 정했는데 꼴찌를 했다.
그런데 다른 팀 주장들이 이상하게 타이젬 기자들을 선발하지 않아 선수 구제 및 분리수거(^^) 차원에서 친숙한 이름들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1지명은 김지은 기자.
재작년에 아마여자기사 랭킹 1위까지 했던 재원이다.(건식!)
2지명은 한게임의 한창규 기자.
베테랑이라 잘 둘 것 같았다.
3지명은 하영훈 본부장(고수에 강한 복병, 이 친구한테 무지 당해봤다.)
4지명은 강나연(귀여워서 상대들이 전의를 불태우지 않을 것 같았다.^^)
5지명은 김경동(타이젬 중국통신 필자, 하수지만 치수를 유리하게 먹고 들어가는 흥정의 귀재다. 예측대로 3전 전승했다^^)
6지명은 타이젬 정인수 대표이사.
(죄송하지만 버리는 카드였다. 우하하하하)
팀 구성이 좀 애매하긴 했는데 막상 1차전에서 ‘바둑고수’ 팀을 어렵지 않게 이겨냈다.
승리 팀끼리 붙은 2차전에서도 또 이겼다.
▲ "사실 질 뻔했지 뭐야~"라며 서능욱 9단에게 자랑하는 한국일보 박영철위원.
“뭐야? 타이젬은 이 대회 만들어놓고 합숙훈련 한 거 아냐?”
“지난번에 인터리그 우승했으면 됐지 뭐 기자바둑대회까지 노리면 되나?”
사방에서 압력이 들어온다.
2차전까지 우리 팀의 6지명 정인수 대표이사는 깔끔한 2패로 본분을 다하고 있었다.
누군가 상황판을 보면서 어필한다.
“사장님의 2패가 뭘 의미하는지 읽을 줄 알아야지. 타이젬 기자들은 각성하라!”
우리 멤버들이 일제히 정인수 대표이사를 주시했다.
“아이고, 제가 전투력 에버리지를 너무 깎아 먹었나 봅니다.”
그러면서 머리를 긁는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주장을 맡은 필자로서는 3차전 작전수립이 어려운 상황.
“그래도 전력투구 모두 이길 것. 일단 이긴 뒤에 상품을 반납하는 게 좋은 모양새다.”
그랬는데 3차전에서 왕창 깨졌다.
2승 5패.
순진한 막내기자 강나연과 치수의 제왕 김경동 두 멤버만 철없이 이겼다.(^^)
▲ 아무튼 미친 오더, 이삭줍기 오더로 우리 팀은 준우승을 차지했다.
S#3. 에필로그
소소한 기자들의 바둑대회 이야기를 애교로 읽어주시기 바란다.
일류들의 기보와 뉴스를 여러분들께 생생하게 전해주는 기자들의 공동체 소식도 나름대로 의미 있으리라 생각한다.
기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기엔 뻘쭘할 것 같아 필자가 대신 스케치를 해봤다.
방송, 신문, 바둑매체를 두루 아우른 기자들의 언더그라운드 리그.
훈훈하고 따뜻했다.
바둑문화를 지키는 첨병으로 서로 경쟁을 즐기고 파이팅 넘치는 취재를 계속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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