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기상대]
'포스트 이세돌 세대'가 뜬다?
LG배 계기로 세대교체 흐름 극명히 드러나
志石居士2012-06-30 14:39:14
삼복을 방불케 하는 초여름 무더위와 10년만이라는 가뭄이 한반도를 한껏 달궜던 6월 바둑계에는 바야흐로 '세대교체' 의 열풍이 거세게 불었는데… 6월 바둑계를 달구었던 LG배와 동양증권배를 정리해본다.

▲LG배 8강 진출자.
[LG배] 우승후보 줄줄이 탈락… 8강 전원이 '포스트 이세돌' 세대
◇…17회째를 맞은 LG배 세계기왕전 1라운드(32강전, 16강전)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세계바둑계 세대교체 현상의 절정판이었다. 당초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이세돌을 비롯, 이창호, 구리(古力), 콩지에(孔杰) 등 각국의 간판스타들이 모조리 탈락한 가운데 전혀 예상 밖의 8강 대진이 짜여진 것이다. 특히 이번 8강 진출자 가운데는 역대 우승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이채롭다. 따라서 앞으로 누가 우승하든 LG배는 '새로운 챔프'를 맞이하게 됐다.
이번 대회의 특징은 무엇보다 2000년대 중반 이창호의 퇴조 이후 수년 동안 세계바둑계를 주도해온 '이세돌 세대(이세돌, 구리, 콩지에 등)'가 전멸했다는 것이다. 8강 진출자 가운데 최고령자가 '송아지 3총사'(85년생 소띠) 멤버인 원성진, 최철한이며, 8명 중 4명이 이른바 '90后(90년대 이후 출생자)' 일 정도로 전체적인 연령 자체가 절대적으로 낮아진 사실이 세계바둑계의 세대교체 현상을 수치로써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아예 세 명의 8강 진출자 전원이 첫 '세계 8강' 멤버라는 점에서 '세대교체'현상을 극명하게 실감시켰다.
'90后'로 불리는 중국 신예들의 거센 돌풍에 이세돌과 이창호가 덜미를 잡힌 데 이어 심지어 최근 한국랭킹 1위로 올라선 박정환마저 자신보다 한 살 어린 무명의 신예(렌샤오)에게 져 탈락할 정도였다. 한국기사만 ‘90후’ 돌풍의 피해자가 된 것만은 아니어서 전기 우승자 장웨이지에(江維杰)는 한국의 17세 신예 나현에게 패해 탈락했다.

▲구리(오른쪽)를 꺾은 최철한.
최철한, 구리-씨에허 연파 맹활약…17세 나현은 전기 챔프 꺾고 8강에
◇…이런 혼전의 와중에 단연 돋보인 기사는 최철한과 나현이었다. 올 시즌 들어 50% 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며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최철한은 '한국킬러'로 유명한 씨에허(謝赫)에 이어 중국의 간판 구리마저 제압하며 한국 선전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승리 후 대국장을 나선 나현.
그런가 하면 한국의 막내 나현의 활약은 초여름 무더위를 식혀주는 청량제와 다름없었다. 지난 BC카드배 준우승에 빛나는 '90后 돌풍‘의 주역 당이페이(黨毅飛)를 제친 데 이어 디펜딩 챔피언 장웨이지에마저 꺾는 기염을 토하며 8강에 올라 얼마 전 삼성화재배에서의 활약(4강 진출)이 우연이 아님을 실력으로써 입증했다.
▲이세돌과 박정환
이세돌, 또다시 '90后'에 덜미 잡혀… 절정세 박정환도 충격패 아쉬움
반면, 한국랭킹 1․2위 박정환과 이세돌의 조기 탈락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지난 비씨카드배에서 본의 아니게 '당이페이 돌풍'의 디딤돌 역할을 해준 바 있는 이세돌은 얼마전 응씨배에서 역시 중국 신예 판팅위(范廷鈺)에게 패한 데 이어 이번에도 무명에 가까운 스위에(時越)에게 또다시 져 일찌감치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이세돌에게는 향후 중국 신예들의 겁 없는 도전을 물리쳐야 하는 것이 시급하고도 중대한 명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이다. 또한 올 시즌 90%대의 고감도 승률을 자랑하며 최근 이세돌을 제치고 국내 랭킹 1위로 발돋음한 박정환이 중국 랭킹 30위권의 무명 신예에게 발목을 잡힌 것도 아무도 예상 못한 이변이자 충격이었다.
이번 LG배에서 또 하나의 성과는 한국바둑의 건재를 확인했다는 사실이다. 올 시즌 초 각종 국제기전에서 중국세에 잇달아 크게 밀린 끝에 한때 ‘한국바둑 위기설’까지 대두된 사실을 상기하면 이번 대회에서 한국기사들의 선전은 그런 위기감을 불식시킬 만큼 고무적이었다.

당초 이번 LG배 본선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앞길은 다소 어두웠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월 열린 통합예선에서 중국의 거센 황사돌풍에 속절없이 밀린 끝에 주최국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16강의 본선 티켓 가운데 중국에 무려 12장을 내준 채 불과 4장을 차지하는 데 그쳐 일단 수적으로 크게 열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대17(시드 포함)로 시작된 한․중 레이스는 32강전이 한국의 9대1 압승으로 끝나면서 크게 반전됐고, 결국 8강 가운데 한국이 다섯 자리를 차지하는 우위 속에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한국, 중국에 12대4 압승 …5년만에 LG배 탈환 전망 밝아
수적 우세 말고도 한국이 이번 LG배에서 우승할 가능성은 사뭇 높다. 중국의 8강 멤버(스위에, 리캉, 렌샤오) 전원이 세계대회 경험이 일천한 신예인 반면, 한국은 원성진, 최철한, 강동윤 등 이미 세계대회 우승까지 경험한 베테랑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경험과 관록이 절대적인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계대회 큰 승부의 특성상 한국 선수들이 5년 동안 중국 차지였던 LG배를 오랜만에 되찾아올 전망은 그 어느 때에 비해 낙관적이다.

▲울아가(P)주인공 홍성지 8단.
[동양증권배] '인터넷 세계챔프' 울아가, 어머니 영전에 우승컵 바치다
◇…인터넷 바둑 공간에서는 여느 세계대회 못지 않는 관심과 인기를 누려온 제9회 동양증권배 타이젬 왕중왕전. 그 아홉 번 째 우승컵의 주인공은 울아가(P)(실명 홍성지 8단)였다.
한․중·기사의 맞대결로 뜨거운 관심을 모은 가운데 지난 6월 25~27일 타이젬 대국실에서 벌어진 결승 3번기에서 울아가(P)는 중국의 Light(P)(실명 중국 통위린 5단)에게 1국을 내주는 핸디캡을 딛고 2, 3국을 연달아 따내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 물가정보배 결승 1국 모습. 당시 홍성지는 이세돌을 상대로 2:1
빼어난 감각과 유연한 반면운영으로 2001년 입단 당시부터 촉망받았던 홍성지 8단은 특히 지난 2008년에는 물가정보배에서 이세돌을 꺾고 우승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강호이다.
이후 뜻밖의 부진으로 팬들의 기대에 다소 못 미쳤으나, 이번 동양증권배에서 모처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한편, 공교롭게도 홍8단은 우승이 확정된 결승 최종국 직후 모친의 부음을 당한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져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했다.
최대규모 온라인대회 동양증권배, 오픈제와 실명공개 등으로 화제집중
◇…2006년 이후 타이젬바둑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많은 팬들을 보유한 울아가(P)는 지난 6회 대회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던 타이젬의 터주대감으로 이번 대회에서도 LuF(P), 심봉사(P), daxiang, ddcg 등의 강호들을 연파하며 결승에 올랐다.

▲Light(P)의 주인 통위린 4단.
반면, 준우승한 Light(P)는 지난해 타이젬에 등장한 신흥강호로 파죽의 5연승으로 통합예선을 통과한 데 이어 본선에서도 biohazard, 한수반집, 외톨이, 동서비지머를 차례로 물리치며 결승전에 올랐다. 특히 Light(P)의 실명기사인 통위린 4단은 그동안 중국바둑계에서 이렇다할 활약상이 없었던 중국 랭킹 60위권의 무명기사란 점에서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한편, 동양온라인이 주최․주관하는 양대 온라인 세계대회(동양증권배, 동양생명배) 가운데 특히 동양증권배에서는 한국 기사가 동양생명배에서는 중국 기사가 각각 강세를 보여왔는데, 이번에도 그런 전통이 이어졌다는 점이 색다른 흥미를 끌었다.

온라인 바둑대회 사상 최다 우승상금(5천만원, 총규모 2억5천만원)을 자랑하는 동양증권배 타이젬 왕중왕전은 해마다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대만 등 세계 각국의 바둑 최고수들이 총망라 참가하는 실질적인 익명의 세계 매머드 대회이다. 특히 이번 부터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추어 오픈제와 아마최강자 본선티켓 부여, 그리고 결승진출자 실명공개 등 획기적인 룰을 새로 도입해 큰 관심을 모았다.
○날씨로 보는 기사 기상도●
이세돌 (∴ 가뭄)
당이페이, 판팅위에 이어 스위에…‘90后’에 또 당했다. 번번이 중국 신예에게 무너지는 것은 역시 부담감 탓일까. 랭킹1위 빼앗기고, 중국 신예에게 뺨맞고…가뭄의 6월이 간다.OTL
박정환 (○ 맑음)
90% 승률의 위력도, 랭킹 1위 등극의 기쁨도 단 한판에 묻혀버린 형국. 중국의 ‘듣보잡’ 신예에게 당한 패배의 충격이 커서일까. 그러나 갈 길이 워낙 멀기에 예서 멈출 순 없으리라.
최철한 (○ 맑음)
길었던 슬럼프의 터널이 LG배를 계기로 지나간 듯. 씨에허․구리를 연파한 것이 보약이 됐을까. 연승행진에 시동을 걸었다.♬
백홍석 (◑ 구름 약간)
BC카드배 우승으로 맞았던 생애 최고의 순간도 잠시, 국내 기전에서 연전연패…. 누구나 그러하듯 큰 승부 후유증을 겪고 있는 듯하다. 뜬구름에서 언제나 내려올까.
나현 (○ 맑음)
이창호, 이세돌, 박정환이 탈락한 아쉬움을 바로 17세 이 소년이 달래주었다. 어느 새 한국판 ‘90后’의 간판스타로 급부상♬~. 그 기세가 과연 국내무대로도 이어질지.
홍성지 (◐ 갬)
오랜만에 따낸 우승컵을 어머니 영전에 바치게 된 사연이 팬들을 뭉클하게 한다. 부디 다시금 정상으로 다가서길 기원...
스위에 (○ 맑음)
역시 높은 산을 넘어야 강해지고 유명해진다. 원래 중국 상위랭커에 국가대표였지만, 이세돌을 꺾자 하룻밤 사이에 정말로 스타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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